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와 권력자들의 탐욕스러운 세계를 극명하게 대비...
- 문명 비판과 희망의 가능성 동시에 보여줘...푸틴과 트럼프가 배워야 할 동심의 세계
놀이터에 어둠이 깔리고
- 김한식 -
푸틴은 땅 따먹기 놀이에 정신을 잃고
주머니에 총알을 숨긴 채
몰래 경계를 지운다
트럼프는 빵 따먹기 놀이에
배-불룩이가 되어
식탁에서 자기 몫만 챙긴다
그들의 놀이터는 전쟁터가 되고
피 묻은 돌멩이에
탐욕의 깃발이 꽃힌다
한 쪽에서 숨바꼭질하는 아이들
까꿍! 하고 나타나는 얼굴에
세상이 환해진다
모래성과 나뭇가지는 궁전이 되고
무너져도 다시 쌓는 손길이
희망을 곱게 그린다
나뭇가지에
풀잎을 걸친 집짓기,
꽃잎 연지에 신랑각시 놀이는
웃음꽃을 피우고
성주놀이는
맑은 노래로 하늘을 채운다
황혼녘에 어둠이 깔리고
어서 오라는 엄마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놀이터는 고요히 숨을 고른다
어둠 속에서는 여전히 땅을 빼앗고
빵을 움켜쥔 채
끝나지 않는 전쟁놀이를 벌이고
별빛은 아이들을 따라
조용히 속삭인다
놀이는 웃음으로 피어나고
집은 사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해설>
김한식 시인의 「놀이터에 어둠이 깔리고」는 ‘놀이’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와 권력자들의 탐욕스러운 세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작품입니다. 시 속에서 푸틴과 트럼프가 벌이는 ‘놀이’는 결코 무해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땅과 빵을 둘러싼 폭력의 전쟁, 피 묻은 돌멩이 위에 세워진 탐욕의 깃발입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놀이를 닮은 듯하지만, 실상은 어린아이의 장난보다 유치하고, 결과는 무고한 생명들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냅니다.
이에 반해 같은 공간에서 묘사되는 아이들의 놀이는 전혀 다른 결을 띱니다. 숨바꼭질에서 “까꿍!” 하고 나타나는 얼굴에 세상이 환해지고, 무너지는 모래성과 나뭇가지는 다시금 희망의 궁전으로 세워집니다. 신랑각시 놀이와 성주놀이는 웃음과 노래로 하늘을 채우며, 놀이가 본래 지닌 생명력과 창조적 힘을 드러냅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파괴가 아니라 재생이며, 경쟁이 아니라 어울림입니다.
시의 말미에서 두 세계는 다시 갈라집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부름에 집으로 돌아가고, 놀이터는 고요히 숨을 고릅니다. 그러나 어둠 속 권력자들은 여전히 땅을 차지하려 싸우고, 빵을 움켜쥔 채 끝나지 않는 전쟁놀이를 계속합니다. 이때 별빛이 아이들의 길을 따라 속삭입니다. “놀이는 웃음으로 피어나고 집은 사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이는 시인이 던지는 존재론적 물음이자 윤리적 선언입니다. 놀이란 결국 웃음과 희망을 낳아야 하며, 집은 탐욕의 전쟁터가 아니라 사랑이 회복되는 자리여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세계와 권력자들의 세계를 극명하게 병치시킴으로써, 인간 존재가 선택해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 인간의 놀이가 전쟁으로 변질될 때 문명은 파괴되지만, 놀이가 사랑과 웃음의 언어로 이어질 때 공동체는 살아납니다.
김한식 시인은 ‘놀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 행위를 통해, 문명 비판과 동시에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시는 유치한 권력자들의 전쟁과 순수한 아이들의 놀이가 극적으로 교차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삶의 본질을 환기시킵니다. 결국 이 작품은 놀이의 본질을 통해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성찰하게 합니다. 아이들의 놀이와 권력자들의 놀이는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문명의 재생과 파멸을 가르는 갈림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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