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는 '정신일도(精神一到)', 이완용은 '산하무성(山河無聲)', 송병준은 '천재명야(天載命也)', 조중응은 '묵불어(默不語) 라고 쓴 휘호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일제강점기 친일파가 남긴 재산은 광복 이후에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친일재산 환수가 다시 추진되면서 그동안 유보됐던 토지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유족 단체인 광복회가 2022년 3·1절을 앞두고 친일파 조중응(1860∼1919) 후손이 소유한 토지를 찾아내 국가 귀속을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소송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환수를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중응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하고 고종의 강제 퇴위를 주도한 대표적인 친일파로 꼽힌다. 이토 히로부미의 지원으로 이완용 내각의 법부대신에 오른 뒤 항일 의병 탄압과 한일 강제병합에도 적극 관여했다.
광복회가 찾아낸 토지는 경기 남양주시 수석동 임야 2필지로, 조중응 후손이 이를 상속받아 종중 명의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적은 총 11만6천500㎡(약 3만5천평)이며 당시 공시지가 기준 52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광복회의 국가 귀속 신청 이후 약 두 달 만에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소송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0년간 광복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친일재산으로 판단해 국가 귀속을 요청한 토지 가운데 절반 이상은 실제 환수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이 법무부와 광복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2016년부터 모두 190필지에 대한 친일재산 환수 요청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85필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등 환수소송을 제기했지만, 나머지 105필지는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소송 제기를 유보했다.
유보 대상에는 친일파 이완용(1858∼1926)이 1912년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소유권을 취득한 뒤 손자에게 상속한 토지도 포함됐다.
광복회는 2021년 충남 아산시 영인면 구성리의 도로 용지 40㎡에 대해서도 국가 귀속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로부터 환수소송 제기 여부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2006∼2010년 활동한 1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이완용이 실제 소유했던 부동산이 2천234만㎡(약 676만평)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가가 환수한 면적은 1만928㎡(3천306평)로 전체의 0.05%에 불과했다.
올해 연말부터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다시 가동되면서 그동안 환수가 유보된 토지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사위 준비단은 소송이 유보된 친일재산 등을 기준으로 환수 규모가 최소 3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친일재산 환수 현황을 둘러싼 자료 관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서영교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전체 환수 요청 현황은 별도의 통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개별 사안별로 친일재산 해당 여부와 환수 가능성을 검토해 소송 제기 여부를 판단해왔다고 설명했다. 친일재산조사위 준비단 역시 민원별 검토 자료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010년 1기 조사위 활동 종료 이후 법무부가 진행한 친일재산 환수소송은 총 108건이다. 이 가운데 판결이 확정된 105건 중 국가가 승소한 사건은 일부 승소를 포함해 101건으로 승소율은 96.1%에 달한다. 나머지 3건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소송가액은 총 133억원이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친일파 후손이 재산을 이미 처분한 경우에도 그 처분 대가를 국가에 귀속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숨겨진 친일재산을 찾기 위한 신고 포상금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서영교 의원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어렵게 찾아낸 친일재산을 국가가 자료 부족을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와 친일재산조사위가 소송이 유보된 105필지를 전면 재검토해 환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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