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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일 기획시리즈 19] 통합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

  • 유재일 교수 기자
  • 입력 2026.06.08 11:30
  • 글자크기설정

〔기획시리즈 19〕 통합정치와 리더십

- 통합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 -

 

유재일(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특성은 분류와 비교를 통해야

 

간혹 저명하거나 뛰어난 정치지도자는 리더십 특성이나 통치 스타일에 빗대 특정 동물의 이름으로 불리곤 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는 영국의 리처드 1세(1157∼1199)일 것이다. 그는 용맹함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인해 ‘사자왕’(The Lionheart)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814∼1869)은 정적이었던 에드윈 스탠턴(1814∼1869)으로부터 볼품없는 외모와 고집스러운 노예해방 정책을 빗댄 ‘원조 고릴라’(Original Gorilla)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를 전쟁부 장관으로 기용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1916∼1996)은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다른 정당에 속하는 동거정부(Cohabitation) 상황에서 ‘젊은 늑대’(Jeune loup)라고 불리는 자크 시라크 총리(1932∼2019)를 “으르고 달래서” 헌정 위기를 극복했고, 이 과정에서 ‘늙은 여우’(Vieux renard)라는 평판을 얻었다.

 

동물 이미지 1-1.jpeg

 

 

이처럼 정치지도자가 독특한 행적이나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동물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동물로 비유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 당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보수대연합에 합류했을 때, 정말로 호랑이와 같은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싶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10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애완견이 아니라 호랑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반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특정 동물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필자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니아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와 2018년 G7 정상회담에서 통상문제로 유럽과 미국이 정면 충돌했을 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1954∼)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1952∼)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1946∼)을 상대로 보여준 단호한 태도를 지켜보며, 마치 독일 국장(國章, national emblem)인 ‘검정 독수리’(Bundesadler)가 러시아 국장인 ‘쌍두 독수리’와 미국 국장인 ‘백두 독수리’를 두 발로 제압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정치지도자를 동물로 상징화하는 것이 다소 거칠게 느껴지거나 여성 정치인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는 꽃으로 비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1925∼2013)는 꽃말이 열정인 ‘붉은 장미’로, 메르켈 총리는 꽃말이 행복인 ‘수레국화’로 불리기를 바랐다고 알려진다. 또한 칠레의 미셀 바첼레트 대통령(1951∼)은 다양성과 연결을 상징하는 무지개 여신인 아이리스(Iris)의 이름을 딴 ‘붓꽃’으로,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1980∼)는 자기애(narcissism)를 상징하는 ‘수선화’(Narcissus)로 비유되곤 한다. 참고로 정신분석학자 마이클 매코비(1933∼2022)는 <자아도취형 리더가 성공한다>(The Productive Narcissist: The Promise and Peril of Visionary Leadership, 2003)에서 자기애적 리더를 놀라운 장점과 피할 수 없는 단점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분석한 바 있다.

 

대처 1-1.jpeg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

이와 관련해 흥미를 돋우는 차원에서 <표 2>에 제시된 G20 국가 현직 정부수반의 통치 스타일을 꽃명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여성 정부수반인 일본의 다카이치, 이탈리아의 멜로니, 멕시코의 셰인바움은 ‘가시가 달린 붉은 장미’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남성 정부수반 가운데서는 붉은 장미에는 인도의 모디, 남아프카공화국의 라마포사, 튀르키예의 에르도안을, 수레국화에는 독일의 메르츠, 영국의 스타머, 중국의 시진핑,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사우드를, 붓꽃에는 호주의 앨버니지, 캐나다의 카니, 브라질의 룰라를, 그리고 수선화에는 프랑스의 마크롱, 미국의 트럼프,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인도네시아의 수비안토, 러시아의 푸틴을 포함시킬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느 꽃에 포함시켜야 적합할지 ‘생각의 시간’이 필요한데, 때로는 수레국화처럼 보이지만, 또 어떤 순간에는 수선화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앞선 시리즈에서 살펴보았듯이, 특정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현상과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상을 공통적인 특성으로 묶어 체계화하는 분류(classification) 방법과, 두 개 이상의 대상을 견주어 유사점과 차이점을 밝혀 특성을 파악하는 비교(comparison)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앞서 논의의 물꼬를 튼다는 차원에서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을 동물명이나 꽃명으로 비유해 분류·비교해 본 것도 이러한 접근의 연장선에 있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흥미로운 비유를 넘어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 유형은‘계몽적 승부사형’

