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국민들을 왕짜증나게 만들고 있는 이른바 '조희대 파동'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 양측이 각자의 원칙을 강조하는 사이 대법관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과연 이 갈등의 끝에서 국민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올해 초부터 이어진 대법관 인선 갈등이 청와대와 사법부의 정면충돌로 번지면서 법조계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양 헌법기관이 조화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협의해오던 관행이 흔들리면서, 대법관 인선 갈등이 출구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갈등은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하면서 본격화됐다.
대법관 제청 권한은 헌법상 대법원장에게 있지만, 그동안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협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측이 선호 후보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반년 가까이 최종 후보를 제청하지 않았다.
당초 대법원은 윤성식·손봉기 후보를, 청와대는 김민기·박순영 후보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법원이 박순영 후보를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김민기 후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고, 결국 노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후임자 없이 퇴임했다.
대법관 공백이 이어지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관행을 깨고 청와대와 합의하지 못한 손봉기 후보자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열흘 뒤 손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면서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나머지 3명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하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사법부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기존 후보 중 한 명을 다시 제청하기보다 후보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새로운 후보군을 추천받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이달 22일 예상과 달리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에 요구한 것은 손 후보자가 임명될 수 없는 구체적인 이유와 재제청 요구의 헌법적 근거였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에 대해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등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해도 대법원 구성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할 수 있는지, 나아가 특정 후보를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할 헌법적 근거가 있는지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은 이를 근거로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특정 후보를 제청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제청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어 제청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남은 후보 가운데 원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헌법에 세부적인 절차가 명시되지 않은 영역을 그동안 사법부와 행정부가 협의와 관행으로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이제 와서 재제청 요구의 명문 근거를 따지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는 다른 시각도 있다.
결국 양측이 헌법상 권한의 조화와 균형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기보다 각자의 권한을 앞세우면서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한 판결도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한 법조계 원로는 "각자에게 권한을 주면 서로 만나서 상의를 하라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라며 양측이 사건 당사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문제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이 향후 대법관 증원을 고려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시점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식에 참석해 이 대통령을 만났지만, 이튿날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 직후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법리적으로는 제청권을 둘러싼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정무적으로는 양측의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측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경우 내년 6월 조 대법원장 퇴임 전까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조계에서는 책임 공방이 계속될수록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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