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문자는 언제 어떻게 전파되었나
- 고대 문자 문화 인접전파 가설의 문제점 -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3국시대에 남아전하는 문자기록은 4-5세기 한자나 한자를 이용한 한문이나 변체한문이나 이두, 향가 기록 유산이 남아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문자기록은 한문 문화권이라는 공통적 기반 위에서 종족이나 국가별 구어의 질서가 서로 달랐기 때문에 구어형식과의 일치하지 않은 자역에서는 한문이나 한자 수용의 방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塔‘이 한반도에서는 고대 중국남방음이 그대로 유지되어 ‘탑’이지만 일본어에서는 ‘다뿌’로 베트남에서는 현대 중국어와 비슷한 ‘따’에 가깝다. 한자음이 중국 변두리로 퍼져가는 과정에 어말 ‘ㅂ’ 입성이 탈락되는 음운변화를 겪었다는 점이 주변 인접국의 한자음의 비교를 통해 입성자 ‘ㅂ’, ‘ㄷ’, ‘ㄱ’이 한반도에서 일본어에 그 흔적이 남아 있지만 중국북방음에서는 모두 소멸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문제는 한반도나 동북 몽골과 만주 여진의 SOV언어체계에서는 SVO중국어와는 어순자체가 달라서 한문을 빌려와 어순이 다른 문장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변용체한문이나 이두나 향찰이라는 매우 창의적인 한문을 이용한 우리식 글쓰기의 방식을 가장 우수하게 발전시킨 나라가 바로 신라이다. 바로 신라의 이두와 향찰 표기 방식이 조선조 세종으로 이어져 위대한 한글 훈민정음이 탄생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학계에서는 중국 한자와 한문이 먼저 고구려로 그 다음 백제로 그 후 신라로 확산되었다는 문자 인접 전파가설을 굳게 믿고 있다. 그 근거로 5세기경 고대금석문을 비교해 보면 신라 고비 봉평비나 냉수리비의 글쓰기 방식은 변체한문 곧 이두가 섞인 글쓰기이라는 점을 든다. 이 무렵 고구려나 백제의 글쓰기는 훨씬 정격 한문에 접근되어 있기 때문에 신라는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한문문화 수용이 뒤쳐졌다는 결론이다. 과연 그럴까?
한자 서체 연구자의 견해를 들어 보자.
인접국이나 교섭국과의 연관성을 통해 삼국 글씨가 서로에게 미친 영향과 그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중국 북조의 영향을 받은 고구려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신라의 서예에 영향을 미쳤고, 중국 남조의 문화를 직접 수용한 백제는 공식적으로 일본에 문자문화를 전파함으로써 고대 일본의 문자문화에 초석을 놓았다. 고구려의 영향 아래에서도 창의적 미감을 창출한 신라는 가야의 서예에 영향을 주었고, 동시에도 왜인들을 통해 고대 일본의 서예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정현숙, 2018)
문자인접전파 가설에 따르면 제법 그럴사한 설명이다. 문자 전파는 산불이 훌쩍 건너날아가 전파되는 건너뛰기전파(jumping diffusition)가설도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한자음은 중국 남방의 오음에 뿌리를 두고 있어 건너뛰기 전파가설로만 설명될 수 있다. 다시말하자면 신라의 한자를 활용한 글쓰기는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한문 전파가 늦어서가 아니라 신라 주체적인 한자나 한문을 아용한 독저적인 이두나 향찰 글쓰기 방식이 진전되었기 때문에 한문에 굳이 얽매일 필요성이 없었다는 주체적 문화사관으로 기술할 수도 있다.
타자적 관점에서 북위와 연의 영향을 직접 받은 고구려의 글쓰기와 신라식 글쓰기가 6세기 이전에는 현격하게 달랐다. 서체나 글쓰기의 문장의 격식 차이를 선진적이라는 타자적 기준으로 고유한 글쓰기문화를 차등적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신라의 글쓰기는 중국 북조의 영향을 고스란히 남긴 고구려와 달리 고졸한 서체와 변격 형식의 문장, 신라식 토씨를 삽입한 주체적 글쓰기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신라식 글쓰기는 고구려나 백제를 능가할 자존의 글쓰기였으며 그 거대한 뿌리, 곧 우리말을 우리들의 독청적 글자, 훈민정음이라는 글자를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런 문화적 주체성을 무시하고 외방 타자적 문화에 기대어 한자 전파가 마치 자동차 기어를 넣듯이 1단 고구려, 2단 백제, 3단 신라라는 식으로 순차적 한자전파 가설의 설명 방법의 모순을 낳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현재 한국어의 뿌리를 고구려 연원설을 주창하는 북조선 학자들이 신라어 근원설을 주창하는 남쪽 학자들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상황에 놓여 있게 된 근거가 된다. 북조선 학자들과 국제학술회에서 만나 고구려에 왜 향찰이 없는지, 현대 한국어와 고대 한국어의 일치성을 분명히 입증할 근거를 제시하라고 말했더니 묵묵 부답이었다.

필자 이상규 교수는 국내 최고의 국어국문학자이다. 국립국어원과 국어정책학회 회장,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와 국가미래연구원 이사로 고향 대구에서 집필과 후진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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