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가 2025년 강남역앞에 나타난 모습을 그리며..
플라톤 강남역에서 이데아를 찾다
- 김한식의 시 -
끝없이 긴 동굴을 헤매던 그는
반짝이는 네온의 숲을 지나
강남역 11번 출구로
올라섰다
현란한 빛과 귀청을 때리는 소음이
잠시, 그의 눈을 멈춰 세운다
길은 길을 삼키며 뒤엉키고
붕붕거리는 자동차들은
검은 그림자를 마구 쏟아낸다
사람의 물결을 따라 걷는
플라톤은
이것이 아름다움인가
보이는 것이 전부인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화려한 불빛 뒤에 숨어 있는
존재의 진실을 찾아
그는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선다
낯선 사람의 얼굴들
형형색색의 불빛속에 떠도는
그 찬란함이
한낱, 벽에 드리운 그림자요
허공에 피었다 지고 마는
허깨비의 춤이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반짝거리며 사라지는
세계의 무늬 위에 서서
그는 눈을 감고
영원한
이데아의 하늘을 향해
사유의 화살을 조용히 겨눈다
- 김한식 시집, '빛은 그림자를 남기고'(2025)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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