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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일 기획시리즈 10] 지방자치 제도의 개혁을 통한 통합정치, 어떻게 할 것인가?

  • 유재일 교수 기자
  • 입력 2026.02.03 12:35
  • 글자크기설정

  • 미래있는 세계 10대 도시는.. 다양성과 거버넌스..한국 지방자치제의 개혁과제는..

〔기획시리즈 10〕 통합정치와 리더십

- 통합정치를 위한 지방자치제도의 개혁 -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매력 있는 도시, 거버넌스와 다양성

 

세계 10대 도시는 어디일까?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도시전략연구소는 2008년부터 매년 전 세계 48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경제, 연구 및 개발, 문화적 교류, 삶의 질, 환경, 접근성 등 여섯 가지 요소를 측정해 ‘글로벌파워도시지수’(The Global Power City Index, GPCI)를 발표하고 있다. 올 초에 공개된 GPCI-2025 Report에 따르면, 세계 10대 도시는 런던, 도쿄, 뉴욕, 파리, 싱가포르, 서울, 암스테르담, 상하이, 두바이, 베를린 순이다. 이 가운데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권위주의 국가의 도시인 상하이와 두바이를 제외하면, 민주주의 국가의 대도시는 모두 일곱 곳이다. 그렇다면 통합정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들 가운데 가장 덜 적대적이고 덜 배제적인 도시, 다시 말해 가장 매력이 있고 포용적인 도시는 어디일까? 아마도 이 같은 주관적인 질문에 객관적인 답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런던 1-1.jpeg

 

그럼에도 두 가지 접근을 통해 한 국가를 대표하는 도시의 매력도를 비교·추론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국가별 ‘행복지수’(Happiness Index)를 준거로 삼을 수 있다. 행복지수는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매년 140여 개의 국가를 대상으로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할 자유, 관대, 부패 인식 등의 여섯 가지 변수를 종합해 산출한다. 2024년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일곱 개 도시 중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세계 5위)이 가장 높은 행복도를 보였고, 베를린(독일: 22위), 런던(영국: 23위), 뉴욕(미국: 24위), 파리(프랑스: 33위)가 그 뒤를 이었다. 도쿄(일본: 55위)와 서울(한국: 58위)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다른 하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수행력과 자치적 다원주의의 수준을 참고 지표로 삼는 것이다. 이는 다음 <표 1>과 같이 지방정부 수장(head of local government)의 리더십과 지방의회의 운영을 정성적으로 비교함으로써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방정부 수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① 도시정책 기조(실용지향형 또는 이념지향형), ② 중앙정부와의 관계(친화적 관계 또는 길항적 관계), ③ 지방의회와의 관계(협력적 관계 또는 갈등적 관계), ④ 시민의 지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지방의회의 경우에는 ① 다양성의 정도(다원적 구성 또는 양극적 구성), ② 지방정부와의 관계(수평적 관계 또는 수직적 관계), ③ 시민의 신뢰 수준이 주요 지표가 된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종합해 보면, 일곱 개 도시의 매력도는 암스테르담, 런던, 베를린, 도쿄, 파리, 뉴욕, 서울 순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은 이들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세계 7대 도시에 포함될 만큼 경쟁력 있는 도시임은 분명하다. 다만 거버넌스의 수행력과 자치적 다원주의의 측면에서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저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도시명

지방정부 수장

지방의회

수장(생년)

취임년·소속 ·주요 이력

리더십

구성

운영

런던시

사디크 칸

(1970)

2016, 노동당, 파키스탄계 무슬림, 인

권변호사, 하원의원 3선, 교통장관,

실용지향적,

친화적, 협력적

25석: 노동 11, 보수 7, 녹색

2, 자유민주 2, 영국개혁 2

다원적,

수평적

도쿄도

고이키 유리코

(1952)

2016, 여성, 무소속, 방송인, 중의원

7선, 환경대신, 방위대신

실용지향적,

친화적, 협력적

127석: 자민 27, 도민퍼스트

27, 공명 23, 공산 19, 입헌민

주 15, 기타 8, 공석 8

다원적,

수직적

뉴욕시

조란 맘다니

(1991)

