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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일 기획시리즈 9] 통합정치를 위한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유재일 교수 기자
  • 입력 2026.01.27 17:23
  • 글자크기설정

〔기획시리즈 9〕 통합정치와 리더십

- 통합정치를 위한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개혁 -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정치개혁의 이상과 현실

 

흔히 정치개혁을 화두로 삼을 때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주제는 선거와 정당이 아닌가 본다. 그렇다면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는 국가의 틀과 운영 방식인 헌정체제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위상과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헌정체제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헌법은 엔진에 해당하고,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정부는 운전대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에 사람을 태우고 운전하려면 운전사와 기름이 필요하듯이, 헌정체제는 유능한 정부수반과 국민적 신뢰가 있어야 잘 작동할 것이다. 이처럼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는 헌정체제의 구성과 운영에서 필수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유일한 마스터키는 아니다.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통합정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선거와 정당, 특히 의회와 정당 정치를 주조하는 선거제도만 고치면 된다는 생각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자칫 단순화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정당 1-1.jpeg

 

민주화 이후 여·야 간의 정치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역대 대통령은 선거제도의 개혁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 차원에서 중선거구제를,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 효율을 이유로 복합선거구제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운영의 안정성 차원 대통령중임제를,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주의 완화를 목표로 확대된 비례대표제를, 윤석열 대통령은 여소야대 극복 차원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 강화를 명분으로 국민소환제를 각각 제안한 바 있다. 정치지도자급 정치인들 역시 상생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를 위한 지름길로 다양한 선거제도의 개혁 방안을 제기해 왔다. 대통령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 무공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독일의 초과의석제 및 보정의석제, 호주의 선호투표제, 심지어 일본의 석패율제까지, 가히 백화제방(百花齊放)인 듯했다.

 

이러한 제안들이 모두 정치적 계산이나 기회주의적 입장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상당 부분은 신념윤리와 절실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자동차가 원활히 달리지 못하는 것은 앞바퀴의 문제 때문이니 정비할 때까지 조금만 참아 달라는 운전사의 면피성 변명이거나, 새 것으로 교체하면 해결된다는 좀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의 정략적 이해타산으로 들렸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제도화되지 못했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변형된 ‘준연동 비례대표제’가 국회의원선거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2019년 야당 반대 속에서 도입되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운용된다면, 진보적 군소정당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결과는 정당제도의 파행과 정당체제의 퇴행으로 참담하게 귀결되었다.

 

준연동 비례대표제가 총선에서 적용되자마자, 거대정당인 1당과 2당은 이른바 ‘위성정당’(satellite party)을 급조해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했다. 그 결과 2020년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정수 47석 중 36석을, 2024년 총선에서는 46석 중 32석을 거대정당 계열이 차지했다. 그리고 2024년 총선의 경우, 지역구 17곳에 후보를 낸 녹색정의당은 비례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한 반면에, 지역구 한 곳에도 후보를 내지 않은 신생정당인 조국혁신당은 비례의석을 무려 12석이나 확보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 사례는 정치개혁이 당초의 의도나 기대 만큼 제도적 효과나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정치균열을 증폭시키거나 새로운 정치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 특히 위성정당 문제는 정치개혁을 희화화하고 정치적 냉소주의를 팽배하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근본적 이유는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설계·운용되면서, 정치제도가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Whack-A-Mole game)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에 다른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행위자들이 “나는 자 위에 타는 자 있다”(飛者上有跨者)는 말처럼, 합법의 틀 내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는 현실까지 겹치면서 정치개혁은 늘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마주하게 된다.

 

역대 대통령 1-1.jpeg

 

선거제도의 개혁

 

선거와 정당 이론의 대부로 꼽히는 모리스 뒤베르제(1917~2014)는 대표 저서 ????정당론????(Les Parti Politiques, 1951, 개정 1959)에서 선거제도와 정당체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바 있다. 즉 “소선거구제(총선)와 결선투표 없는 단순다수대표제(대선)는 양당제를 부르고, 중대선거구제 또는 비례대표제(총선)와 결선투표제(대선)는 다당제를 낳는다”라는 명제를 제시했다. 이는 이후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으로 불리며, 선거제도의 설계와 개혁 논의의 기본 준거로 활용되어 왔다.

 

다음 <표 1>은 G20 국가별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일부 현황을 요약한 것이다. 이를 살펴보면,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뒤베르제의 주장이 여전히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통령 선거제도와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느냐에 따라 정당체제의 유형뿐만 아니라 정치체제의 성격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드러난다.

