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요즘 한국 정치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있는가? 하물며 적에게도 존경받는 지도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세상이다. 여기 이슬람의통치자 살라딘의 리더십을 통해 우리 정치를 되돌아보자.
'적에게도 존경받은 지도자'
살라딘을 설명할 때 따라붙는 이 표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과연 관용의 영웅이었을까, 아니면 또 하나의 정복자에 불과했을까.
12세기 십자군 전쟁 속에서 살라딘은 분열된 이슬람 세계를 통합하고 예루살렘을 탈환했다. 특히 승리 이후 보여준 절제된 대응은 그의 이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무차별 학살 대신 협상과 제한된 관용을 선택한 점은, 전쟁 속에서도 일정한 기준을 지키려 했던 지도자의 모습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그는 단순한 정복자를 넘어 ‘절제된 권력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의 행위는 분명 군사력에 기반한 권력 확장이었다. 종교적 명분 아래 전쟁을 수행했고, 결과적으로는 상대에게 침략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즉, 살라딘은 영웅과 침략자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오늘날 정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현대 국제 사회에서도 강대국들은 여전히 ‘정당한 개입’이나 ‘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종종 또 다른 갈등과 불신을 낳는다. 힘의 사용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사용 방식과 이후의 태도에서 지도자의 평가가 갈린다는 점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살라딘과 현대 정치의 차이는 기술이나 제도가 아니라, ‘권력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그는 승리 이후 최소한의 질서와 통제를 유지하려 했지만, 오늘날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단기적 이익이나 권력 유지를 위해 갈등을 확대하거나 타협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오히려 장기적인 불안정성을 키우는 선택이 된다.
그렇다면 살라딘을 통해 오늘날 우리정치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힘의 사용 자체보다 그 이후의 책임이 더 중요하다.
둘째, 상대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관리 가능한 관계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정치적 명분이 실제 행동과 괴리되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결여될 때, 지도자는 쉽게 ‘영웅’이 아닌 ‘침략자’로 기억된다.
결국 살라딘을 둘러싼 논쟁은 과거의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날 지도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을 제시한다. 강한 힘을 가진 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는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침략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경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시험받고 있다. [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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