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최진] ‘세기의 담판’이 세계속의 관심속에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두 정상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사실상 ‘소리없는 핵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탓일까? 회담 장소가 시진핑의 홈그라운드인 중국이어서 일까?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시진핑 주석이 다소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는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방어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대만 문제만 해도 시진핑은 “건드리면 큰일 난다”고 엄포성 경고를 하고, 트럼프는 “너무 걱정마라”며 안심시키려는 듯한 모양새다. 시주석은 자신의 주장을 펴며 “역사와 세계와 중국 인민이 묻는다”고 말하면, 트럼프는 “우리는 지금까지 잘 해왔지 않느냐”는 식으로 달래려는 듯한 모양새다.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질서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미국과 중국 중심의 양극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트럼프와 김정은간의 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질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제 미중 정상회담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력 의지를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시 주석은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양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이고 양국 관계의 안정은 세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함께 환상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진 국빈 만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인됐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완전히 양립할 수 있고, 서로의 성취는 세계를 이롭게 할 것"이라며 두 정상의 캐치프레이즈를 나란히 언급하며 '공존'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면서 "우리는 중국 대표단과 매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화와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오는 9월 24일 백악관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다.
지난해 미중은 관세와 수출 통제 등을 둘러싸고 거친 충돌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에는 갈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무역 휴전'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기술·금융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동행하며 경쟁 속에서도 경제 협력 가능성을 부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양국 관계의 새 틀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제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두 정상이 정면충돌보다는 갈등 관리 기조를 이어가며 경제 안정과 국내 여론 관리에 우선순위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전 이후 지지율 하락 압박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관리가 핵심 과제로 꼽히고, 시 주석 역시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 싱크탱크 아시아그룹 파트너인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논평에서 "지금까지 이번 회담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이라면서 "두 정상이 향후 3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내년까지는 이런 안정을 유지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양국 기업에 대체로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닉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를 규정하는 근본적인 구조적 긴장과 전략적 경쟁을 해결하지는 못하면서도 전술적인 안도감을 주는 등 예상된 경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올해 최대 4차례로 전망되는 만남을 통해 이 같은 상황 관리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이어 시 주석의 미국 답방과 올해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강한 리더십을 구축한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가 향후 미중 관계 안정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 중 하나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정상이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상호주의'를 내세운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인들을 언급하며 "그들은 (중국과의) 무역과 사업을 고대하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 측에서도 전적으로 상호주의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 기업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 주석 역시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호혜와 윈윈"이라며 "이견과 마찰에 직면했을 때 평등한 협상이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관세와 수출 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강경 대응을 이어온 미중 양국이 이번에는 협력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상호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일방적 양보 없는 거래와 균형을 관계의 기본 원칙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측 모두 협력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자국 이익을 전제로 한 '조건부 협력'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온도 차는 이번 회담에서 확연히 재확인됐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규정하며 공개 경고 메시지를 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 "이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하거나 심지어 분쟁으로 이어져 전체 중미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전보다 한층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논의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백악관의 공식 발표 내용에서도 대만 문제는 빠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미국산 무기 수출 문제 등에서 일정 부분 양보할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일단 공개적으로는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대만 지원 기조 자체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계산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있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유연성을 보이지 않도록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이 대만 문제에서 '위협구'에 가까운 '견제구'를 던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대만 관련 '침묵'이 향후 어떤 함의를 가질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각이 상당하다.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대만의 독립도, 중국의 대만 침공도 용인하지 않는 것이 역대 미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 하에 견지해온 대만해협 관련 '현상유지'인데, 미중 사이 현상유지의 균형추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쪽으로 조금 더 옮겨가게 된다면 그것은 동북아 정세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미국은 이란 문제에 방점을 찍으며 중국의 일정 부분 협조를 끌어냈다는 점을 부각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화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시 주석은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시 주석은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측에선 이란 문제와 관련한 양국 합의사항에 대해 별도의 발표가 없었다. 다만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 등 주요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에너지 안보와 중동 전략 차원에서 이란과 긴밀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협조하거나 개입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안정과 원유 공급 정상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미국 주도의 대이란 전략에 전면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 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중국은 대만을, 미국은 이란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현재로선 공식 발표를 보면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강조하는듯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15일 티타임과 오찬을 끝으로 이번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한다. 미중 무역위원회 및 투자위원회 신설, 인공지능(AI) 관련 안보 협력,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의 대중 수출 확대 등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형태의 구체적 결과물이 나올지 주목된다.
과연 세기의 담판이 세계인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될지, 그리고 세계질서가 어떻게 변할지 세계인의 이목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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