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지방의원들의 해외출장 예산 부풀리기가 갈수록 가관이다.
전북지역 지방의회 해외출장 예산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는 많은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혐의로 공무원과 여행사 관계자 등 수십 명이 검찰에 넘겨졌지만 정작 해외출장의 주체이자 수혜자인 지방의원은 단 한 명도 송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전북지역 지방의회의 국외 출장 42건과 관련해 예산을 부적정하게 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공무원 31명과 여행사 관계자 15명 등 46명을 송치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행정 착오나 회계 실수가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직접 예산 낭비 정황을 확인해 수사를 의뢰한 사안이다. 지방의회들은 해외출장 과정에서 경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부풀렸고, 출장 한 번당 수백만 원의 혈세가 새어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최종 수사 결과는 공무원과 여행사 관계자들만 책임지는 모양새가 됐다.
경찰은 의원들도 조사했지만 공모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형사처벌은 증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리적 판단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법리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해외출장 계획을 세우고, 목적을 정하고, 방문기관을 선정하고, 결과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차지하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지방의회 해외출장은 본질적으로 의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면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만 책임지고 의원들은 모두 빠져나가는 결과가 반복된다면 누가 이를 상식적인 결과라고 받아들이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자칫 "의원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굳힐 우려가 있다. 실제 의사결정권자는 따로 있는데 법적 책임은 실무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권한은 의원이 행사하고 책임은 공무원이 떠안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지방의회 해외출장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수년간 전국 곳곳에서 외유성 출장, 관광성 일정, 부실한 결과보고서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때마다 개선을 약속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 역시 관련자 몇 명의 처벌로 끝난다면 제도는 바뀌지 않고 논란만 되풀이될 것이다.
형사책임을 묻지 못했다고 해서 책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에게는 법적 책임과 별개로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있다. 해외출장의 필요성과 성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예산 집행 과정의 적절성을 스스로 검증받아야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불법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말 뒤에 숨는다면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해외출장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 심사기구를 의무화하고, 출장 계획과 비용, 결과보고서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 과다 계상이나 부당 집행이 확인될 경우 관련 비용을 환수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은 누구의 쌈짓돈도 아니다. 특히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혈세가 허투루 쓰였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해외출장 예산은 줄줄 새어 나갔는데 책임지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면 국민들이 지방의회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이 또 하나의 흐지부지된 논란으로 끝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 신뢰의 상실로 돌아올 것이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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