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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양삼일의 중남미 시선 3] 똑똑한 사람들이 '집단적 어리석음'에 빠지는 이유는..내 마음속에 히틀러는 없는가..

  • 콜롬비아 양삼일 기자
  • 입력 2026.03.2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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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은 한계가 있어...이성과 영성이 균형을 갖추어야..본회퍼가 한국인들에게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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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리더뉴스] 우리 마음속에 히틀러는 없는가? 똑똑한 독일 국민들이 나치 광신도가 되어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 국민은? 이에 양삼일 이사장은 오랜 중남미 동포답지 않게 '국제적인 시선'으로 말한다. [편집자주]

 

'집단적 어리석음'에 대하여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나치 시대에 디트리히 본회퍼가 말한 ‘집단적 어리석음’에 대한 글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글은 한 사회가 어떻게 집단적 어리석음에 빠져 결국 전체주의 정권을 지지하게 되는지에 대한 독일 신학자의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글에 따르면, 본회퍼는 감옥에 있는 동안 이런 의문을 가졌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교양 있고 발전된 민족 중 하나로 알려진 독일인들이 어떻게 히틀러의 비이성적이고 범죄적인 정책을 열렬히 지지할 수 있었을까? 그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독일 사회는 ‘집단적 어리석음’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것이었고, 이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조차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사회적이고 전염성 있는 현상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글은 카를로 치폴라가 제시한 인간 어리석음의 다섯 가지 법칙도 언급하며, 쿠바의 카스트로주의나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 같은 사례를 집단적 어리석음의 예로 제시합니다. 이 분석은 사회적 조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진단만으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위기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문제를 단순한 설명으로 축소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고민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현실을 단지 ‘집단적 어리석음’이라는 렌즈로만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본회퍼의 진단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간의 이성은 역사 속에서 수없이 시험대에 올랐고, 그 결과는 때때로 참혹했습니다. 도구적 이성이 윤리에서 분리되고 목적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었을 때, 인류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오늘날 이성에만 의존하는 시대가 이미 시험을 받았고, 그 한계가 드러났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서구 사회는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외면한 채, 여전히 다른 곳에서 새로운 답을 찾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가치관의 위기 속에서 서구의 많은 사람들은 동양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영적(靈的) 공백을 채우기 위해, 그들은 불교의 자비와 초연함 혹은 이슬람의 공동체적 연대(움마)와 같은 가르침에서 답을 찾고자 합니다. 이러한 철학들은 서구 사회의 과도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원칙들이 자기 성찰과 개인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는 질문하고 싶습니다. 우리 자신의 위기 원인을 제대로 성찰하지 않고, 외부의 가르침만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충분할까요?


서구 사회가 진정한 회복을 이루려면 외부에서만 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구 문명은 기독교적 가치 위에 세워졌습니다. 영적 존재와 영적 세계에 대한 기독교의 가르침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성찰을 통해 겸손함을 찾도록 돕는 힘이 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내면의 그림자와 마주할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본회퍼는 또한 책임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에게 신앙은 단순히 교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도전 앞에서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헌신이었습니다. 도구적 이성의 위험을 인식한 그는, 영적 성찰과 도덕적 용기를 바탕으로 한 삶을 지지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간 본성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성찰이 부족한 태도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본회퍼의 진단은 여전히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집단적 어리석음은 새로운 차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직접적인 선전이나 억압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과잉과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우리의 인식을 교묘하게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정보 거품과 가짜 뉴스는 진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며,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명확성과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이 이성과 영성의 균형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이성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이성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과 신중함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확고한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더 공감적이고 깨어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영적 성찰을 키워야 합니다.


본회퍼의 경고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이성을 넘어 우리의 인간성을 진정으로 회복하는 길을 찾을 때입니다.


우리 문명에 필요한 것은 이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또 다른 폭력이 아니라, 공감과 겸손, 연대로 우리를 이끄는 영적 성찰입니다.


서구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제어되지 않은 이성의 오만함을 내려놓을 때만, 영적 비전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희망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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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양삼일 이사장

남미 콜롬비아에서 40여년간 살면서 문화와 정치를 기록하고 있는 필자는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 문화재단 이사장과 보고타 세종학당장, 메데진 시립대 한국문화혁신센터 공동소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중남미 사회를 동시에 읽는 통찰력을 인정받아 콜롬비아 하원문화교류 공로상(2025),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공자 감사장 등 많은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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