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 K-팝과 BTS(방탄소년단)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도 기실 위대한 한글의 힘 덕분이 아니겠는가? 그 한글을 관장하는 최고의 기관이 국립국어원이다. 그 기관의 수장이면 대한민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국어학자라고 해도 될성 싶다. 국립국어원장과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한 '영남의 선비' 이상규 박사(국문학)가 굿리더뉴스에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소리는 마법(魔法)이다
- 소리와 텍스트 -
소리는 포겔 수 있지만 텍스트는 포게지지 않는다. 코러스가 이루어내는 창조처럼 오케스트라 연주는 화음이 여럿이면서 통일된 하나로 의미를 담아낸다. 아무리 잘 짜여진 텍스트라도 텍스트가 융합하여 하나의 텍스트로 녹여낼 수가 없다. 오랜 시간 인간의 지식과 정보를 담아온 그릇은 그래도 누적된 텍스트이다. 야마다 시게오의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더숲)의 서두에 “아시리아는 멸망했다. 그러나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텍스트의 위대함을 말하고 있다.
끊임없이 흩어지려는 인간의 언어를 질서로 묶어 통일시키려는 경향도 있지만 그 질서를 벗어나 마법이나 주술로 일탈한 예들도 있다. 단테는 세상의 모든 언어를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한 언어 체계를 세웠다. 라틴어나 그리스어 같은 문법적 언어와 세속적으로 일탈한 속어(방언)로 나누었다. 전자는 규범으로서 문법적 언어는 어겨서는 안 되는 규칙에 따라서 사용해야 하고 오랜 시간 힘들게 공부해야만 숙달할 수 있다.
규범에서 벗어난 속어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역이나 계급에 따라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개인에 따라 시시각각 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기를 달랠 때 부르는 자장가를 이탈리아어로는 '닌나 난나 ninna nanna'라고 하는데 아무런 뜻이 없이 반복과 고저장단의 리듬과 화음을 중첩한 노래다. 문자가 없는 부족들의 집단 노래엔 신바람과 함께 기적을 불러들이는 마법이 실려 있다. 말이 어느 덧 신비한 노래로, 장난스럽게 시작된 주문에 힘이 실린다. 노동요와 군가와 성가와 찬요에는 인간의 염원과 주술적 신비함이 언어와 손을 잡는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즐겼던 게임 이름으로 친숙한 징크스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잉크스 lynges'라는 새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을 만든 마법사 요정을 뜻한다. 그리스의 새를 뜻하는 잉크스에서 징크스라는 말이 생겨났다.새 울음소리에는 상대방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힘이 있다고 여겨졌다. 신화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이아손에게 개미잡이새를 물레에 붙이는 방법을 가르쳐주어, 그가 강력한 설득의 힘으로 메데이아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만들어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칼데아의 마법사들은 바람난 연인의 마음을 되돌리는 방법으로 바로 이 기법을 권했다고 한다.
징크스로 떠오른 개미잡이새는 떠나간 사랑의 화신을 되돌아 오도록 불러내는 힘을 가진 때문에 조류계에서 가장 막강한 매력을 지닌 새 가운데 하나이다. 천사처럼 새울음 소리를 듣는 이의 마음을 잠재워 그의 의지를 꺾고 다른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날개 달린 생명체였다. 소리는 매직이다. 마력을 가지고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하나님의 소리와 겹쳐지는 힘을 가졌다. 동요, 민요, 성가, 불교적 염력을 지닌 노래와 군가는 사람의 몸을 지배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깊은 산속에서 들리는 새들의 노래소리는 랑그와 빠롤로 구분되지 않지만, 의미도 없지만 의미를 뛰어넘은 감응의 언어로 인간의 몸과 하나로 연결된다.
이탈리아의 성 프 란체스코가 새들과 대화하고 매미와도 하나님의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코란에서는 솔로몬에게 주어진 마법의 힘 가운데 하나로 새들의 언어인 만틱 알타이르 mantik altayr 를 구사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시구르드 역시 황금을 지키는 용 파브니르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를 마시고는 새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모방을 통해서 말을 배우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다. 새들에게도 고유의 언어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때론 사람이 새들의 언어가 사람의 말보다 더 강력하다고 믿었다. 지상과 천상을 가로질러 연결하는 플라톤이 말한 광대한 아이테르의 신성한 예술을 지상으로 전달하는 존재가 새라는 상상을 한다.
천국과 연결된 존재라고 여겼던 새들의 언어가 문법적 언어인지 아니면 속어인지, 규칙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부리에서 부리로 구전되면서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다른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세 작곡가들은 종종 새 소리를 자신의 곡에 응용했다. 하나의 단어를 계속 반복해서 새벽에 지저귀는 새들의 합창처럼 들리게 한 것이다.

필자 이상규 박사
국내 최고의 국어국문학자. 국립국어원 7대 원장과 국어정책학회 회장,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 국가미래연구원 이사로 고향 대구에서 후학양성과 집필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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