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비단벌레가 말해주는 역사적-현대사적 의미
경주 첨성대 부근에 가면 살아있는 보석인 '비단벌레 관광버스'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황남대총 남분 부곽에서 발견된 신라시대 황금 공예품으로, 황금빛의 금동판과 비단벌레 특유의 색이 화려하게 서로 어울리는 최상의 공예품으로 통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 말안장으로는 유일하며, 이 정도로 비단벌레를 많이 사용한 유물은 21세기인 현재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유물의 제작 연대는 대략 4세기 후반~5세기 초반이라고 추정한다. 같은 시기에 제작되어 황남대총에 함께 묻힌 황남대총 북분 금관, 금제허리띠, 금팔찌, 금반지, 유라잔, 은제 관식, 금제 고배, 은잔, 그릇, 남분 금목걸이, 금제 허리띠, 은관 팔뚝가리개 등에 상감형태로 장식된 유물이 7만여 점에 이른다.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는 황금으로 만든 맞새김판 아래에 비단벌레의 날개를 촘촘히 깔아 황금빛과 비단벌레 특유의 영롱한 초록빛이 화려하게 서로 조화를 이루는 1600년 전 최상의 공예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신라의 장식 기술이 얼마나 찬란한 것인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러한 장식법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것으로 신라시대 최상위의 계층만을 위해 사용한 아주 고급의 문화유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신라의 뛰어난 금세공기술 과 금속공예사의 발전 과정에 어떻게 비단벌레의 오묘하고 고급진 채색을 금속공예와 연결했을까?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유전자 분석으로 본 신라사회”라는 주제로 경주에서 개최되었다. 18세기 이후 과학주의가 팽창되면서 지식정보가 보다 구성적 체계화가 이루어졌다. 생물학에서 칼폰 린네(Carl von Linne)의 식물분류학이 체계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인지와 사유의 질서가 고도로 발전되어 갔다. 이젠 형질 유전학적 연구를 뛰어넘어 DNA분석을 통한 식물의 생명체 정보를 평면 도상에 나무가지가 벌려놓은 듯이 갈라져 나간 친족의 수형도(Tree Daiagram)로 조직화하였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고고학적 방법으로 이어낸 인간과 동식물의 DNA분석을 통한 고고학적 유물 변형의 서사화를 도입함으로서 융합적 학문연구의 길을 열고 있다는 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학술회의였다. 특히 고대 신라 시대에 비단 벌레의 화려한 색상을 가진 날개를 장식물로 활용했던 사회문화적 원류를 해석한 정인태(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박사의 발표문은 나의 흥미를 끌었다. 살아 있는 보석으로 비단벌레로 장식한 신라 유물의 특징과 의미 과학적 고고학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서 확인된 고대 비단벌레 장식 유물 39종을 유전자 분석을 시도하였다. 4세기에서 5세기 사이에 발굴된 이 화려한 유물을 통해 신라사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 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맹사로국에서 5세기 이후 법흥왕대에 와서 신라국으로 발전되었다는 허무맹랑한 신라사 발전사를 전혀 새롭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정인태 박사는 시기별 전개 양상과 고고학적 의미를 규명하면서 유물을 검토한 결과 시기별 전개 양상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1기(5C전 - 후)는 황남대총 등 경주 중심의 대형 마구류에 집중되었으며, 최고급 공예 기술이 화려하게 꽃핀 신라 왕실의 독점적 위세품 단계이다. 2기(5C후 말-6C초)는 출도 공간적 분포 지역이 울산 등으로 다변화되고 유물 종류도 금동관, 장신구, 무기류로 확대되어, 귀족 및 지방 세력에까지 사용 계층이 하향 확산되었다. 3기(6C전-7C초)는 고구려와 일본 열도의 출토품을 비교해 볼 때 신라의 선진적 마구 제작 및 공예 기술이 국제적으로 전파 수용되었다. 4기(7C중-8C) 는 일본 호류지 옥충주자처럼 불교 공예품이라는 종교적 성격으로 전환되었다. 쪽샘 44호분 장니를 중심으로 본 고대 비단벌레 장식 유물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매장 의례의 시각적 극대화와 퍼포먼스 장치이다. 시신 안치 직후인 가장 마지막 단계에 부장된 비단벌레 마구류는, 붉은 능직물 바탕 색과의 과감한 보색 대비와 영롱한 무지개색 광택을 통해 국가적 장례 공간에서 왕권의 신성한 권위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정치적-종교적 퍼포먼스 장치였다. BTS의 화려한 연출의 기원이 이미 까마득한 옛신라의 왕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둘째는 계세사상에 기반한 사후세계의 자유로운 이동과 광명의 도교적 주술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칠흑 같은 무덤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비단벌레의 날개색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신성한 광명'을 상징하여, 망자의 영혼이 저승의 어둠에 갇히지 않고 사후 세계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하기를 기원했던 주술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불교가 정착되기 이전 신라의 주술적 도교와 토착 샤마니즘적 화려한 결합으로 장례의 의례적 단면을 읽어낼 수 있는 귀중한 증거이기도 하다. [글=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국립국어원장-국어정책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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