 

정치리더십은 동서고금의 현인들이 예리한 관찰과 탁월한 통찰을 바탕으로 꾸준히 분류하고 비교해 온 연구 주제다. 그 가운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풍부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대표적 논의들은 다음과 같다. 막스 베버(1864∼1920)는 <소명으로서의 정치>(Politik als Beruf, 1919)에서 리더십 유형을 ‘지배의 정당화 근거’에 따라 ① 전통적(traditionale) 지배형, ② 카리스마적(charimasche) 지배형, ③ 합법성(Legalität)에 의거한 지배형으로 구분했다. 정치학자 제임스 D. 바버(1930∼2004)는 <대통령의 성격: 백악관에서의 성과 예측>(The Presidential Character: Preicting Performance in the White House, 1972, 개정 2020)에서 리더십 유형을 ‘활동 에너지와 직무에 대한 감정’에 따라 ① 적극-긍정형(active-positive), ② 적극-부정형(active-negative), ③ 소극-긍정형(passive-positive), ④ 소극-부정형(passive-negative)으로 분류했다. 또한 정치학자 제임스 M. 번스(1918∼2014)는 <리더십>(Leadership, 1978)에서 ‘리더와 추종자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① 거래적(transactional) 리더십과 ② 변화주도적(transforming) 리더십으로 개념화했다.

 

이재명 1-1.jpeg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 유형은 ‘합법성 지배형과 적극-긍정형에 기반한 변화주도적 리더십’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 입문 전에는 변호사로 활동했고, 이후 12년간 지방정부 수장을 지냈으며, 두 차례 대선 도전 끝에 대통령직에 오른 인물이다. 물론 국회의원과 정당 대표를 약 3년간 역임했지만, 의회나 정당 지도자로 여기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 점에서 그의 리더십 유형은 베버의 ‘지배의 정당화 근거’에 따르면, 카리스마형보다는 합법성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을 적극-긍정형이자 변화주도형 리더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적극-긍정형은 성격과 기질 측면에서 ‘활달’(enjoyment)하고 낙관적이며, 직무에 대해서는 높은 자존감과 성취감을 보이는유형이다. 변화주도형은 리더 자신의 비전과 인격을 통해 추종자들의 기대와 인식, 동기를 변화시키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유형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징들이 객관적 기준이나 정량적 평가보다는 주관적 인상이나 정성적 평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정치심리뿐만 아니라 집단의 사회심리적 행위를 다룰 때도 늘 부딪히게 되는 어려움이다. 그럼에도 비교라는 방법론을 활용한다면, 일정 수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교에는 통시적(通時的, diachronic) 비교와 공시적(共時的, synchronic) 비교가 있다. 통시적 비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대상의 특성을 살펴보는 방법이며, 공시적 비교는 동일한 시점에서 여러 대상을 동시에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접근을 결합해 <표 1>의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과 <표 2>의 G20 현직 정부수반을 비교해 보면, 이재명 대통령 리더십의 ‘특징적 윤곽’(characteristic contour)을 보다 분명하게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과제

대통령

리더십의 유형

평가

베버 분류

바버 분류

번스 분류

대표 업적(공공재)

지지도(취임 1년후~

퇴임 6개월전)

권력승계

순위

민주화

노태우

합법성형

소극-긍정형

거래형

주택 200만호 건설

12∼45%

O

2위

김영삼

카리스마형

적극-긍정형

거래형

금융·부동산 실명제 도입

7∼55%

☓

4위

복지국가

김대중

카리스마형

소극-긍정형

변화주도형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도입

23∼60%

O

1위

노무현

합법성형

적극-부정형

변화주도형

공공기관 지방 이전

12∼34%

☓

3위

이명박

합법성형

소극-긍정형

거래형

보금자리주택 공급

25∼49%

O

6위

박근혜

카리스마형

소극-부정형

거래형

공무원연금 개혁

33∼55%

☓

7위

문재인

합법성형

소극-부정형

거래형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35∼75%

☓

5위

윤석열

합법성형

소극-부정형

거래형

개식용금지법 제정

33∼34%

☓

8위

이재명

합법성형

적극-긍정형

변화주도형

미정

58∼67%*

미정

미정

<표 1>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 특성 및 평가

· 지지도 출처: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분기별 직무수행 평가 중 긍정률(최저∼최고).

