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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양삼일의 중남미 시선 9] 칠레 극우정권의 '고독 정치'...국민의 고독감을 이용한 정치...

  • 콜롬비아 양삼일 기자
  • 입력 2026.04.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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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은 '불안의 정치'..콜롬비아는 5월 대선...좌파 1위, 우파는 분열..."당신은 오늘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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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취임한 칠레의 카스트 대통령

                     

[콜롬비아=양삼일의 중남미 시선9] 세상에, 국민들의 고독감과 불안감을 이용해서 집권한 나라도 있다. 바로 한달 보름전에 집권한 칠레의 카스트 정권이다. 이를 콜롬비아에서 지켜본 양삼일 세종학당이 굿리더뉴스에 단독으로 기고해왔다. [편집자주]   

 

                      칠레의 ‘고독의 정치’

- 불안이 만든 선택, 중남미의 ‘블루 타이드’(우파 정치) - 


2026년 3월 11일, 칠레 산티아고.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제4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치안 없는 민주주의는 허구다. 치안 없는 자유는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피노체트 군사독재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극우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독재자의 선동이 아니었다. 일상의 공포에 떨던 시민들에게 던진 구원의 메시지였다.


석 달 전인 2025년 12월 14일, 산티아고 광장은 빨간 모자의 물결로 가득했다. 결선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지지자들은 "Make Chile Great Again"이라는 문구를 흔들며 환호했다. 카스트는 58.2%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칠레 국민의 67%가 치안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연간 800건이 넘는 납치와 갱단의 유입은 통계가 아닌 실존적 위협이었다. 


유권자들은 이념이 아니라 '불안'에 투표한 것이다. 다비드 알트만 교수의 말대로, 유권자들이 파시스트가 된 것이 아니라 좌파에 등을 돌린 상태에서 안착할 유일한 곳이 카스트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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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대선 유세 모습

 

고독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에너지 


나는 이 흐름을 '고독'이라 정의한다. 국가는 나를 보호하지 못하고, 경제는 내일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웃은 점점 낯선 얼굴이 되어간다. 공동체가 해체되어 홀로 남겨진 개인의 고독은 분노가 되고, 그 분노는 "빠르게 정리해 줄 누군가"를 찾는다. 


극우 정치는 그 지점에서 증오가 아닌 '질서'라는 이름의 위로로 다가온다.


보고타에 거주하는 내게도 이 현실은 낯설지 않다. 고급 레스토랑의 강도 사건이나 아파트 경비원이 외부인과 짜고 침입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면서, 도시는 각자의 성곽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두 달에 한 번씩 구두를 닦으러 오던 청년은 이제 현관 앞에서 이웃들의 눈치를 본다. 낯선 얼굴은 철저히 신원을 증명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삭막함만 남았다. 


치안이 무너지며 공동체의 축제는 사라지고, 각자의 요새 안에서 서로를 경계하는 고립된 삶이 일상이 되었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갈림길 


이 불안 위에서 콜롬비아의 5월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법정 기본급을 20% 이상 인상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이 정책이 지지를 얻는 이유는, 당장 오늘을 버텨내야 하는 서민들에게 "국가가 나를 잊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언어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좌파 후보가 38%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우파는 분열되어 있다.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단일화를 강력히 촉구했음에도 후보들 간의 이해관계는 평행선을 달린다. 안전과 질서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그 열망을 담을 그릇을 만들지 못하는 우파의 분열은, 대중을 더 깊은 정치적 고독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들이 1차 투표 전에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지지층이 기권으로 돌아선다면, 이는 곧 좌파 정권의 재창출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브라질 역시 극적이다. 올해 2월 룰라 대통령의 방한으로 양국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되었고, 이재명 대통령을 브라질로 초대하는 등 외교적 밀월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80세에 접어든 룰라의 고령은 유권자의 불안을 키우는 변수다. '포스트 룰라'가 부재한 상황에서 보우소나루의 아들을 앞세운 우파가 '젊고 강한 질서'를 내세운다면, 브라질 역시 블루 타이드의 파도에 휩쓸릴 수 있다.



맺음말: 정치가 찾아야 할 진정한 언어 


결국 본질은 정치가 고독한 개인들에게 어떤 언어를 건네느냐에 있다. 페트로의 기본급 인상이나 카스트의 강력한 질서가 지지를 얻는 이유는 하나다. 그들이 대중의 불안에 가장 먼저 응답했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 언어를 찾지 못할 때, 사람들은 자유를 포기해서라도 질서를 선택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오늘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오늘 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콜롬비아=양삼일 세종학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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