[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법개정을 통해 각종 허점과 미비점이 개선된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가 함께 유지하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다. 누군가는 젊고 건강할 때 보험료를 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병들고 어려울 때 그 혜택을 받는다. 결국 건강보험의 본질은 공동부담과 사회적 연대에 있다. 그런 점에서 4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 보완이 아니라 건강보험 제도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바로 세우는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건강보험 제도에는 적지 않은 허점이 존재했다. 실제 근무하지 않으면서 직장가입자로 허위 등록하거나, 가족회사에 이름만 올려 지역가입 보험료를 피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사업장은 존재하지 않는 직원을 신고해 보험료를 줄여오다 수년 뒤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이런 부정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최근 3년 치 보험료만 추징할 수 있었다. 보험료를 새로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부과제척기간’(새로 보험료를 매길 수 있는 기간)규정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사업장은 직장가입자가 없는데도 마치 4명이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해 장기간 보험료를 줄여 왔고, 7년 만에 적발됐다. 하지만 공단은 최근 3년 치만 부과할 수 있었고 나머지 수천만 원은 제도의 빈틈 속에서 사실상 포기해야 했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해 온 국민 입장에서는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례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는 일반적인 보험료 부과제척기간은 3년으로 유지하되, 속임수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료를 회피한 경우에는 최대 6년까지 소급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고의적 허위 신고와 보험료 회피 행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의 의미는 또 있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은 이미 보험료 부과와 징수에 대한 법적 체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마련돼 있었다. 반면 건강보험은 징수권 규정은 있었지만 부과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부족해 제도 운영의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이번 개정은 건강보험 역시 다른 사회보험 수준의 법적 체계를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또한 장기간 소송으로 인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못했던 문제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통상임금 소송처럼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 공단이 최종 승소하더라도 보험료를 다시 부과할 근거가 부족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판결 확정 후 1년 이내 재산정이 가능해져 재정 누수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물론 제도 보완과 함께 신중한 운영도 필요하다. 단순 행정 착오와 고의적인 보험료 회피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행정 해석이나 무리한 추징은 선의의 가입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단은 엄정한 조사와 함께 객관적 기준과 충분한 소명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의 공동 자산이다. 일부의 편법과 부정행위를 방치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다수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법 개정은 단순히 보험료를 더 걷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공정한 부담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위에서 유지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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