* 이재명 대통령 지지도: 한국갤럽(2026. 1∼5)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중 긍정률(최저∼최고).

 

 

역대 대통령 1-1.jpeg

 

 

 

체제 유형

국가/정부수반

취임

정치성향

리더십의 유형

평가

베버 분류

바버 분류

번스 분류

국내

국제

종합

완전

민주주의

(10∼8.01)

호주의 앨버니지

2022

좌파

카리스마형

적극-긍정형

변화주도형

Ao

Ao

Ao

독일의 메르츠

2025

우파

합법성형

소극-긍정형

거래형

B+

B+

B+

캐나다의 카니

2025

중도

합법성형

소극-긍정형

변화주도형

Ao

Ao

Ao

일본의 다카이치

2025

우파

합법성형

적극-긍정형

거래형

Ao

B+

B+

영국의 스타머

2024

좌파

합법성형

소극-긍정형

거래형

Co

Bo

C+

불완전 민주주의

(8∼6.01)

프랑스의 마크롱

2017

우파

합법성형

적극-긍정형

거래형

C+

B+

Bo

미국의 트럼프

2025

우파

카리스마형

적극-부정형

거래형

C+

C+

C+

한국의 이재명

2025

중도

합법성형

적극-긍정형

변화주도형

B+

B+

B+

이탈리아의 멜로니

2022

극우

카리스마형

적극-부정형

거래형

B+

B+

B+

인도의 모디

2014

극우

카리스마형

적극-부정형

변화주도형

B+

B+

B+

남아공의 라마포사

2018

중도

카리스마형

적극-부정형

거래형

Bo

B+

Bo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2023

극우

합법성형

소극-부정형

거래형

C+

Bo

C+

브라질의 룰라

2023

좌파

카리스마형

적극-긍정형

변화주도형

B+

B+

B+

인도네시아의 수비안토

2024

극우

합법성형

소극-부정형

거래형

C+

Bo

C+

혼합주의

(6∼4.01)

멕시코의 셰인바움

2024

좌파

합법성형

소극-긍정형

변화주도형

Ao

Ao

Ao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2014

우파

카리스마형

적극-부정형

거래형

C+

Bo

C+

권위주의

(4∼0)

중국의 시진핑

2013

극좌

합법성형

소극-긍정형

거래형

Bo

B+

Bo

사우디의 알사우드

2015

극우

정통성형

소극-부정형

거래형

Bo

Bo

Bo

러시아의 푸틴

2012

우파

합법성형

적극-부정형

거래형

C+

C+

C+

<표 2> G20 현직 정부수반의 리더십 특성 및 평가

· 국가순은 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발표(2025. 2. 27)한 ‘민주주의 지수’의 순서임.

· 평가는 구글, 연합뉴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 영국 국제전략연구소 누리집을 참고함.

· 프랑스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국가원수이며, 각각 정부수반인 총리를 두고 있음.

 

위 <표 1>에서 보듯이 이재명 대통령은 바버의 유형론, 즉 ‘활동 에너지와 직무에 대한 감정’에 따르면, 김영삼 대통령의 유형과 닮은 적극-긍정형에 가까워 보인다. 이 대통령은 성격과 기질이 비교적 쾌활하고 낙관적이며, 일에 대한 의욕과 추진력 또한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형은 <표 2>에서 보듯이 호주의 앨버니지 총리,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등에서도 관찰된다.

 

한편, 번스의 기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표 1>에서 보듯이 김대중 대통령의 유형과 결을 같이 하는 변화주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형과 변화주도형은 백지 한 장의 차이처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즉 이 두 유형은 내포적인 관계임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즉 변화주도형은 리더와 추종자 간의 ‘주고받기’를 넘어 ‘함께하기’에 방점을 둔 리더십 유형으로, 국정 기조와 운영 방식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이루어질 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 대통령은 근래 여러 국정책임자들과 달리 실용주의적 정책과 국민통합적 행보로 인해 거래형 리더보다는 변화주도형 리더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 유형에 속하는 G20의 리더는 <표 2>에서 보듯이 호주의 앨버리지 총리, 캐나다의 카니 총리, 인도의 모디 총리,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멕시코의 셰인바움 대통령 등을 들 수 있다.

