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만 봐도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들보다 못하다는 질타가 나올만 하다.
급기야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간에 득표수를 바꿔 입력하고, 한 투표소 개표결과를 다른 투표소 결과로 입력하는 황당한 오류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마침내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6월12일 현재까지 달라진게 없다.
6.3 선거가 끝난지 10일이 지났는데도 여야는 국회 국정조사특위를 구성조차 못하고 입씨름만 하고 있다.
6·10 민주항쟁 39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이를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닌 참정권 침해 문제로 규정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의 문제 제기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최근 공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1만4천288개 투표소 가운데 1천371곳(9.6%)이 선거인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량의 투표용지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투표소는 준비 비율이 45% 수준에 그쳤고, 실제 투표 중단이 발생한 26개 투표소 가운데 15곳은 용지 준비율이 50% 미만이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국가 운영에 반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았음에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혼란을 겪거나 권리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미숙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문제다
.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선거관리 부실이 투표용지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북교육감 선거 개표 과정에서는 특정 투표소의 개표 결과가 다른 투표소 결과로 잘못 입력되면서 1천104명의 투표 결과가 일시적으로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선관위는 선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 제기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 역시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어느 한 진영의 이익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체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가 존중될 때 비로소 살아 숨 쉰다. 국민은 투표소에서 자신의 한 표가 온전히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그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민주주의의 토대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선거 결과 자체가 아니라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 앞에 모든 경위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이 요구했던 것은 단지 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가 온전히 반영되는 민주주의였다. 39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묻고 있다. 국민의 한 표는 과연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거대한 정치 담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투표용지 한 장을 정확히 준비하는 책임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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