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창고형 약국,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전국 곳곳에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창고형 약국은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지역 약국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향후 시장 확대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에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연 이후 1년 만에 약 40곳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넓은 매장에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을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둘러보며 구매하는 방식은 기존 약국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부에서는 이를 '약국계 코스트코'라고 부르며 새로운 소비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창고형 약국의 성장은 소비자들의 변화된 소비 성향을 반영한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상품을 직접 비교하고 선택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약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존 약국이 약사의 권유와 상담 중심이었다면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가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긴 영업시간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고물가 시대에 가격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일반의약품이나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몇 천 원의 가격 차이도 적지 않은 부담을 덜어준다.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가격 경쟁 촉진이라는 측면에서 창고형 약국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고객이 방문후 올린 후기)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다르기 때문이다. 감기약 하나를 복용하더라도 기존 복용 약물과의 상호작용, 개인의 질환 이력,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약사의 복약지도는 단순한 판매 과정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는 안전장치다. 소비자가 자유롭게 의약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이나 과다 복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약사회가 지적하듯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과 같이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 대량 진열될 경우 오남용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창고형 약국이 성장할수록 판매 편의성뿐 아니라 안전관리 체계 역시 함께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쟁점은 지역 약국 생태계의 변화다. 창고형 약국 주변의 소규모 약국들은 매출 감소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약국은 단순한 판매점이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 상담 창구 역할도 수행해 왔다. 대형 약국 중심의 시장 재편이 진행될 경우 지역 의료 접근성과 건강관리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대형 드러그스토어들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판매뿐 아니라 전문 약사 상담, 예방접종, 건강검진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매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편의성과 의료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창고형', '메가' 등 소비자의 인식을 왜곡할 수 있는 약국 명칭 사용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명칭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시장 변화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새로운 구매 방식을 경험했고, 그 편리함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창고형 약국을 무조건 막거나 무조건 허용하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가격 경쟁이라는 장점은 살리되,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전문적인 복약지도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역 약국과 대형 약국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단순한 유통 혁신을 넘어 우리 사회가 의약품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보여준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소비자 편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현명한 제도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일일 것이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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