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후폭풍, 무차별 징계가 군을 흔들어선 안 된다
12·3 비상계엄이 국가와 국민에게 남긴 피해와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시의 충격과 혼란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만큼 그날의 결정과 집행, 그리고 그 이후의 대응은 모두 엄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그동안 계엄 관련 특검과 징계 사건들을 수행하며, 대통령과 장관이 비상상황에서 '적법하게' 계엄을 발령했을 것이라고 믿었던 수많은 군인들을 직접 접해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오랜 군 생활을 하루아침에 부정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30년 넘게 군에 헌신했던 이들이 사회적 비난 속에서 군을 떠나 민간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특검 수사, 국방특별수사본부 등 각종 수사기관, 헌법수호TF의 소환 조사를 거쳐 결국 무혐의 판단을 받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그때 가만히 있었느냐”는 비난 앞에서 이들은 다시 징계 대상이 되었고, 결국 중징계를 받고 군복을 벗었다.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조직 내 책임은 별개라는 식의 처리는 과연 정당한가.
지난해 12월 이후 국방부는 내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본격화해 왔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숫자가 800여명 조사에, 180여명이 수사,징계 의뢰되었고, 37명의 장성이 징계를 받고 전역했다(2026.5.22.뉴스타파 12.3비상계엄 고위장교 징계처분서 공개). 물론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정리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징계 조사조차 받지 못한 채 위원회에 출석해 호소만 하다가 곧바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의 무차별적 징계는 단순히 개인 몇 사람의 불이익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 전체에 깊은 불신과 위축 효과를 남긴다. 그날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등에서 근무했던 군인들은 지금의 징계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 만약 법과 원칙에 따라 사안을 세밀하게 가리고, 정당한 명령에는 따르되 위법한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는 기준을 분명히 세운다면, 이는 오히려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건의했던 사람도, 계엄 확대를 막기 위해 행동했던 사람도, 일단 징계 의뢰가 되면 결과는 비슷하다는 인식이 조직 안에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앞으로 소신 있게 문제를 제기하겠는가. 누가 위법 가능성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겠는가. 당시 복무했던 간부들 모두가 '언제 내가 징계위원회에 불려갈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놓여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군 조직이 아니다.
지금 국방부가 왜 이처럼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지 의문이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지난해 12월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직무배제된 이후 지금까지도 그 자리가 공석이라는 사실이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 사법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장관을 보좌하며 군 수사기관 전반을 지휘·감독하고, 사건 처리의 기준과 방향을 세우는 역할을 맡는다. 군 사건은 초기에 기준이 바로 서지 않으면 자의적 판단과 무원칙한 처리가 반복되기 쉽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이 핵심 직책이 7개월 넘게 비어 있는 동안, 과연 누가 사건 처리의 기준을 세우고 있었는가. 그 공백 속에서 특정 인물이나 특정 라인이 사건 전반을 사실상 좌우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제 후반기 인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중령, 대령 진급 발표를 전후해 수많은 투서와 문제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 없는 징계와 자의적 판단이 계속된다면 군 조직의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인 정리 작업이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가리고, 책임은 개인별로 구체적으로 판단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처분의 권위가 살아나고, 조직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기준 없는 일괄 처리와 공포 분위기는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국방부는 더 늦기 전에 법무관리관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안정을 회복하고, 흔들리는 군 사법체계의 균형도 되찾을 수 있다. 계엄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과, 그 후폭풍 속에서 또 다른 부당함을 만들어내지 않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의는 단호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교해야 한다. 지금 국방부에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점이다.
필자 김백진 변호사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브라운 로펌' 대표변호사이다. 고려대 법학박사로 군 고등군사법원 판사와 국방부 및 육군본부의 검찰단 검사, 육군사관학과 교수, 방위사업청 송무담당 등을 두루 역임했다. 일반 민형사사건 등 전반을 다루지만, 특히 방위사업과 군 관련 분야에서 돋보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국유재산법, 방위사업 관련 저서 및 논문 다수가 있다. 김변호사는 화가, 소설가, 칼럼니스트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법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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