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이제 주민센터의 사망신고만으로 연금기관의 신고까지 자동 처리된다.
국민이 덜 움직이는 나라가 좋은 행정이다. 가족의 죽음을 마주한 유족에게 행정 절차는 또 다른 고통이 되곤 한다. 슬픔을 추스를 틈도 없이 주민센터를 방문하고, 다시 여러 연금기관을 찾아가 비슷한 서류를 반복 제출해야 하는 현실은 우리 행정의 비효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특히 국민연금과 공무원·군인·사학연금등 직역연금을 함께 받는 연계급여 수급자의 경우 이러한 불편은 더욱 컸다.
이번에 시행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연계에 관한 법률」 개정은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한 의미 있는 변화다. 이제 유족은 주민센터 등에 사망신고만 하면 국민연금공단 등 각 연금관리기관에 별도의 사망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 행정 시스템이 사망 정보를 자동으로 연계해 처리하도록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절차 축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는 국민에게 행정의 책임을 떠넘기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가 스스로 정보를 연계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국민 중심 행정’으로 나아가는 상징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족들은 동일한 사실을 여러 기관에 반복 증명해야 했다. 행정기관 간 정보 공유가 충분히 가능함에도 국민이 직접 기관을 오가며 서류를 제출해야 했던 것이다. 특히 고령 배우자나 지방 거주 가족의 경우 이동 부담은 물론 시간·경제적 비용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행정 효율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사망 정보가 자동으로 공유되면 연금 지급 중단이나 유족급여 안내도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부정수급 가능성을 줄이고 행정 처리의 정확성을 높이는 효과 역시 기대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행 이전 사례에도 일정 부분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을 둔 점이다. 이는 제도 시행 시점에 따라 국민 편익이 달라지는 불합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법과 제도가 국민의 현실적 어려움을 얼마나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이번 개정은 사망 사실 신고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지 유족연금이나 미지급 연금 청구까지 자동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족급여 신청 등 일부 절차는 여전히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정부와 연금기관 역시 제도 변경 내용을 적극 안내해 국민 혼선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은 디지털 행정 전환 시대에 걸맞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국민은 한 번만 신고하고, 행정기관은 필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해 처리하는 구조가 정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행정 혁신이 가능하다. 출생·혼인·사망과 같은 생애주기 정보가 기관 간 자동 연계되는 시스템이 더욱 확대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품질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
행정은 국민에게 편리해야 한다. 국민이 국가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직접 움직여야 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이번 사망신고 절차 간소화는 작지만 분명한 변화이며, 앞으로의 디지털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BEST 뉴스
-
[이상규 칼럼 28] 역사는 과거의 풍경화가 아니라 현재의 실존적 해석이다
역사는 과거의 풍경화가 아니라 현재적 실존의 해석이다 - 문명의 계급 구조에서 한글 창제와 조선 지식인 사회의 권력까지 - 신이 지배했던 서양과 예제(禮制)와 성리학적 도학이 지배했던 동양은 서로 다른 문명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회의 작동 원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 세계는 크게 다르지 ... -
[굿리더뉴스] 어느 평범한 농부의 일상 이야기...무주 부남면 방경식 씨
블루베리 밭에서 마주한 무주 부남면 방경식 씨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밭과 논을 오가는 농부에게 ‘휴식’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농사철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지만, 힘든 내색보다는 웃음으로 하루를 견디는 농업인이 있... -
[이상규 칼럼 29] 한글학자가 한글을 쓰기 싫은 이유?
더는 하고 싶지 않아, 더는.. 민음사에서 기획한 한글날 기념 책 『한글』에서 배시은 시인의 「더는 하고 싶지 않아 더는」을 읽었다. 이 문장을 두 묶음으로 줄이면 무엇이 될까. 문자를 습득한다는 것은 어쩌면 문자와 헤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글을 다 떼었다... -
[화제의 신간] 우리는 매일매일 무엇에 사로잡혀 사는가?.. 철학자 김한식의 '호모 캡티부스' 출간하자마자 화제..
[굿리더뉴스=하동호 기자] 철학 부재의 시대에 철학 돌풍을 몰고온 철학자 김한식이 또다시 신작을 내놓아 화제다. 인문학자, 시인으로도 유명한 김한식은 최근 '철학, 다시오시네'라는 제목의 부드러운 철학서적으로 교보문고 인문학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등극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호모 캡티부스'라는... -
[여주=남상채] 36년 한결같은 봉사와 나눔...여주 천서리막국수 윤희정 대표, 지역사회 신망 높아..
천서리막국수 윤희정 대표 부부 모습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경기도 여주시 천서리에서 36년째 ‘천서리 막국수’를 운영하고 있는 윤희정 대표. 그는 전통 음식에 대한 장인정신,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한 오랜 봉사와 나눔으로 지역사회의 신망을 받고 있다... -
[무주=남상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전북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
미국에서 열린 '제71회 세계축제협회(IFEA) 월드 연차 총회 및 피너클 어워드 세계대회에서 참석한 황인홍 무주군수가 금상 수상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빛을 활용한 전북 무주의 반디불이 축제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