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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양은주 칼럼] 왜 우리는 매일 김치를 먹을까.. 김치의 역사와 심리학

  • 양은주 기자
  • 입력 2026.06.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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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매일 김치를 먹을까?


"김치가 맛있으면 열 가지 반찬이 부럽지 않다." 

 

우리 조상들은 밥상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존재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과거 밥 중심의 한국 식생활에서 흰쌀밥과 김치는 맛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제는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김치 소비도 줄어들었지만 김치는 여전히 우리 식탁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때 가방 한구석에 캔 김치나 튜브 고추장을 챙겨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비행기로 몇 시간만 날아가도 김치가 그리워진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정거장에서도 한국인은 김치를 찾았다. 어쩌면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우리의 미각과 음식문화가 보내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뇌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식욕과 음식 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모든 기전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을 섭취해 온 한국인의 장내 환경이 김치를 편안하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인지한다는 이론이다. 우리가 김치를 찾는 이유는 몸이 보내는 신호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짜로 몸이 보내는 신호 때문에 우리는 매일 김치를 먹을까? 김치는 한국인의 입맛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 '맛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음식을 먹을 때 무심코 김치를 찾는다. 김치는 단순히 매운 채소가 아니라 음식 전체의 균형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김치 페어링의 달인이었다. 맑고 개운한 백김치는 화이트 와인처럼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며 양념갈비나 삼계탕의 풍미를 살려 주고, 잘 익은 붉은 김치는 레드 와인처럼 삼겹살이나 차돌박이와 어우러져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든다.

 

영양학자의 눈으로 보면 김치는 참 흥미로운 음식이다. 김치는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여기에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유산균이 더해지면서 잘 익은 김치는 장을 건강하게 하고 면역기능을 증진시키고, 항산화, 항암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는 채소의 장점과 발효식품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발효 식품과 비교해도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 음식이다. 최근에 미국 정부가 발표한 식이지침에서 장 건강을 위한 발효식품의 예로 김치를 언급하면서 김치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몇개 주에서는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치가 완벽한 식품은 아니다. 김치의 가장 큰 단점은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것이다. 김치의 발효와 저장을 위해 소금을 넣게 되는데,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이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 콩팥병, 만성 위염, 골다공증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감소하였지만 아직도 필요량의 2배 이상 섭취하고 있다. 실제로 50g의 배추김치(작은 접시 1접시)에는 하루 나트륨 목표섭취량의 1/5에 해당하는 나트륨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김치를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저염 김치를 선택하고, 김치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으며,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주는 칼륨이 풍부한 채소를 함께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다른 나라에도 김치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 일본의 쓰케모노, 중국의 파오차이는 모두 채소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발효식품이다. 그러나 김치는 이런 식품과는 조금 다르다. 김치는 마늘과 생강, 고춧가루, 젓갈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저장식품을 넘어 복합적인 풍미와 기능성을 만들어내며, 김치가 반찬으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김치는 스스로 새로운 음식이 된다. 김치는 김치찌개가 되고, 김치볶음밥, 김치전, 김치만두, 김치말이국수, 김치파스타가 되기도 한다. 김치는 반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음식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김치를 'Korean Superfood'라고 부르는 이유는 유산균뿐 만 아니라 김치가 뛰어난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햄버거에 김치를 넣으면 느끼함이 줄어들고, 피자에 김치를 올리면 풍미가 살아나며, 타코에 곁들이면 산뜻한 맛이 더해진다. 외국 셰프들이 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김치가 산미와 감칠맛, 매운맛, 식감을 동시에 제공하는 독특한 식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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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문헌에는 우리나라 김치가 200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김치도 바뀌었고, 지역마다 생산되는 식재료에 따라 사용하는 김치의 재료가 달라졌으며, 김치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졌다. 제철 채소에 생선이나 해산물, 때로는 고기를 더하고 발효의 시간을 더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낸 것이다. 김치는 정해진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계절과 지역,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음식이다. 

  

김치가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라도 수백 년 동안 거의 매일 먹는 음식은 흔치 않다. 김치는 고유한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새로운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음식이다. 김치는 한국의 전통 음식이다. 그러나 오래된 음식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음식이다. 김치가 수백 년 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변하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김치를 먹는다. 단지 반찬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조화의 문화를 함께 먹고 있는 것이다. [글=양은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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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양은주 박사는 음식과 건강 전문가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거쳐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수료했다. 호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각종 건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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