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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식의 축시] 스승의 날에 부쳐...스승이라는 등불...

  • 김한식 시인 기자
  • 입력 2026.05.15 08:30
  • 글자크기설정

  • 오늘날 스승이 드문 시대에 진정한 스승을 기다리며...인간은 끝까지 배우는 존재..

교실 1-1.jpeg

 

스승의 등불

               - 김한식 -

 

우리는 고단한 나그네 길에서

 

평생 배우다가

 

끝내 다 배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제삿상 지방에도

 

학생이라는 이름을

 

남겨 두었는지 모릅니다

 

죽어서도 인간은

 

배움을 마치지 못하는 존재이듯이

 

공자는 말합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그 기쁨은 아마

 

남보다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조금 더

 

사람다워지는 삶일 것입니다

 

세상에는

 

"나는 바담풍 해도

 

너희는 바람풍 해라” 하며

 

말은 높지만

 

삶은 지극히 낮은

 

어설픈 가르침도 있습니다

 

참된 스승은

 

말로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한겨울 눈길을 걸어가며

 

자신의 발자국으로 가르칩니다

 

예수는

 

아주 낮은 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며

 

"너희는 모두 학생이다"고

 

가르칩니다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은

 

끝까지 배우려는 사람이라는 듯이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스승은

 

지식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깊은 어둠 속에

 

오래 꺼지지 않을

 

등불 하나 밝혀 준 사람입니다

 

ㅡ <해석> 삶으로 남는 가르침의 불빛 -

 

김한식 시인의 「스승의 등불」은 단순히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시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참된 가르침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조용하면서도 묵직하게 성찰하는 시입니다. 스승의 날이라는 기념의 자리를 넘어, 인간 존재 전체를 하나의 ‘배움의 길’로 바라보는 깊은 인문학적 사유가 이 시의 바탕에 흐르고 있습니다.

 

시는 첫 행부터 인간 존재를 “고단한 나그네 길” 위에 놓습니다. 여기서 삶은 정착이 아니라 여정입니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며 길 위를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배움이 끝내 완성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평생 배우다가 끝내 다 배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납니다”

 

이 짧은 구절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겸허가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끝내 완전한 지혜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삶은 다 배울 수 없고, 인간은 늘 미완의 상태로 남습니다. 그러나 시는 그 미완을 결핍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끝까지 배우려는 태도 자체를 인간다움의 본질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시인은 우리 전통 제례문화 속의 “학생(學生)”이라는 표현을 끌어옵니다. 옛사람들은 제사상 지방에조차 ‘학생부군신위’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단순한 신분 표시가 아닙니다. 죽은 뒤에도 인간은 여전히 배우는 존재라는 사유가 그 안에 스며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시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를 넘어섭니다. 배움은 생존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태도이며, 인간은 죽음 앞에서도 끝내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어 시는 공자의 말을 불러옵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그러나 시인은 여기서 배움의 기쁨을 경쟁의 언어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배움을 성공의 수단으로 이해합니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소유, 더 우월한 위치를 얻기 위한 도구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시는 공자의 말을 통해 배움의 본래 의미를 되살립니다. 배움의 참된 기쁨은 남보다 높아지는 데 있지 않고, “어제보다 조금 더 사람다워지는 삶”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구절은 시 전체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배움은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인간 수양의 문제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무엇을 많이 아는 존재가 아니라, 얼마나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가를 통해 성숙해진다는 것입니다. 시는 현대 사회의 경쟁 중심적 교육관을 조용히 넘어섭니다. 그리고 인간다운 삶의 깊이를 묻습니다.

 

그러나 시는 인간 세계의 어두운 그림자 또한 외면하지 않습니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희는 바람풍 해라” 

 

이 오래된 속담은 말과 삶이 어긋난 위선적 가르침을 상징합니다. 여기서 시는 참된 스승과 거짓된 권위를 대비합니다. 말은 높지만 삶은 낮은 사람들, 가르침을 권력처럼 사용하는 사람들, 자신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만 도덕을 강요하는 사람들. 시는 그런 허위의 세계를 짧지만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그렇기에 이어지는 구절은 더욱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참된 스승은 말로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 문장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윤리적 선언입니다. 참된 가르침은 언어 이전에 삶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참된 스승의 모습을 “한겨울 눈길을 걸어가며 / 자신의 발자국으로 가르치는 사람”으로 형상화합니다. 이것은 매우 아름다운 비유입니다. 눈길에는 말이 남지 않습니다. 대신 걸어간 자의 흔적만 남습니다. 참된 스승은 명령하지 않습니다. 먼저 살아 냄으로써 길을 보여 줍니다.

 

이 대목에서 시는 자연스럽게 예수를 불러옵니다.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장면은 인간 역사 속에서 가장 낮은 자리의 가르침을 상징합니다. 스승이 제자의 발을 씻는다는 것은 권위의 전복입니다. 가장 높은 자가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순간, 가르침은 비로소 사랑이 됩니다.

 

그리고 예수의 말, “너희는 모두 학생이다”는 이 시의 핵심 정신을 완성합니다.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은 더 이상 배우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배우려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참된 스승은 자신을 완성된 존재로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끝없이 배우는 사람이며, 그래서 더 낮아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의 마지막은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으로 마무리됩니다.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스승은

 지식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깊은 어둠 속에

 오래 꺼지지 않을 등불 하나 밝혀 준 사람입니다”

 

여기서 ‘등불’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밝혀 주는 빛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며 어둠을 통과합니다. 절망과 실패, 외로움과 상처의 시간을 지나갑니다. 그때 끝내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화려한 이론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작은 불빛 하나입니다. 시는 바로 그 불빛을 남겨 준 존재를 참된 스승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스승의 등불」은 결국 스승을 노래하는 시이면서 동시에 인간다운 삶의 본질을 묻는 시입니다. 인간은 끝까지 배우는 존재이며, 참된 배움은 사람을 더 높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참된 스승은 지식을 가르친 사람이 아니라, 삶으로 길을 밝혀 준 사람이라는 것. 인간은 결국 누군가의 등불로 살아간다고. 가장 위대한 가르침은 말이 아니라, 끝내 삶으로 남는 빛이라고 잔잔히 들려줍니다. 

 

스승의날 1-1.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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