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아이에게 죄는 없다, 출생등록은 부모가 아닌 아동의 권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5차 건강가정 기본계획(2026~2030년)에는 우리 사회의 가족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미혼부가 혼외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지금까지는 혼외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의 출생신고를 원칙적으로 생모만 할 수 있었다. 생모를 찾을 수 없거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만 생부가 신고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아이를 양육하는 아버지가 있음에도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출생신고는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다. 출생등록은 한 인간이 국가로부터 존재를 인정받는 첫 단계이며, 의료·교육·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의 출발점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건강보험 혜택은 물론 각종 아동복지 서비스 이용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출생신고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한 상황은 아이를 사회적 보호망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2023년 현행 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는 혼외자의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부모의 관계나 상황과 무관하게 아동의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정이었다.
물론 제도 개선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다. 친생부 확인 절차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생모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친생관계 분쟁을 최소화할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는 제도 개선을 미룰 이유가 아니라 더욱 정교한 입법을 위한 검토 대상이어야 한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은 올해 '만 9세 미만'에서 2030년 '만 13세 미만'으로 매년 1세씩 상향될 예정이며,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추가 급여가 지급되고, 이주배경가족 지원 강화(부모가 모두 외국인일 경우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각종 생활 정보을 번역해 제공하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하는 법적 근거 추진), 가족돌봄청년 및 고립·은둔 청년 지원 등 다양한 정책도 포함됐다.
이는 가족의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국가의 역할 역시 변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제 가족정책은 전통적인 가족 모델만을 전제로 설계될 수 없다. 1인 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비혼가족 등 다양한 삶의 형태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출생신고 제도 개선은 특정 부모를 위한 혜택이 아니다. 이는 모든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법적 보호와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우리가 지켜야 할 대상은 부모의 혼인 여부가 아니라 아이의 권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동의 권리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이번 제도 개선이 아이 한 명 한 명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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