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종청사. SNS캡쳐)
[굿리더뉴스=김익수 기자] 국세청은 고물가를 틈탄 탈세 행위를 집중 조사해 117개 업체 중 114개 업체에서 총 3,195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세무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국세청은 물가 상승을 빌미로 과도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117개 조사 대상 가운데 114개 업체에서 탈세 혐의를 확인하고 총 3,195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특히 추징세액 상위 10개 업체의 추징액만 2,480억 원으로 전체의 약 78%를 차지해 일부 기업의 조직적 탈세 규모가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추징세액이 발생한 분야는 독·과점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업체들이었다. 9개 업체가 총 1,809억 원을 추징당했으며, 이 가운데 11건은 조세범칙 혐의로 고발됐다. 종합식품 제조업체 A사는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한 뒤 유통업체에 지급한 접대성 판매장려금을 물류비로 허위 처리하고, 외주용역비를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특수관계법인에 약 150억 원의 이익을 이전한 사실이 적발돼 약 200억 원을 추징당했다.
주요 조사 대상
국세청은 물가 상승을 틈타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면서 탈세한 업체를 집중 조사했다.
-상위 10개 업체의 추징액: 2,480억 원(전체의 약 78%)-
가격 담합과 입찰 담합 역시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B사는 공공기관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데 이어 국세청 조사에서 추가 탈세가 확인돼 약 40억 원을 추징당했다. 이 업체는 담합 관련 수수료를 정상 비용으로 처리하고, 연구개발과 무관한 직원 인건비 약 80억 원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으로 허위 신고했으며, 사주 일가는 법인카드를 골프장과 백화점, 유흥업소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공정 프랜차이즈 본부에 대한 조사도 이어졌다. 29개 업체에서 총 359억 원이 추징됐다. 대형 식음료 프랜차이즈 C사는 제품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뒤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원재료를 고가에 매입해 2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이전하고, 광고비 명목으로 해외 현지법인에 약 10억 원을 부당 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약 200억 원을 추징당했다.
예식·장례업체 17곳에서도 총 140억 원의 탈세가 적발됐다. 상조회사 D사는 기존 상품을 폐지하고 유사한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한 뒤 계열사 공동경비를 과다 부담해 계열사를 지원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주 자녀에게 급여와 해외출장비를 지급했으며, 사적으로 고용한 가사도우미 인건비까지 법인 비용으로 처리해 약 50억 원을 추징당했다.
외환 부당유출과 할당관세 제도를 악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식음료 제조업체 E사는 퇴직 직원 명의의 업체를 앞세워 할당관세 물량 제한을 우회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원재료를 수입한 사실이 드러나 약 70억 원을 추징당했다. 이 분야에서는 모두 15개 업체에서 총 585억 원이 추징됐다.
적발된 주요 탈세 수법
-접대성 판매장려금을 물류비 등으로 허위 회계처리
-특수관계법인에 외주비 등을 과다 지급해 이익 이전
-입찰 담합 비용을 정상 비용으로 처리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허위로 적용
-원재료를 고가 매입해 계열사 지원
-해외 법인에 광고비 명목으로 부당 지원
-법인카드를 골프장·백화점·유흥업소 등 사적 사용
-실제 근무하지 않는 오너 자녀에게 급여 지급
-가사도우미 인건비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
-할당관세를 악용하기 위해 차명 업체를 이용한 수입 및 허위 세금계산서 수취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공통점은 가격 인상 자체가 아니라 가격 인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축소 신고하거나 허위 비용 계상, 특수관계법인 부당 지원, 차명 거래,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등 각종 불법적인 수법을 동원해 세금을 회피했다는 점이다. 정당한 가격 결정은 기업의 경영 판단이지만, 탈세는 시장경제의 공정성과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기업과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특히 고물가로 국민의 생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일부 기업이 가격 인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납부해야 할 세금까지 회피했다면 이는 소비자와 성실 납세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경제 여건을 핑계로 과도한 가격 인상과 함께 세금을 탈루한 업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빅데이터와 다양한 분석기법을 활용해 상시 검증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조세포탈과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등 중대한 조세범칙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형사 고발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이윤 추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은 반드시 법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정한 경쟁과 성실한 납세가 지켜질 때 시장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함께 높아진다. 이번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는 단순한 세금 추징을 넘어 공정한 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굿리더뉴스=김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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