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P 머티리얼스의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또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중국 첨단기업 제재 확대에 맞서서 희토류와 정부 조달을 무기로 대미 (對美) 보복 조치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중국 첨단기업 제재 확대에 대응해 미국 군수·희토류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와 정부 조달 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양국 간 기술·자원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2일 국가 안보와 이익 수호, 비확산 등 국제 의무 이행을 이유로 미국 기업 10곳을 수출 통제 관리 명단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국방부가 지난 8일 알리바바, BYD,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유니트리(Unitree) 등 중국 핵심 기술 기업을 ‘중국 군사 기업(CMC·Chinese Military Companies)’ 명단에 추가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해석된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조치로 중국 군사 기업 지정 대상을 총 188곳으로 확대했다. CMC 명단에 포함된 기업은 미국 정부 및 연방기관과의 거래 제한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 제약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향후 추가적인 수출 통제와 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신뢰도와 사업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이번에 수출 통제 관리 명단에 포함한 미국 기업에는 에이비옥스(AVOX), 틸드론스(Teledrones), 자이아로보틱스(Xiaro Robotics)와 함께 미국 희토류 산업의 핵심 기업인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와 USA 레어어스(USA Rare Earth)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해당 기업들에 대한 민군 이중용도 물자와 기술·소프트웨어 수출을 금지한다. 여기에는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일부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관련 기술도 포함된다. 특별한 사정으로 수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중국 상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 희토류 공급망 구축의 핵심 축을 정조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MP 머티리얼스는 미국 내 유일한 대규모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USA 레어어스는 중희토류 광산 개발과 자석 생산 체계 구축을 추진해온 기업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이 희토류 광산 개발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정제·분리·자석 제조 등 핵심 후공정 분야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채굴뿐 아니라 가공과 자석 생산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간 내 미국의 공급망 독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희토류 정제 공장 전경)
중국 재정부도 같은 날 록히드마틴, 제너럴아토믹스 등 미국 기업 46곳의 제품을 정부 조달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 기관과 지방정부는 해당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의 대미 제재는 최근 수년간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확대와 첨단기술 수출 통제 강화에 맞물려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은 올해 초에도 록히드마틴, 보잉 방산 부문, 레이시온 미사일·방위,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미국 방산기업 28곳을 수출 통제 관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보복 차원을 넘어 희토류와 첨단기술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미국 역시 중국산 핵심 광물에 대한 우회 수입 제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화, 중국 AI 및 양자컴퓨팅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등 후속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전기차와 반도체, 방산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디스프로슘(Dy), 터븀(Tb) 등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제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희토류 가격 상승은 전기차 모터와 첨단 무기체계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미·중 갈등 심화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희토류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 증가와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중국과 미국 모두 주요 수출 시장인 만큼 양국 간 전략 경쟁이 격화될수록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와 투자 전략 수립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이었던 미·중 기술 경쟁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 첨단 소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며 “양국의 제재와 맞대응이 반복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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