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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양삼일] 페트로 이후, 콜롬비아는 어디로 가는가

  • 콜롬비아=양삼일 기자
  • 입력 2026.06.0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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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이후, 콜롬비아는 어디로 가는가

2026 대선 전망: 서민의 선택, 제도 보수의 위기, 그리고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

실패한 대통령, 떠나지 않은 민심

2022년 8월, 구스타보 페트로 (Gustavo Petro)는 콜롬비아 역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기대는 컸다. 불평등 해소, 토지 개혁, 무장 세력과의 평화협상, 복지국가의 확대.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냉혹하다.

보건·노동 개혁은 의회의 벽에 막혔다. FARC 잔류 세력과의 '전면 평화(Paz Total)'는 뚜렷한 합의 없이 임기를 마감하고 있고, 지방 치안은 오히려 불안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 재정 적자는 GDP 대비 6.4% 수준까지 확대되며,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세제개혁안 역시 반복적으로 의회 충돌에 가로막혔다. 개혁 담론은 넘쳤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정치적 조정 능력과 실행력은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 그렇게 지난한 정체와 소음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 신임 대통령은 오는 8월 7일 취임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실패한 정부의 여당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일부 조사에서는 집권 좌파 후보인 이반 세페다 (Iván Cepeda)가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서민 경제 문제가 있다. 페트로 정부는 임기 내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특히 2026년 초에는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23.7% 수준의 인상안을 강행했다. 최고행정법원 (Consejo de Estado)이 위법 가능성을 지적하며 제동을 걸었지만, 정부는 새로운 행정 명령을 통해 정책을 유지하려 했다. 최종 사법 판단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제도적 틈을 활용한 셈이다.

의회와 법원이 그의 개혁을 막아섰을지라도, 많은 저소득층 유권자들에게는 실제 생활 속 소득 증가 체감이 더 중요하게 작동했다. 비공식 노동자와 서민층에게 거대한 개혁 담론보다 매달 손에 쥐어지는 임금의 변화는 훨씬 직접적인 현실이었다. 많은 이들은 페트로 정부의 정책 실패보다, 자신들을 위해 기존 기득권과 충돌하는 권력이라는 이미지를 더 강하게 기억하고 있다.

삼파전, 숫자가 말하는 것

그러나 이번 대선은 더 이상 단순한 좌우 대결이 아니다. 지금 콜롬비아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정치적 감정과 사회적 욕망이 동시에 충돌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5월 31일 1차 투표를 앞두고, 세마나 (Semana)와 AtlasIntel의 최신 조사(5월 18~21일, 4,531명)에 따르면 1차 투표 지지율은 세페다가 38.7%,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Abelardo de la Espriella)가 37.3%, 팔로마 발렌시아 (Paloma Valencia)가 14.3%를 기록했다. 사실상 1·2위의 기술적 동점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결선 시뮬레이션이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와 세페다가 맞붙는 가상 구도에서는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50% 대 41.3%로 앞서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겉으로 드러나는 흐름만 놓고 보면 데 라 에스프리에야의 상승세가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세페다에 대한 거부감이 일정 수준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도 성향의 부동층 표심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다. 과루모 (Guarumo) 조사 기준 약 15% 안팎으로 추정되는 이 유권자층은 2022년 대선에서도 막판 판세를 흔든 바 있다. 결국 팔로마 발렌시아가 이 중도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선거 시나리오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콜롬비아 대선은 조사기관별 편차와 지역별 차이가 매우 크고, 부동층 비율 또한 상당해 최종 결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 후보, 세 개의 콜롬비아

첫 번째: 페트로 이후의 좌파 콜롬비아 - 이반 세페다 (Iván Cepeda)

세페다는 인권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우리베 (Álvaro Uribe)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고발하며 보여준 집요함과 도덕적 이미지는 진보 진영과 지식인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행정 경험의 부재는 여전히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페다가 집권할 경우 페트로 정부가 겪었던 의회 양극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콜롬비아의 대통령은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제한된 권력을 가진다. 의회, 사법부, 지방 정치, 지역 토호 세력, 경제 엘리트, 무장 세력, 언론 권력이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페트로는 이 구조를 정면 돌파하려다 고립됐다. 세페다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더 큰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그가 진정한 국가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제 운동권 언어를 넘어 합리적 우파와 기술 관료층까지 포괄하는 대연정 메시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직 그는 정치적 시간이 남아 있는 인물이다. 만약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그런 유연성과 통합의 언어를 보여준다면, 그것 자체가 콜롬비아 정치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극우 포퓰리즘의 콜롬비아 -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Abelardo de la Espriella)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능력 있는 변호사다. 그러나 공공 행정 경험은 전무하다. 그는 강한 미디어 노출과 자극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일부에서는 그를 '부폰 (Bufón, 광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를 단순한 해프닝 정치인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와 자이르 볼소나루 (Jair Bolsonaro)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한때 우리베 전 대통령의 법률팀에 참여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베 진영 내부에서도 그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전통적인 우리비스타 (uribista)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개인형 미디어 정치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위험성은 법률적 기술, 강한 대중 동원형 정치, 그리고 그 주변에 결집하는 기회주의적 브로커 세력이 결합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지금 콜롬비아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한 극우의 부상이 아니다. 시민들이 점점 제도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치안 불안과 경제 침체, 반복되는 부패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복잡한 절차보다 '강한 사람 하나가 와서 정리해주길' 기대하기 시작한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바로 그 감정을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세 번째: 제도 보수의 콜롬비아 - 팔로마 발렌시아 (Paloma Valencia)

팔로마 발렌시아는 준비된 보수 정치인이다. 전임 대통령 가문의 후광 속에서 성장했고, 상원에서 날카로운 논리와 안정적인 메시지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기업과 중산층, 제도권은 그녀를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후보로 바라본다.

