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독 슈타지 폭력의 기록을 지운 흔적의 역사
민의로 세운 권력, 조그만 집단의 대표, 예컨데 주민회 회장조차도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횡포에 성처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독일의 나치의 잿더미로부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호러 로망이라는 꿈을 잉태했다. 로망주의, 낭만주의는 속박과 폭력을 벗어나기 위한 황폐한 시대 위에 세워진 것이지만 과학주의가 대두되면서 자연주의 내지는 사실주의로 탈복을 하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완성된 감시국가’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의 실체를 파헤친 논픽션이 나왔다. 시민 6.5명마다 한 명의 정보원이 있을 정도로 한 국가가 거대한 감옥과 같던 사회에서 기록과 흔적들이 지워졌다.
이처럼 처절하게 국가가 개인의 삶을 철저하게 통제했던 참혹한 현실이 끝이나지 않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인권 변호사 애나 펀더(Anna Funder)는 장벽 붕괴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은 동독의 감시 서사가 어우러진 《슈타지랜드》는 서서히 저항하지 못하는 독재의 굴레에 어떻게 종속되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일상의 사람들이 어떻게 감시에 익숙해지고, 두려움 속에서 침묵하게 되는지를 문화적 기억을 재생시켜 준다.이 질문은 최악의 독재 북한과의 분단과 내쟈적 독재의 기억을 가진 한국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잊힌 사람들의 목소리를 복원해낸 이 책은 자유와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다시금 일깨우는 강렬한 논픽션이다.
1989년 11월 동서독의 장벽이 무너진 ‘디 벤데’ 곧 동독공산주의에 맞선 평화혁명의 전화점을 가져온 성공한 평화 혁명에 도달하였다. 동독의 국가보안부의 슈타지Stasi는 통제를 위한 내부 군대였다. 그들의 임무는 스스로 선택한 어떤 수단이든지 가리지 않고 반정부 세력을 사찰하고 조사하는 특권을 지녔다. 공산독재 동독을 유지하는 공안 관료 체제였다. 동독의 종말을 불러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공안통치의 수단이었던 슈타지 때문이었다.
그들이 생산해냈던 사찰과 조사 기록문서들이 평화시위대가 덮치기 전 문서파쇄기로 인멸시켰지만 사무실 벽에는 허리위로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수감자들의 취조 당하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인민을 통제 감시하고 고문하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은폐하려던 역사적 서사가 되살아난 매우 극적인 예를 들어보자. 요주의 반정부적 저항자들의 비밀 모임이 열렸다고 의심되는 장소에 유리병과 함께 개들을 데려간 다음, 개들이 병 속에 담긴 사람들의 냄새를 찾아낼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곧 폭력적 방법으로 사람의 채취와 냄새의 표본을 비밀리에 수집하였다.
슈타지는 반정부적 인사들의 아파트에 몰래 침입해 피부에 밀착되는 옷가지, 주로 속옷을 훔쳐 갔다. 그렇지 않으면 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용의자'를 데려온 다음, 그가 앉아 있던 의자의 비닐 부분에 묻어있는 냄새를 천으로 닦아내어 냄새 표본병을 만들었다. 훔쳐 온 속옷이나 닦아낸 천은 봉인된 유리병에 보관하였다가 수사에 이용하였다. 저항 노동자의 팬티에 남아 있는 냄새를 이용하여 수사범위를 확대하거나 장소를 확보하는 고도의 잔인하고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동독이 몰락한 후 1990년 6월 무렵 라이프치히 경찰서의 '냄새 보관실'에서 이러한 냄새를 밀봉한 자료들이 발견되었다. 당시 공산당 보위 경찰인 슈타지들은 그것들을 자신들만의 용도에 맞게 사용한 것이다. 동베르린 장벽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싹트기 시작하던 무렵까지도 그들의 악습의 잔재가 완전 사라지지 않았다. 냄새를 담았던 유리병에는 지나칠 만큼 자세하게 적힌 라벨이 여전히 붙어 있었다.
동독 라이프치히 지역의 슈타지가 작센 지역의 모든 정치적 반대자들로부터 냄새 표본을 수집해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들 기록자료가 역사적 서사로 전환된 스토리가 있다. 속옷과 천 조각들과 낡은 양말들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그것들을 보관할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동독 미리암의 근처에 있던 슈타지의 구금 시설에 수감돼 있다가 사망한 한 남자의 아야기가 전해온다. 그런데 슈타지가 그 남성의 장례식을 교묘히 조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시신이 든 관 대신 빈 관을 가져다 놓고, 사망 원인을 드러내는 모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신을 소각했다. 슈타지로부터 돈을 받은 운구자들이 텅 빈 관을 들고 무게를 버티느라 힘들어하는 척하는 모습을, 혹은 80킬로그램에 달하는 낡은 신문지와 돌들이 채워진 관을 메고 정말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죽은 남성이 목을 매 자살한 것인지 아닌 지, 지금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가 남편을 죽였는지 아닌 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남성의 아내 미리암은 남편은 매우 건강한 상태였는데 아마 학대와 고문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 슈타지가 저지른 폭력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화장을 하고 나무 관에는 돌을 채워넣어 장사를 치르게 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글=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전 국어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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