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통산 4선 대통령에 도전한다. 민주국가 진영에서 네 번째로 대통령에 출마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1) 대통령이 통산 4선에 도전한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8월 2일 노동자당(PT)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중도좌파 5개 주요 정당 연합의 단일 후보로 나선다. 남미 좌파의 '대부'인 룰라를 중심으로 여러 당이 뭉친 건 브라질 사회의 보수화 경향에서 나온 좌파의 생존 전략이다.
'거울 속에 브라질'이라는 책을 쓴 펠리페 누네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4~2023년 스스로를 우파라고 생각한 브라질 국민은 26%에서 37%로 늘었다. 반면 좌파라고 응답한 비율은 29%에서 23%로 줄었다.
브라질뿐 아니다. 우경화 바람은 중남미 지역 전체의 현상이다.
지난 수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에콰도르, 페루, 콜롬비아 등 주요국에서 연쇄적으로 우파 정권이 들어섰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졌다. 중남미에서 중도 좌파로 분류되는 주요 국가는 현재 브라질, 멕시코, 우루과이 정도다.
오랫동안 지지기반을 다져온 룰라 없이 이런 '우경화' 바람을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좌파 진영의 공통된 인식이다.
정치컨설팅 업체 다르마의 크레오마르 데 소우자 컨설턴트는 소셜 미디어상에서 효과적인 프레임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좌파의 입지가 좁아졌고, 이에 따라 승리를 위한 선택지가 거의 남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룰라의 선거 캠프에 합류함으로써 각 정당은 룰라라는 정치적 자산과 그가 가진 선거 영향력에 기대어 설 수 있다는 이점을 얻는다"고 짚었다.
실제로 룰라 대통령은 차기 대선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안정적인 경제 기조와 물가 흐름에 힘입어 룰라는 지지 후보를 묻는 대선 1·2차 투표 여론조사에서 유력 야당 후보이자 강경 우파 정치인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근소하게나마 앞서고 있다.
다만, 룰라를 중심으로 결속하는 좌파 진영의 결집이 단순히 진영 내부의 사정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극우 세력의 득세라는 우파 지형의 판도 변화가 좌파의 단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노동자당의 에뎅 발라다리스 공보비서관은 현 브라질 정국과 관련해 좌파의 쇠퇴라기보다는 정국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전통 우파가 입지를 잃고 극우가 득세함에 따라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좌파가 점차 단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노동자당도 여러 좌파 정당에 주지사 선거 등에서 양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급한 불은 대선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좌파 진영의 가장 큰 고민은 '룰라 이후'다. 1989년부터 대선에 도전한 룰라는 4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임기가 끝날 때는 80대 중후반이 된다. 게다가 건강 상태도 좋지 않은 편이다. 그는 올해 피부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방사선 치료도 받고 있다.
그가 무리해서 대선에 도전하는 건 룰라를 제외하고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을 만한 인물이 좌파 진영 내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후계 구도 역시 불투명하다. 페르난두 아다치 전 재무부 장관, 카밀루 산타나 전 교육부 장관 등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이들 중 누구도 현재 룰라가 국내외에서 지닌 위상과 영향력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좌파 연합의 한 축인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줄리아누 메데이루스 전 대표는 "지금 우리는 좌파라는 틀을 넘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룰라 같은 인물이 있다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며 "지금부터 2030년까지 우리는 국가적 비전과 공유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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