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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양은주 교수]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고기와 감자를 많이 먹는 이유..."몽골 음식은 에너지"

  • 양은주 교수 기자
  • 입력 2026.07.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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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 전사들 1-1.jpeg

 

징기스칸의 후예 몽골인들이 고기와 감자를 많이 먹는 이유


"몽골의 음식을 한마디로 말할 수 있을까요?"

 

몽골여행 중에 몽골인 가이드 산체르에게 무심코 던진 질문이었다. 양고기나 허르헉 같은 음식을 떠올렸는데, 그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몽골 음식은 에너지입니다!." 그 한마디는 여행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양고기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걱정했던 음식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고기가 아니라 감자였다. 감자수프, 감자샐러드, 감자볶음밥….

 

게르에서 맞이한 아침 식사는 조금 의외였다. 서양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빵과 소시지, 고기수프가 주를 이루는 서양식 아침이었다. 오이와 토마토, 약간의 과일이 있었지만 채소는 생각보다도 훨씬 적었다. 게르에서 먹은 빵도 기억에 남았다. 투박하고 거친 식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많은 여행 중 먹었던 빵 가운데 가장 맛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한입 먹고 남겼겠지만,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던 나에게는 그 빵 한 조각도 귀한 아침 식사였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고기 위주였다. 함께 한 일행들이 고기를 계속 먹는 동안 나는 감자를 먹었다. 

 

숙소 1-1.jpeg

 

몽골인들은 왜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을까? 고기만 먹고 살 수 있을까? 겨울이면 영하 40℃ 까지 내려가는 추위,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과 초원, 농사를 짓기 어려운 환경. 이곳에서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곡식이 아니라 가축이었다. 양과 염소, 소, 말, 낙타는 재산이고, 생명을 이어 주는 식량이었다. 몽골 유목민의 식탁은 계절별로 다르다고 한다. 추운 가을과 겨울에는 ‘붉은 음식’이라 불리는 고기를 주식으로 하고, 봄과 여름에는 ‘흰 음식’이라 불리는 요거트, 치즈, 버터, 아이락(발효 마유주) 등 유제품을 주로 먹는다. 몽골 음식은 맛보다 에너지가 더 중요하고,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고기는 겨울이 되기 전에 준비한다. 특히 말고기는는 양고기나 쇠고기보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추운 겨울에도 쉽게 굳지 않아 귀히 여겼고, 고비사막에서는 낙타고기와 낙타 혹의 지방까지 음식으로 이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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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로 만든 허르헉은 자연이 만든 몽골의 대표 음식이다. 뜨겁게 달군 돌과 함께 양고기를 오랫동안 익혀서 놀라울 만큼 부드럽고 담백했다. 나는 거의 먹지 않았지만 남편은 허르헉을 먹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냄새가 거의 없네, 정말 부드러워..." 여행 중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소고기라고 생각하고 먹었던 음식이 알고 보니 양고기였다. 그런데 함께 여행한 일행 가운데는 양고기인 줄 모르고 끝까지 맛있게 먹은 사람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값비싼 양갈비를 먹어도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몽골에서 조리한 양고기는 단순하게 조리했음에도 생각보다 냄새가 훨씬 적었다. 많은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을 넣고 단순하게 조리하였는데 누린내가 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허브를 먹고 야생에서 자란 가축, 피를 흘리지 않는 전통적인 도축 방법, 어린 양을 사용하여 신선한 고기를 조리하는 방법들이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허르헉을 먹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가장 웃어른이 칼을 들어 고기를 골고루 나누는데, 연장자와 손님에게 먼저 좋은 부위를 권한다. 허르헉을 다 먹은 뒤에는 냄비 속의 양기름이 묻은 뜨거운 돌을 손에서 손으로 옮기며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기도 한다.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어 주는 문화라는 사실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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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수테차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집집마다 우유의 양도, 소금의 양도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언제나 따뜻하게 데워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것이었다. 추운 초원에서 마시는 따뜻한 수테차는 단순한 차가 아니라 몸을 데우고 영양을 보충해 주는 또 하나의 에너지처럼 느껴졌다. 길을 떠날 때 우유를 허공에 뿌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좋은 여행과 무사한 귀환을 기원하는 풍습이라고 한다. 몽골인들에게 우유는 가축이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고 신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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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음식은 김치였다. 현지인들은 양고기 국수나 양의 지방을 넣은 국수를 즐겨 먹었는데, 그 옆에는 종종 김치나 한국 컵라면이 함께 놓여 있었다. 몽골에서도 한국의 김치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특히 허르헉과 김치가 정말 잘 어울렸다. 김치의 새콤한 맛과 적당히 매운맛은 양고기의 풍부한 지방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양파무침과 쌈장도 고기의 감칠맛을 더 살려주는 듯 했다.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몽골의 '에너지 음식'이 채소와 발효, 다양한 양념으로 균형을 이루는 한국의 '조화의 음식'과 한 식탁에서 서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몽골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육류 소비 국가이다. 하지만 인구의 절반이 울란바토르에 정착하여 살게 되면서 전통적인 육류 중심의 식생활은 그대로인데, 신체활동은 줄어들고, 수입한 흰 밀가루와 가공식품, 당류 섭취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WHO 자료에 따르면 몽골 성인의 과체중 또는 비만은 약 60%에 이르며,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이다. 몽골의 식탁에는 혹독한 겨울을 견뎌 온 삶의 지혜가 있었고,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으며, 자연과 함께 살아온 시간이 담겨 있었다. 그 음식에는 인간이 대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영리하게 영양을 섭취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생활습관과 식생활이 변하였으나 변하지 않은 육류 위주의 식습관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건강을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거울이기도 하다. 초원의 건강한 지혜를 현대인의 식탁 위에 어떻게 안전하게 안착시킬 것인가, 푸른 초원의 식탁이 오늘날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글=양은주 박사, 건강&음식 전문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박사, 미국 미시간대 박사후과정 수료, 전 호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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