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 법조인이면서 화가,소설가, 방산 전문가로도 활동하며 다재다능한 김백진 변호사의 글을 연재한다. 법과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와 일상 생활을 차분하게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건국 이래 최대의 사법실험이 시작됐다 : 70년 검찰 시대의 종언
대한민국이 방탄소년단(BTS) 공연에 열광하던 3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는 법안이 통과했다. 이는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건국 이래 가장 거대한 변곡점이 되는 날이다. 오는 2026년 10월 예정된 중수청과 공소청의 신설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이는 국가 수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역사적 실험이자, '수사'와 '기소'를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별하는 사법 혁신이다.
70년 검찰 독주 체제는 어떻게 탄생했었나
국가 권력의 핵심은 '수사권'에서 나온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수사권의 주인에 따라 시대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승만 정부 시절, 대통령의 강력한 '손발' 역할을 했던 곳은 내무부 치안국(경찰)과 헌병사령부, 그리고 육군 특무부대였다. 당시 이들은 막강한 수사권을 휘두르며 정권 유지의 핵심 기구로 작동했다.
하지만 4.19 혁명이라는 민주화의 파고 속에서 경찰은 인적 청산의 대상이 되었고, 막강했던 헌병사령부는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 공백을 메우며 박정희 정부 이후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한 조직이 바로 검찰이다. 지난 70여 년간 검찰은 수사와 기소라는 두 자루의 칼을 동시에 쥐며 수사권력에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검찰조차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이라는 거센 파도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왜 '수사'와 '기소'를 떼어놓는가
이번 개편의 핵심은 비대해진 검찰 권력의 축소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발생한 표적 수사와 별건 수사는 사법 정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끊임없이 갉아먹었다. 새로운 체제에서는 부패와 경제 등 중대범죄 수사를 행정안전부 소속의 '중수청'이 전담하게 된다. 검찰은 '공소청'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연의 임무인 기소와 공소 유지에만 집중한다.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 남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검찰개혁이 성공하려면...세 가지 난제
하지만 법안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실무적인 우려가 적지 않다.
첫째, 헌법적 정당성 논란이다. 현재 헌법은 검찰이 수사를 못한다는 것을 전혀 예정하지 못했다. 특히 헌법이 명시한 '검찰총장'을 법률로써 이토록 축소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거세다. 이는 향후 치열한 헌법소송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수사 역량의 단절이다. 수사와 기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범죄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현장에서 겉돌게 된다면, 수사 효율은 떨어지고 그 틈을 타 범죄자들만 이익을 보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셋째, '컨트롤 타워'의 부재다. 수사와 기소가 따로 놀다 보면 과잉 수사나 부실 수사가 발생해도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호해지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산림, 세무, 특허 등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사라지면, 전문 수사 영역의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마지막 숙제
가장 예민한 쟁점은 중수청의 소속 문제다. 수사 기관인 중수청이 행안부 산하에 놓이게 되면서, 오히려 행정부의 입김에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된다면 '검찰 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또 다른 권력기관의 탄생에 그칠 뿐이다.
결국 2026년에 펼쳐질 이 거대한 사법 실험이 진정한'검찰 개혁'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국가 형사 사법 체계의 훼손이라는 오명을 남길지는 향후 대응에 달려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권력의 분산이라는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임은 분명하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빈틈과 수사 역량의 저하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치권과 사법당국은 제도의 안착을 기다리기보다, 시행 초기부터 나타날 실무적 혼선과 권한 남용 가능성을 면밀히 감시하고 보완 입법을 주저 없이 단행해야 한다. 사법 정의의 요체는 기관의 명칭이나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70년 만에 맞이한 새로운 형사시스템은 혼란의 시작이 아닌, 사법정의가 살아 있는 신뢰받는 사법 시스템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필자 김백진 변호사
- 브라운 로펌 대표변호사
- 화가, 소설가, 방산 전문가
- 고려대 법학 박사
- 전 고등군사법원 판사
- 전 국방부&육군본부 검찰단 검사
-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
- 전 방위사업청 송무담당
- 주요 저서 : 국유재산법, 방위사업관련 저서 및 논문 다수
- 업무 분야 : 일반 민-형사, 방위사업 및 군 관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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