 

대체로 재임 중 탄핵이나 퇴임 후 옥고를 치룬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에는 상대적으로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잣대가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해 <표 1>에서 이들을 제외한 네 명의 대통령을 살펴보면, 김영삼 대통령은 ‘카리스마적 지배형과 적극-긍정형에 기반한 거래적 리더십’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카리스마적 지배형과 소극-긍정형에 기반한 변화주도적 리더십’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합법성 지배형과 적극-부정형에 기반한 변화주도적 리더십’으로,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합법성 지배형과 소극-부정형에 기반한 거래적 리더십’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유형 중 일부 요소가 이재명 대통령에게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적극-긍정형과 김대중 대통령의 변화주도형이 두드러진다. 어떤 면에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서로 대조적인 김영삼 대통령의 특성과 김대중 대통령의 특성을 절반씩 결합해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통치 스타일의 관점에서 보자면, 직관과 결단력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김영삼 대통령의 스타일을 ‘직관적 승부사형’(intuitive gamesman type)으로, 또한 논리와 설득력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스타일을 ‘계몽적 설교자형’(enlightened preacher type)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스타일은 논리와 결단력을 함께 보여주는 ‘계몽적 승부사형’(enlightened gamesman type)으로 분류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통치 스타일은 리더십의 본질을 설명하는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리더십이 현실 정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각 유형마다 지니고 있는 장점과 한계를 이해하는 데 일정한 설명력을 지닌다. 예를 들면, 김영삼 대통령의 ‘직관적 승부사형’은 변화와 개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강점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때로는 ‘고독한 결단’이 “깜짝 쇼”로 오인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계몽적 설교자형’은 양보와 타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위민적 설득’이 만기친람(萬機親覽)으로 비춰지게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계몽적 승부사형’ 역시 변화와 통합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장점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른바 ‘선택적 엑스’(X는 옛 트위터)는 자칫 잘못하면 베버가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환기한 바 있는 “책임 윤리”(Verantwortungsethik)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정치리더십 평가는 국민통합적 맥락에서 짚어야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유형은 크게 보면,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인격(political personality)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사물이나 현상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지니듯이, 정치리더십 역시 유형마다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장점은 더욱 갈고 닦고, 단점은 항상 경계하는 것, 그것이 성공하는 정치지도자의 관건이다.

 

정치지도자의 성공은 <표 1>에 나타나듯이, ① 업적, ② 지지도, ③ 후계 관리라는 세 가지 요건에 크게 좌우된다. 이 가운데 업적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절대적인 잣대다. 특히 업적이 시대적 가치와 과제에 부합하는 공공선일수록, 또한 특정 진영 지지자를 위한 클럽재(club goods)가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한 공공재(public goods)일수록 그 평가는 높고 오래 지속된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직무수행 평가’(한국갤럽, 취임 1년 후∼퇴임 6개월 전)에서 긍정률이 12∼34%로 문재인 대통령의 35∼75%보다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퇴임 후 실시된 ‘전직 대통령 공과 평가’(한국갤럽, 2025)에서는 “잘한 일이 많다 vs 잘못한 일이 많다”에서 68% vs 15%로 나타나, 문 대통령의 33% vs 44%에 비해 크게 대비된다. 노태우 대통령 역시 공과 평가에서는 비록 18% vs 50%로 낮게 나타나지만, ‘주택 200만호 건설’이라는 공공재의 성과만 놓고 본다면 종합 평가 순위 1위인 김대중 대통령조차 쉽게 견주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임기 중 평가와 퇴임 후 평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정치지도자의 지지도는 기본적으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지지도가 낮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더라도 공감과 호응을 얻기 어렵다. 이는 결국 정부의 집행능력과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로 지지도가 20%대에 머물 경우, 영국이나 일본의 총리는 교체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미국이나 한국의 대통령은 임기가 한참 남아 있어도 레임덕(lame duck)에 빠질 수 있다. 인기 관리가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하지만 정치지도자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경우는 최악이다. 여론조사는 국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참고용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선진국가에서도 정부수반의 지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임기 초반의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갈등과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국정 과제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은 하책이며, 낮은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지난 선거 때 지지한 유권자를 동원하려는 ‘갈라치기’(splitting) 방식은 모든 하책 중의 하책이다.

