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사진)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지금의 방송기금,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본래 방송 산업의 공공성과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지금의 운영 방식은 그 취지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최근 드러난 사례들은 이 기금이 ‘발전’을 위한 재원이 아니라, 특정 사업자에게 집중된 부담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같은 적자 상황에서도 사업자에 따라 부담이 극명하게 갈린다. 일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은 대규모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기금이 감경되거나 사실상 면제되는 반면,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적자 상태에서도 기금을 전액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심지어 제한적인 이익을 낸 사업자가 그 이익을 초과하는 기금을 부담하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형평성 논란을 넘어, 제도의 정당성 자체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적 기금이 특정 사업자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공정한 제도라 보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제도 설계에 있다. 현재 방송통신발전기금은 사업자 유형별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지상파와 종편은 광고매출을 기준으로 하고, 유료방송은 방송서비스 매출을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에 감경제도 역시 일부 사업자군에만 적용되면서 동일한 재무 상황에서도 실제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즉,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기준과 규칙을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공정 경쟁의 기본 원칙과 배치될 뿐 아니라, 정책이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 구조 바깥에 있는 사업자들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은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부담에서는 사실상 제외되어 있다.
이들은 이미 광고 시장과 콘텐츠 소비 시간을 빠르게 잠식하며 방송 산업의 핵심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금 부담은 전통 유료방송과 일부 방송사업자에게만 집중된다. 결국 “경쟁에서 밀린 사업자일수록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결과는 명확하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투자 여력은 위축되고, 지역 채널과 공공 콘텐츠 기반은 약화되며, 국내 방송 생태계는 점차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미디어 주권과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이제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동일한 서비스는 동일한 규제를 받지 않는가. 왜 적자 사업자는 기금을 내고, 성장하는 플랫폼은 면제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이 없다면, 현행 제도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도입해 OTT를 포함한 전체 미디어 사업자를 하나의 규제 체계 안에서 바라봐야 한다.
둘째, 매출·광고·이익 등으로 나뉘어 있는 산정 기준을 정비해 비교 가능한 공통 기준으로 통합해야 한다.
셋째, 감경제도를 특정 사업자에 한정하지 말고 재무 상태와 공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모든 사업자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 상황에 따라 부담을 조정하는 탄력적 기금 체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그 부담은 산업의 일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공정한 제도는 모두에게 동일한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원칙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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