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김한식의 시] 유통기한 없는 눈깔사탕..달콤하지만 영양 없는 욕망을 비유...

  • 김한식 기자
  • 입력 2026.02.27 16:18
  • 글자크기설정

눈깔사탕.png

 

유통기한 없는 눈깔사탕

                         - 김한식 시 -

저녁 뉴스 뒤로 욕망이 줄을 선다

드라마의 눈물과 예능의 웃음,

박수소리에 출렁거리는

트로트의 고음과

광고의 반짝거림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심장을

포장지로 싸매어 유통한다

스크린 위의 사랑은

구매 가능한 옵션이 되고

화면 속에 눌린 슬픔은

구독 버튼 아래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호모 사케르의 고독은

정밀한 데이터로 환산되어

알고리즘의 손바닥 위에

조용히 눕혀진다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광고는

아직, 충분히 갖지 못했다고

끝없는 욕망을 부추기며

더 크게 울고

더 많이 소비하라 다그친다

나는 열광의 박수로

자신을 상품으로 재생산 한다

내 취향은 브랜드가 되고

기억은 콘텐츠가 되어

사랑은 클릭 수로

존재는 조회 수로 환전된다

이제, 욕망은

결핍에서 솟아나지 않고

공장에서 새롭게 찍혀 나온다

욕망에 끌려다니는

네온 빛 도시는

기도인지 설교인지 모를

어눌함으로 속삭인다

구매하라, 구독하라, 공유하라

그러면 구원을 받으리라

눈깔사탕처럼 달콤한

이 문명 속에서

유통기한은

우리에게서 멀리 사라졌다

스크린이 꺼진 뒤에도

욕망은 꺼지지 않고

자신을 소비한 자리에

인간은 텅 빈 껍데기로 진열된다

 

― 시 해설 : 욕망 산업 시대의 존재론적 파편 - 

이 시는 현대 문명이 욕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저녁 뉴스와 드라마, 예능과 광고가 뒤섞인 스크린의 풍경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관계가 어떻게 상품화되는지를 시인은 냉철하면서도 서정적인 언어로 포착합니다. 심장은 포장되고, 사랑은 옵션이 되며, 슬픔은 구독이 가능한 콘텐츠로 진열됩니다. 이는 감정조차 교환가치로 환산되는 후기 자본주의의 정동 경제(affective economy)를 시적으로 증언하는 장면입니다. 

 

시인은 욕망의 근원을 결핍이 아니라 생산 체계에서 찾습니다. 욕망은 더 이상 인간의 내면에서 자라나지 않고,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상품처럼 새롭게 제조됩니다. 이러한 진술은 욕망을 생산의 흐름으로 이해한 현대 비판이론과 맞닿아 있으며, 인간이 욕망의 주체가 아니라 욕망의 소비자로 전락한 시대의 역설을 드러냅니다.

 

호모 사케르(Homo Sacer)의 고독이 데이터로 환산되어 알고리즘 위에 놓이는 장면은, 아감벤이 말한 벌거벗은 생명이 디지털 문명 속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는 순간을 보여 줍니다. 오늘날의 주권 권력은 생명을 직접적으로 처형하기보다 측정하고 추적하며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존재라기보다 데이터화된 존재, 계산 가능한 객체로 환원됩니다. 

 

광고의 명령어처럼 반복되는 “구매하라, 구독하라, 공유하라”는 현대 문명이 구축한 세속적 구원론을 상징합니다. 소비는 일종의 성례전이 되고, 클릭은 기도가 되며, 플랫폼은 새로운 신전이 됩니다. 이 장면은 자본주의가 하나의 종교가 되었다는 벤야민의 통찰을 시적으로 환기시켜, 문명이 스스로를 구원의 체계로 신성화하는 아이러니를 드러냅니다.

 

‘유통기한 없는 눈깔사탕’이라는 이미지 역시 강렬한 상징성을 지닙니다. 눈깔사탕은 달콤하지만 영양 없는 욕망의 비유이며, 시각 중심의 스크린 문명이 제공하는 감각적 쾌락을 상징합니다. 유통기한이 없다는 말은 소비가 끝나지 않는 순환 구조, 욕망의 무한 갱신, 그리고 죽음조차 배제된 채 지속되는 문명의 영속성 환상을 암시합니다. 영원은 신학적 초월이 아니라 자본의 끝없는 순환이라는 왜곡된 영원입니다.

 

시의 마지막에서 인간은 자신을 소비한 자리에 텅 빈 껍데기로 진열됩니다. 이는 존재가 상품화된 문명에서 주체가 어떻게 소진되고, 브랜드화된 외피만 남는지를 보여 주는 존재론적 비가(悲歌)입니다. 이 시는 욕망의 정치경제학, 디지털 존재론, 후기자본주의의 신학을 한 편의 시적 사유로 응축한 문명 비판의 정점이며, 인간 이후의 인간을 묻는 철학적 질문으로 독자를 이끕니다.

ⓒ 굿리더뉴스 & goodleadernew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추천뉴스

  • [굿리더뉴스] 서울시내 골목골목으로 몰려드는 해외 관광객
  • [굿리더뉴스] 세계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한국의 과학자..
  • [굿리더뉴스] 한미동맹, 정보공유 문제 없나?
  • [굿리더뉴스] 백악관 대변인은 반드시 우파 금발의 미인이어야 한다!?
  • [굿리더뉴스] 주춤하던 광주 반도체, SK 최태원이 다시 속도 낸다..
  • [굿리더뉴스] 국힘 6선 조경태 의원이 갑자기 노무현 묘역을 참배한 까닭은?
  • [무주=남상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전북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
  • [굿리더뉴스] 여권 강경파에게 던지는 이대통령의 초고강도의 레드카드..
  • [굿리더뉴스] '벌거벗은 트럼프', 유럽의회에 등장하다..
  • [굿리더뉴스] 손흥민, 차범근을 뛰어넘었다..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김한식의 시] 유통기한 없는 눈깔사탕..달콤하지만 영양 없는 욕망을 비유...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