 

후계 관리 역시 정치지도자를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흔히 호사가들은 “현재 권력은 미래 권력을 당할 수 없다”든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터무니없다고 여기다가도 어느 순간 나름 일리가 있다고 보고, 결국 받아들인다. 어쩌면 영고성쇠(榮枯盛衰)라는 세상의 이치는 자연의 흐름처럼 권력 세계에서도 만고의 진리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대통령은 후계 관리에 실패함으로써 국정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적잖은 지장을 받기도 했으며, 적대적 정파가 후임 정부를 맡자마자 자신의 정당한 업적이 폄하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렇기 때문에 정치지도자는 후계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거나 반대 정파를 제압하는 데 국정 동력을 투입하려는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정략적 행태는 오히려 권력 기반을 약화시키고, 정권 재창출에 필요한 공공재 생산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정치지도자의 성공 요건들은 정치와 국정이 국민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앞선 시리즈에서 살펴보았듯이, 국민통합(nationai integration)은 동시대에서 요구하는 최고의 공공선이자,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경로이기도 한다. 목적과 수단이 이처럼 일치하는 시대적 과제는 흔치 않다. 이는 마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또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전투 대신에 민주적 방법으로 성취한 역사적 경험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문제는 국민통합을 실천해야 할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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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본 시리즈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주요 방안으로 ① 통합정치, ② 사회통합, ③ 국민통합적 정부라는 세 가지 담론을 제시해 왔다. 이 같은 방안을 둘러싸고 많은 정치행위자들이 최대 강령과 최소 강령, 또는 최고치 과제와 최저치 과제 사이의 선택지에서 나름의 묘안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정책임자로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고, 예의 ‘계몽적 승부사형’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제언을 덧붙이는 것으로 본 시리즈를 마칠까 한다.

 

첫째, 이 시대 정치지도자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국민통합이라고 한다면, 이를 위한 초석이자 첫걸음은 통합정치임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이뤘더라도 통합정치 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전체 국민을 위한 공공재조차 클럽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민통합적 정부의 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정부의 각종 위원회 운영시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을 지켜보면, 다음 총선과 대선은 이른바 ‘마초(macho) 집단 vs 반꼰대 연합’ 구도로 치러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셋째, 현재 리더십 유형인 ‘계몽적 승부사형’에 창의력과문제 해결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혁신적 조정자형’(innovativecoordinator type)을 보완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조만간에 ‘내란 정국’의 휴유증이 정리되고 국가 운영이 정상화되면, 정치개혁과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용의주도하고 능수능란한 국정 리더십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난 6개월 남짓 졸고를 열람해 주신 독자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글에 담긴 오류는 모두 필자의 몫이다. 독자들의 넓은 이해와 함께 기탄없는 질정(yooji2361@gmail.com)을 구한다. 그동안의 인연과 관심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문승현(1958∼) 작사·작곡의 <사계>(1982)를 부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합창곡 동영상(https://youtu.be/8mTefWWXR1M)을 감상해 볼 것을 추천한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넓은 장소에서 볼륨을 높이고 음미하면,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과 꿈이 경쾌하면서도 애잔하게 표현되었음을 느낄 것이다.

 

“흰구름 솜구름 탐스러운 애기구름 / 짧은 샤쓰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 속옷땀 피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사계> 두 번째 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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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유재일 교수는 한국정치와 정당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치학자이다. 대전고를 나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30여년간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내면서국회도서관장,대전세종연구원장을 역임하였고,한국정치학회 부회장,한국정당학회장,한국지방정치학회장을 지냈다. 아울러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국회의장자문위원회 부위원장,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아 국정운영에 대한 실무경험도 쌓았다. 현재사회공헌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며, 최근에 발간한대표 저서로『통합정치와 리더십』(2024,운주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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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일 기획시리즈 19] 통합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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