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마다 다른 향수를 쓰면 무슨 일이... 향수로 읽는 사계절의 향(香)

[굿리더뉴스=남상채 향수 이야기 5] 사계절마다 다른 향수를 쓴다고? 너무 고급스럽지 않은가? 아니다.
향은 보이지 않지만, 계절을 가장 아름답게 옮겨 담는 언어다.
한국의 사계절은 향수 속에서 또 다른 표정을 가진다.
봄에는 여성에게 꽃잎이 흩날리듯 은은한 플로럴 향이 어울린다. 피오니와 로즈는 막 피어난 청춘의 빛깔을 닮았다.
남성에게는 갓 돋아난 새싹 같은 그린 향과 시트러스가 청량한 첫인상을 선물한다. 마치 따스한 바람이 어깨를 스치는 듯.
여름은 햇살과 바다 냄새가 뒤섞이는 계절이다. 여성은 자몽과 오렌지 블로섬, 그리고 아쿠아틱한 향으로 투명한 바다를 품고, 남성은 민트와 마린 계열로 파도처럼 시원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땀방울 위로 번지는 향은 또 하나의 휴가다.
가을에는 공기마저 부드러워진다.여성의 피부에는 머스크와 파우더리한 잔향이 따뜻한 담요처럼 감돌고, 남성에게는
우디와 스파이시한 향이 깊고 고요한 무게를 더한다. 낙엽이 발밑에서 사각이며 부서질 때, 향은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한다.
겨울은 침묵 속에서 더욱 진해진다. 여성에게는 바닐라와 앰버가 불빛 같은 온기를 안기고, 남성에게는 레더와 오드, 인센스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남긴다. 한 모금의 따뜻한 차처럼, 향은 추위를 이겨내는 또 다른 방식이다.
사계절의 향은 결국 한 사람의 자화상이다. 나를 닮은 계절을 고른다는 건, 곧 나를 향기로 기억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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