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첫 번째 책무는 영토를 지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책무를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무엇일까? 단연 '나라를 지키는 일'이 아니겠는가?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제69조의 대통령 취임선서에도 “국가를 보위”한다는 문언이 들어 있다. 여기에 헌법 제74조는 대통령을 국군통수권자로 정하고 있다. 국가와 영토를 지키는 일은 대통령에게 부수적으로 주어진 정치적 과제가 아니라 헌법이 직접 부여한 책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부전선 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사고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9월 21일 군사분계선(MDL) 남쪽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부상했다. 합참은 중간조사 결과 폭발 지점이 MDL 남쪽 10여m 지점이고, 아군 지뢰 매설 기록이 없으며,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아직 최종조사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북한의 지뢰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따로 있다. 합참은 2025년 9월 이미 이 지역 인근에서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약 1년 동안 군은 무엇을 확인했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이 내용이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됐는지, 더 나아가 군 통수권자에게까지 보고됐는지도 밝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DMZ 일대 북한군 지뢰를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번 사고 지점만 조사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북한군의 최근 작업지역과 지형 변화, 기존 감시장비 자료 등을 종합해 위험지도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제2, 제3의 사고를 막는 것이 가장 급하다.
둘째, 합참이 밝힌 “합당하고 상응한 조치”도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그동안 중단하거나 완화했던 대북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 수단 역시 선택지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 북한의 도발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변화된 상황에 맞게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도발에 아무런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어서는 안 된다.
셋째, 지난 1년간의 조치 경위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2025년 9월 최초 식별 이후 어떤 보고가 이루어졌고,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으며, 왜 지금에 이르러 사고가 발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고 누락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보고를 했는데 도대체 누가 미조치하라고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물어야 한다.
그동안 군은 12·3 계엄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왔다. 불법적인 작전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군의 존재 이유는 결국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과 영토를 지키는 데 있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다. 통수권은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다. 북한군의 지뢰가 우리 영토에서 우리 장병을 다치게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 물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언제 알았고,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에 대해 군통수권자는 분명하게 답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 김백진 변호사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베테랑 변호사로 민형사 사건을 두루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군 관련 사건-사고와 방산분야에서 뛰어난 역량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 브라운 로펌 대표변호사
- 고려대 법학 박사
- 전 고등군사법원 판사
- 전 국방부&육군본부 검찰단 검사
-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
- 전 방위사업청 송무담당
- 주요 저서 : 국유재산법, 방위사업관련 저서 및 논문 다수
- 업무 분야 : 일반 민-형사, 방위사업 및 군 관련 사건
- 그외 화가, 소설가, 칼럼니스트, 방산 강사, 방송인으로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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