2026, 민주당, 인도계 무슬림, 음악프

로듀서, 하원의원 재선

이념지향적,

길항적, 협력적

51석: 민주당 45, 공화당 6

일극적,

수평적

파리시

안나 이달고

(1959)

2014, 여성, 사회당, 노동공무원, 파

리부시장, 대선 출마(2022)

이념지향적,

길항적, 갈등적

163석: 공화 42, 사회 41, 녹

색 21, 좌파무소속 15, 공산

11, 기타 33

다원적,

수평적

서울시

오세훈

(1961)

2021, 국민의힘, 변호사, 국회의원,

서울시장(2006~2011)

이념지향적,

길항적, 갈등적

112석: 국민의힘 74, 더불어

민주 35, 무소속 2, 공석 1

양극적,

수직적

암스테르담시

펨카 할세마

(1966)

2918, 여성, 좌파녹색당, 영화제작사,

하원의원, 당대표

실용지향적,

친화적, 협력적

45석: 노동 9, 녹색좌파 8, 민

주 7, 자유민주 5, 동물권 3,

기타 13

디원적,

수평적

베를린시

카이 베그너

(1972)

2023, 기독교민주연합, 보험판매원,

하원의원 4선

실용지향적,

친화적, 갈등적

59석: 기민 52, 사민 34, 녹색

34, 좌파 22, 독일대안 17

다원적,

수평적

<표 1> 세계 7대 도시의 지방정부 수장과 지방의회 현황

* 도시순은 ‘글로벌파워도시지수’(GPCI)의 순서임.

출처: https://www.google.com/search(2026.1.31).

 

지방자치의 이모저모

 

잘 알다시피, 한국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의 재탄생과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부활을 계기로 본격화되었고, 어느덧 30년이 넘는 역사를 쌓아 왔다. 그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는 제도적으로 공고화 단계를 넘어서서 심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의 행위주체 역시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지역주민에서 정당, 기업, 직능단체, 시민단체, 언론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지방/지역(local/regional) 공동체가 ‘지역거버넌스’(local governance)라는 자치적 메커니즘 속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 자체도 ‘지방정치’(local politics)라는 고유한 정치과정을 형성한다.

 

흔히 지방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미국 하원의원 17선을 기록하며 10년간 하원의장을 지낸 팁 오닐(1912~1994)의 “모든 정치는 지방에서 시작한다”는 명언이 자주 인용된다. 이 표현은 오닐과 게리 하이멜(1933~)의 공저인 All Politics is Local: Other Rules of the Game(1993)에서 유래한다. 이 말의 의미는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1961~)의 영화 「스윙 보트」(Swing Vote, 2012)를 보면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선거제도의 우연한 착오로 작은 도시에 사는 싱글 아빠의 단 한표가 차기 대통령을 결정짓게 되는 기막힌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사실 이 말의 진의(眞意)는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동네 기표소에서 자신이 던진 한표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정치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결정하고,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 하는 ‘폴리티’(polity 또는 정치체제)의 문제다. 지역공동체 역시 마찬가지로 누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어떤 방식으로 결정을 집행할 것인가 하는 ‘자치’(autonomy 또는 self-governance)의 문제가 핵심이다. 국가공동체는 누가 통치하는가, 다시 말해 주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국가형태는 크게 군주제와 공화제로 나뉜다. 또한 어떻게 통치하느냐, 즉 주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정부형태는 크게 과두정과 민주정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지역공동체의 자치는 공화주의와 민주주의의 원리에 기초하지 않고서는 성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방분권과 지방선거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지역공동체가 한 사람에 의해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소수 사람들에 의해 운영이 된다면,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자치는 자치권의 인정 주체에 따라 ‘주민자치’(resident autonomy)와 ‘단체자치’(local government autonomy)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조직에서 지역공동체의 각종 사무를 ‘정치적으로’ 처리하는 자치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자치권의 인정 주체가 주민이다. 이에 반해 단체자치는 중앙정부로부터 독자적인 권한을 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사무 일부를 ‘법적으로’ 처리하는 자치형태이기 때문에, 자치권의 인정 주체가 국가인 것이다. 이처럼 이 두 가지 자치형태는 국가마다 자치와 분권의 발전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며, 때로는 길항적 관계로 나타난다. 대체로 미국과 영국처럼 분권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주민자치가,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중앙집권형 국가에서는 단체자치가 발달했다. 흔히 지방자치를 설명할 때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이는 “풀뿌리는 하나만 있으면 쉽게 뽑히지만, 여러 개가 얽히면 뽑히지 않는다”는 비유처럼 주민자치의 힘과 소중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단체자치가 중심을 이룬다. 또한 헌정체제 전반에서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제도 내지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헌법 제11조에 의거한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로부터 배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사무배분 기준에 따라 광역지방자치단체(시·도)와 기초지방자치단체(시ㆍ군 및 자치구)로 구분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회(이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을 두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민투표법」에 따라 4년마다 재구성된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도 2022년을 기준으로 17명의 시장·도지사, 226명의 시장·군수·구청장, 872명(지역구 779명 + 비례대표 93명)의 광역지방의회의원, 2,988명(지역구 2,602명 + 비례대표 386)의 기초지방의회의원이 선출되어 집행기관과 지방의회를 구성해 단체자치를 운영하게 된다.