하지만 바로 그 안정감이 동시에 한계가 되기도 한다. 오늘의 콜롬비아는 지나치게 많은 분노를 품고 있다. 비공식 노동자, 지방 폭력 피해자, 몰락한 중간층, 청년 실업층은 단순히 안정된 엘리트 정치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분노와 불안을 대신 말해줄 강한 목소리를 찾고 있다. 지금 그 공간을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엘리트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 역시 결선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겉공기와 속공기 사이, 그리고 마지막 변수

표면적인 상승세는 데 라 에스프리에야 쪽으로 보였지만, 선거 막판 흐름은 다시 요동치고 있다.

5월 24일 마지막 공식 유세일을 앞두고, 스페인 엘 파이스 (El País)와 언론인 다니엘 코로넬 (Daniel Coronell)의 보도를 통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Nicolás Maduro) 정권과 연관된 금융 브로커로 알려진 알렉스 사브 (Alex Saab) 관련 자금이 데 라 에스프리에야 측 계좌로 송금됐다는 의혹 문건이 공개됐다.

여기에 군 복무 문제와 여성 기자들을 향한 부적절한 언행 논란까지 겹치며, 선거 직전 그의 이미지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시에 자유당 총재이자 전 대통령인 세사르 가비리아 (César Gaviria)가 움직였다. 파블로 에스코바르 (Pablo Escobar)의 마약 카르텔과 싸우고 1991년 신헌법 제정 과정의 핵심 인물로, 오랫동안 콜롬비아 정치권의 조정자 역할을 해온 그는 선거 막판 팔로마 발렌시아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페트로 정부 출범 때 좌파 연립에 참여했던 그가 겉공기가 데 라 에스프리에야를 가리키는 그 순간 팔로마의 폐막 집회에 등장한 것이다. 이로써 보수당, U당, 캄비오 라디칼 (Cambio Radical), 자유당까지 4개 야당 블록이 사실상 결집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콜롬비아 정치권 안에서는 가비리아가 보수 재편 가능성을 감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Uniandino - 로스안데스 학맥의 기묘한 정치공학

흥미롭게도 이번 선거 우파·중도 진영의 핵심 인물 상당수는 모두 로스안데스 대학 (Universidad de los Andes)과 연결된다. 팔로마 발렌시아는 대학 창립자 마리오 라세르나 (Mario Laserna)의 손녀이며, 법학·철학·경제학을 공부했다. 세르히오 파하르도 (Sergio Fajardo)는 같은 대학 수학과 교수 출신이다. 마리아 앙헬라 올긴 (María Ángela Holguín)은 로스안데스 정치학 출신으로 산토스 정부 8년간 외무장관을 지냈다. 마리아 페르난다 카발 (María Fernanda Cabal)도 같은 대학 정치학과를 나왔다. 가비리아 또한 로스안데스 경제학과 출신이다. 법학, 수학, 정치학, 경제학 - 전공은 달랐지만 모두 같은 캠퍼스를 거쳤다.

그러나 이 인맥은 하나로 결집하지 못했다. 카발의 남편이자 콜롬비아 최대 목축업자 연합 페데간 (Fedegán) 수장인 실리주의자 라폴리 (José Félix Lafaurie)가 데 라 에스프리에야를 선택하며 센트로 데모크라티코 (Centro Democrático)를 이탈했고, 파하르도와 팔로마의 바랑키야 회동은 합의 없이 결렬됐다. 정치 양극화와 우리베라는 상징을 둘러싼 지분 경쟁이 더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팔로마가 우리베와 거리를 두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충성심 때문만이 아니다. 3월 총선에서 센트로 데모크라티코는 상원 17석을 확보하며 제2당이 됐다. 팔로마가 집권하더라도 의회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세력이 필요하다. 반면 파하르도는 페트로와 우리베라는 양극화 구조를 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계산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베 본인은 총선 낙선으로 원외 인사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도적 책임은 줄어들고 정치적 상징성만 남는 구조. 어쩌면 그것이 더 강한 영향력일 수도 있다.

종합 전망: 민주주의의 진짜 숙제

결국 승부는 2차 결선 투표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세페다가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한 뒤, 팔로마가 막판 변수 속에서 데 라 에스프리에야를 제치고 결선에 진출한다면 콜롬비아는 극단적 양극화를 피하면서도 매우 치열한 중도 재편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결선에 진출할 경우, 세페다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좌파 정부는 분열된 의회 구조와 강한 사회적 저항 속에서 매우 어려운 통치를 이어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우파 통합 실패와 높은 투표율이 겹친다면, 콜롬비아는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좌파 정권을 선택할 가능성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우파는 분열돼 있고, 서민 경제 영역에서 체감된 변화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롬비아 민주주의의 진짜 시험은 단순히 누가 이기느냐에 있지 않다. 이긴 자가 진 자를 어떻게 끌어안느냐에 있다. 페트로 정부가 임기 내내 남긴 가장 무거운 숙제 역시 바로 그 통합의 통치 능력이다.

콜롬비아의 선택은 단지 한 나라의 선거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날 라틴아메리카 민주주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과 콜롬비아가 문화·경제·교육 협력을 넓혀가는 지금, 누가 8월 7일 카사 데 나리뇨 (Casa de Nariño, 대통령궁)에 입성하느냐는 우리에게도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니다.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문화재단 대표

보고타, 2026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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