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리더뉴스] 시집인가? 철학적 에세이인가? 둘다 맞다. 철학이 살아숨쉬는 시집이라고 할까?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인문학자요 신학자이기도 한 김한식은 요즘 보기드문 선비형 지성인이다. 그가 춘삼월에 '시가 철학을 건널 때에'라는 제목의 시집을 펴냈다. 소리없이 빠른 반향이 예사롭지 않다. 시가 철학을 건널때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편집자주]
시는 철학보다 먼저 도착해
버려진 얼굴들 곁에서
영원을 두드립니다.
시간과 존재 문명을 건너는
김한식 시인의 깊고도 맑은 사유
경계 위에서 인간의 얼굴을 묻다
이 시집은 시가 철학을 건너는 자리에서 인간의 얼굴을 다시 묻는 여정입니다. 세계가 개념으로 굳어지기 전에, 삶이 이론과 체계 속에 봉인되기 전에, 시는 경계 위에 서서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인간의 표정을 더듬습니다. 여기서 ‘경계’는 시와 철학, 감각과 사유, 개인과 문명, 침묵과 언어 사이에 놓인 흔들리는 문턱이며, ‘얼굴’은 그 문턱에서 마주치는 타자의 존재이자 스스로에게서 멀어져 가는 인간성의 마지막 흔적입니다.
- 추천의 말 -
시가 철학을 건널 때에 인간은 다시 길 위에 서게 됩니다. 시인의 시는 사유를 부르고, 사유는 다시 시를 향해 다아갑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이 여섯 번이나 철학자들을 초대하는 이유는 학문적 장식이 아니라, 시간, 존재, 깊이, 윤리, 영원, 문명이라는 인간 조건의 핵심 층위를 통과하기 위한 동행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자들은 길 위의 대화자이며 시는 그 사유를 삶의 언어로 되돌리는 가장 감각적인 매개가 됩니다.
이 시집은 시와 철학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인문적 실험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탐색입니다. 베르그송의 지속, 하이데거의 시간성, 리쾨르의 서사적 자아, 바슐라르와 퐁티의 깊이와 몸의 사유, 아도르노와 바우만, 아감벤의 문명 비판이 시적 이미지와 리듬 속에서 숨쉬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개념은 차가운 정의가 아니라, 침묵과 기다림의 언어로 변주됩니다.
「바람 지나고」에서 시작된 삶의 여정은 「지성소로 가는 길」에서 철학적 인간학을 결정적으로 압축합니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도상의 상처 속에서 타자를 향해 멈추는 순간에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성찰이 조용히 제시됩니다. “늦게나마 사람이 되는 연습”이라는 고백은 시가 도달한 윤리적 결론이자, 문명 속에서 인간의 품격을 되묻는 낮고 깊은 선언입니다.
이 시집은 시가 철학을 건너 도착한 자리를 보여 줍니다. 그것은 개념의 정상이나 초월의 하늘이 아니라, 갈빛으로 물드는 들판에서 타인의 얼굴을 비추기 위해 멈추는 한 인간의 고요한 자리입니다. 「시가 철학을 건널 때에」는 시와 철학, 감각과 사유, 침묵과 윤리를 잇는 시적 징검다리이며 오늘의 독자에게 인간됨의 깊이를 다시 묻는 인문적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고단한 길 위에서 시인은 우리가 아직 포기하지 않은 인간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 줍니다.

저자 김한식 시인은 책읽기를 필생의 과업으로 생각하여 난을 키우고 시를 쓰며 역사 철학 종교 문학을 두루 배워가며 살고 있다. 광신대학교에서 철학개론과 종교철학, 시론, 문화사, 동양사상사, 사회학을 두루 강의한 인문학도로서 지금은, 거대한 현대 문명과의 대결로 광교 산자락의 뙈기밭에서 풋풋한 채소를 가꾸며 고전의 숲길을 걷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시집인「하늘문의 고리」, 「꿈꾸는 오두막집」, 「빛은 그림자를 남기고」, 「별빛 언어로 걷다」「시간에서 영원을 두드리다」, 「시가 철학을 건널 때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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