 

한편 주민자치는 공식적인 기능이 주민투표, 주민조례발안, 주민소환, 주민생활개선 제안 등 제한된 제도적 장치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일부 지역공동체에서 특정한 목적과 소규모 단위 차원에서 주민자치가 실천되고 있지만, 대체로 법적 뒷받침 없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개정에 따라 ‘주민자치회’가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이것이 동네와 마을마다 확대되고 자율적으로 정착된다면, 주민자치는 비로소 지방자치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은 제임스 브라이스(1838~1922)가 Modern Democracies(1921)에서 말한 것처럼 지방자치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그는 “지방자치는 ‘최고의 민주주의 학교’(the best school of democracy)라고 평가했다.

 

지방의회 1-1.jpeg

 

 

지방자치제도의 개혁 과제

 

어쨌든 한국 지방자치는 상당 기간 동안 단체자치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현재의 단체자치가 지방정치를 ‘경합과 협치의 정치’가 아닌 ‘적대와 배제의 정치’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장, 즉 시장 및 도지사는 중앙정치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차기 대선 주자 반열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자치 정책의 기조를 실용주의보다는 이념지향성에 두는 경향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포퓰리즘적 행태가 반복되고, 집행기관을 공적 책임의 장이 아니라 사적 이해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이른바 ‘소통령’(Little President)식 인치(人治)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지역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자신을 필두로 한 “집행기관 친위관료-개발업자-지방의원(때로는 지역국회의원)” 간의 삼각지대(triangle), 즉 담합체제(cartel)를 형성해 ‘지대 추구’(rent-seeking)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취한다. 이러한 부정부패의 구조는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의회 역시 지방정치를 ‘적대와 배제의 정치’로 증폭시키는 공간이 된지 오래다. 단체자치의 한 축으로서 지방의회는 공화주의의 원리에 입각해 자치단제장의 권력을 견제하고,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기반해 집행기관을 감시·통제할 때 그 존재이유를 갖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과의 관계는 수평적이기보다 소속 정당을 매개로 한 자치단체장의 직접적 영향력 때문에 수직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종속적 양상을 띤다. 이 같은 문제는 지방의원의 자율성 측면에서도 발견된다. 지방의원은 공천권을 좌우하는 국회의원을 매개로 한 자치단체장의 간접적 영향력에 놓여 있고, 각종 민원 및 이권 처리의 대가로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방기한다. 특히 지방의회의 구성이 다원적이지 못하고 양극화를 넘어 일극화되는 상황에서는 운영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 <표 2>는 8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의회 구성의 변화를 보여준다.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를 독차지했다가, 정권교체와 함께 다시 다른 정당으로 바뀌는 모습은 마치 시계추가 좌우로 흔들리는 듯하다. 시인 김일엽(1896~1971)이 「시계추를 쳐다보며」(1933) “세월이 간다고 간다고” 읊었듯,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지방의회의 구성이 덩달아 바꿔지는 것을 바라보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구와 광주처럼 시계추가 아예 멈춘 듯한 지역에서는 안타까움이나 자책을 넘어 체념이나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닌가 본다. 이는 2022년 지방선거의 전국 투표율이 50.9%인데 비해, 대구 43.2%, 광주 37.7%로 지나치게 낮은 것을 보면, 무리한 억측이 아닐 것이다.

