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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리더뉴스=특별기고] 묵상시, '집을 짓는다!'

  • 김한식 시인 기자
  • 입력 2025.08.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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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이 말하는 성경속의 집은 존재,메타포,사랑,그리고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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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짓는다


               - 시인 김한식 -


뚝딱, 목수의 아들 집을 짓는다

사람이 세상에 온다는 것은

집을 짓는 일인가

말씀으로 세우고 침묵을 품은 

나지막한 오두막,

기억은 서랍이 되고 관계는 

다락이 되었다 

눈물로 기둥을 삼아 

시간 위에 지붕을 얹어놓는다

대문은 활짝 열려 있고

유리알처럼 맑은 사랑의 창문은 

환하게 사방으로 트여 있다

사랑을 품고, 사랑이 되어

세상에 온 사람의 아들

집 한 칸 없었다

말구유에서 갈보리까지

세상길을 떠돌다가

죽음마저

무덤 한 평 남기지 않았다

수가성 우물가의 시원스런 대화

병든 자를 껴안은 영혼의 떨림

넉넉한 손길로 

광야에서 떼어준 떡

나무 위에서의 사랑의 절규,

그의 삶 자체가

세상 가운데 세운 집이다

그는 끝내

내 집을 보라고 

자랑하지 않았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내 집에 거하리라고 말할 뿐, 

사랑이 있는 곳이 그의 집이다



 「집을 짓는다」는 단순히 물리적 집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과 사랑의 의미를 사유하는 깊은 묵상시입니다. 이 시를 통해 드러나는 시인의 작품 세계는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존재론적 사유, 예수적 메타포, 사랑의 영성, 그리고 관계의 집으로서의 세계관입니다. 


1. 존재론적 사유 ― 집을 짓는다는 것


“사람이 세상에 온다는 것은 /집을 짓는 일인가” 시의 첫머리는 존재의 근원을 묻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거처를 마련하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세우는 행위를 뜻합니다. 집은 곧 ‘존재’이며, ‘자신을 완성해 가는 과정’입니다. 기억은 서랍이 되고, 관계는 다락이 되며, 눈물은 기둥이 됩니다. 즉,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경험과 관계, 사랑과 상처가 곧 ‘존재라는 집’의 재료가 되는 것입니다. 시인에게 인간의 삶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집을 세워가는 창조 행위에 가깝습니다.


2. 예수적인 메타포 ― 집 없는 이가 집을 짓다


“사랑을 품고, 사랑이 되어 /세상에 온 사람의 아들 /집 한 칸 없었다” 이 시의 중심에는 분명히 예수가 있습니다. 예수는 “집 짓는 자”가 아니라 “집 자체가 된 자”로 제시됩니다. 그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세상에 집 한 칸 없었습니다. 말구유에서 태어나 갈보리 십자가에서 생을 마치기까지, 세상의 소유와 안락에서 철저히 멀리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는 누구보다도 넓고 깊은 집을 지은 자였습니다. 수가성 우물가에서 나눈 대화, 병든 자를 껴안은 떨림, 광야에서 떼어준 떡, 십자가 위 사랑의 절규, 그 모든 것이 바로 사랑의 집을 짓는 과정이었고, 그의 삶 자체가 세상 한가운데 세운 집이 되었습니다.


3. 사랑의 영성 ― 집의 기초는 사랑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내 집에 거하리라고 말할 뿐” 김한식 시인에게 집의 가장 깊은 기초는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소유가 아닌 나눔의 사랑, 주장하는 사랑이 아니라 품는 사랑입니다. 물리적 집이 없어도 사랑을 품는 사람은 이미 집을 가진 사람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크고 화려한 집을 지었어도 사랑이 없다면, 그 집은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예수의 메시지를 인용하며 시인은 말합니다. “사랑이 있는 곳이 곧 그의 집이다.” 즉, 집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영성의 문제입니다.


4. 관계의 집 ― 함께 머무는 존재론


시 전반부에서 제시되는 “서랍, 다락, 지붕, 창문”의 이미지는 모두 관계적 존재론을 드러냅니다. 서랍은 기억을 담는 공간 → 나의 역사와 타인의 역사가 겹쳐 있는 자리, 다락은 관계를 저장하는 공간 → 만남과 사랑의 흔적이 쌓이는 자리, 지붕은 눈물로 세워진 보호막 → 서로의 아픔을 덮어 주는 자리, 창문은 사랑으로 열린 시선 → 세계와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입니다. 시인은 우리에게 “어떤 집을 짓고 있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그 집은 벽과 지붕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랑과 어떤 관계를 품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 작품 세계 핵심


존재론적 사유: 사는 것은 곧 집을 짓는 것이다.


고도의 메타포: 집 한 칸 없던 예수의 삶을 통해 참된 집의 의미를 묻는다.


사랑의 영성: 집의 기초는 소유가 아니라 해맑은 사랑이다.


관계적 세계관: 집은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지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는 단순한 종교시도, 서정시도 아닙니다. 이 시는 예수의 삶을 빌려,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 묵상시이며, 동시에 사랑과 관계라는 영원한 존재의 집을 세우는 초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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