 

<표 2> 2018/2022 지방선거 광역지방의회의원 당선자 일부 현황

시별

2018년 광역지방의회의원

2022년 광역지방의회의원

의원 유형

더불어

민주당

자유

한국당

기타

의원 유형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

기타

서울시

지역 100

97

3

0

지역 101

31

70

0

비례 10

5

3

2

비례 11

5

6

0

부산시

지역 42

38

4

0

지역 42

0

42

0

비례 5

3

2

0

비례 5

2

3

0

인천시

지역 33

32

1

0

지역 36

12

24

0

비례 4

2

1

1

비례 4

2

2

0

대구시

지역 27

4

23

0

지역 29

0

29

0

비례 3

1

2

0

비례 3

1

2

0

광주시

지역 20

20

0

0

지역 20

20

0

0

비례 3

2

1

0

비례 3

2

1

0

대전시

지역 19

19

0

0

지역 19

3

16

0

비례 3

2

1

0

비례 3

1

2

0

울산시

지역 19

15

4

0

지역 19

0

19

0

비례 3

2

1

0

비례 3

1

2

0

세종시

지역 16

16

0

0

지역 18

12

6

0

비례 2

1

1

0

비례 2

1

1

0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중 ‘정보공간’(2026.1.31).

 

그렇다면 지역공동체의 ‘거버넌스 메커니즘’이자 ‘최고의 민주주의 학교’인 지방자치는 통합정치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지방정치 과정이 ‘적대와 배제의 정치’로부터 ‘경합과 협치의 정치’로 전환되도록 정치적 다원주의를 포용하고, 협의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제도의 개혁 논의는 그동안 수차례 진행되었고, 대안 역시 선진국가들의 다양한 사례를 망라할 정도로 충분히 검토되어 왔다. 따라서 새롭고 기발한 상상력을 무리하게 짜내기보다, 기존에 제시된 대안 가운데 ① 제도적 효과, ② 실현가능성, ③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도 충분하다고 본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지방자치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 과제로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방의회의 구성이 다원화되기 위해 무엇보다도 지방선거제도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① 광역지방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현행 10%에서 30% 이상으로 확대, ② 기초지방의원 선거 역시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현행 10%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하되, 지역구 의원을 현행 「공직선거법」대로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선출, ③ 지방선거에 한해 지방정당의 허용, ④ 기초지방의회 선거에서 ‘남녀동수 후보 공천’을 위한 시범적 인센티브제의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자치의 두 축인 단체자치와 주민자치가 병행 발전할 수 있고, 특히 주민자치가 단체자치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주민자치회’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의사결정 방식과 논의 범주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주민자치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주민의 대표 의사결정체인 ‘주민총회’를 제도화하고, 그 논의 대상과 범위를 보다 폭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자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방분권 역시 일정한 속도를 내야 한다. 국가별 지방분권의 적정 수준은 사회발전의 경로와 헌정체제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연방제로의 전환이나 상원 도입, 지방분권국가 선언 등과 같은 최대강령과 중앙-지방 사무배분 확대, 지방정부 재정권 보장, 주민자치권 선언 등과 같은 최소강령 사이 어딘가에 현실적인 대안이 존재할 것이다. 다만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분권만 확대될 경우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부패 삼각지대나 거대 담합체제를 양산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지방분권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개혁이 시급하다.

 

이상으로 통합정치의 관점에서 지방자치제도의 개혁 과제를 살펴보았다. 지방자치의 문제는 제도적 대안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개혁 당사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거나 실행 의지를 보이지 않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방자치의 정상화는 시민의 자각과 정치행위자들의 성찰이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유재일 1-1.jpeg

 

필자 유재일 교수는 한국정치와 정당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치학자이다. 대전고를 나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30여년간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내면서 국회도서관장, 대전세종연구원장을 역임하였고, 한국정치학회 부회장,한국정당학회장,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을 지냈다. 아울러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국회의장자문위원회 부위원장,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아 국정운영에 대한 실무경험도 쌓았다. 현재 사회공헌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며, 최근에 발간한 대표 저서로 『통합정치와 리더십』(2024, 운주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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