 

<표 1> G20 국가별 선거제도 및 정당제도 현황

체제 유형

국가*

정부형태

결선투표

하원선거제도

정당제도

대선

총선

지역구

비례대표(%)

지역당

정당체제

완전

민주주의

(10∼8.01)

호주

의회제

없음

없음

대선거구

151석 선호투표제

허용

다당제

독일

의회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630 중 354(56.1)

허용

다당제

캐나다

의회제

없음

없음

소선구제

없음

허용

준다당제

일본

의회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465 중 176(37.8)

허용

다당제

영국

의회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없음

허용

준다당제

불완전 민주주의

(8∼6.01)

프랑스

대통령제

있음

있음

소선거구

없음

허용

다당제

미국

대통령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없음

허용

양당제

한국

대통령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300 중 46(15.3)

불용

준다당제

이탈리아

의회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400 중 245(61.2)

허용

다당제

인도

의회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없음

허용

다당제

남아공화국

대통령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400 중 200(50)

허용

다당제

아르헨티나

대통령제

있음

없음

없음

257 중 257(100)

허용

다당제

브라질

대통령제

있음

없음

없음

513 중 513(100)

허용

다당제

인도네시아

대통령제

있음

없음

없음

580 중 580(100)

허용

다당제

혼합주의

(6∼4.01)

멕시코

대통령제

없음

없음

소선거구

500 중 200(40)

허용

다당제

튀르키예

대통령제

있음

없음

없음

600 중 600(100)

허용

다당제

권위주의

(4∼0)

중국

의회제

없음

없음

없음

2,977 간선제

불용

일당제

사우디아라

군주제

없음

없음

없음

없음

불용

없음

러시아

대통령제

있음

없음

소선거구

450 중 225(50)

허용

준양당제

*국가순은 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발표(2025. 2. 27)한 ‘민주주의 지수’의 순서임.

출처: https://www.google.com/search(2025.12.31.)

 

잘 알려진 대중가요 ‘잘못된 만남’(김건모, 1995)이 사랑과 우정을 모두 잃게 만든다는 노래라면, 대통령 선거제도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간의 ‘잘못된 결합’은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과 ‘정치적 편안함’(political comfort)을 동시에 훼손한다.

 

아마도 이러한 매우 어색한 제도 결합에서 탄생한 정당체제는 마치 메리 셸리(1797~1851)의 소설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1818)에 등장하는, 여러 인체 부위를 이어 붙인 ‘괴물’(monster)과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례는 <표 1>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미국과 브라질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먼저 미국 정당체제는 완벽한 ‘양당체제’(two-party system)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에는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정당만 해도 50개 내외에 이르지만, 실제로 대통령선거와 상·하원의원선거에 후보를 내는 정당은 8개 뿐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 두 당만이 대통령 주별 선거인단과 상·하원 의석을 독과점한다. 이러한 구조는 대통령을 선거인단으로 선출하는 선거제도와 상·하원의원을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로 선출하는 제도가 잘못 만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는 ‘일반 투표’(popular vote)에서 패배한 후보라도 ‘선거인단 투표’(electoral vote)에서 승리하면, 그를 대통령에 지명한다. 이러한 경우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있었는데,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1946~)도 이에 해당한다. 이 같은 승자독식적 대통령 선거제도는 대표성과 비례성이 처음부터 제약되는 상·하원의원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 경쟁을 더욱 양당 경합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 의사당 1-1.jpeg

 

최근 미국 정치가 극단적인 ‘적대와 배제의 정치’로 치닫게 된 데에는 이러한 양당체제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물론 그 뿌리는 셰이무어 립셋(1922~2006)이 『미국 예외주의: 양날의 검』(American Exceptionalism: A Double-Edged Sword, 1997)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사회가 지닌 이중성과 폐쇄성도 기인한다. 문제는 양당체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미국 선거제도가 아무리 다수자의 규모를 제한하고 정치적 다원주의와 거리가 있더라도, 이른바 ‘미국적 신조’(American creed)를 담고 있는 헌법은 대통령 선거인단제와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제도보다는 애국심이나 도덕에 호소하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국에 놓여 있다.

 

반면 브라질은 열정의 극치인 삼바 춤과 함께 정치적 다원주의의 만개(滿開)라고 볼 수 있는 ‘원자화 정당체제’(atomized party system)로 유명하다. 이 정당체제는 조반니 사르토리(1924~2017)가 『현대정당론』(Parties and Party Systems, 1976)에서 분류한 일곱 가지 정당체제 유형 중 하나로서, 다수의 정당이 존재하지만 어느 하나도 안정적인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구조를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대통령을 결선투표제로 선출하면서 하원의원 전체를 비례대표제로 뽑는 선거제도의 잘못된 결합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이는 2022년에 실시한 대선과 총선의 상황을 살펴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대선에서는 1차 선거는 11개 정당의 후보가 출마했고, 2차 결선투표는 9개 정당의 선거연합 후보인 룰라 다시우바(1945~)가 50.9%의 득표로 당선되었다. 동시에 실시된 총선에서는 전체 513석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하원선거에서무려 16개 정당이 의석을 확보했고, 전체 81석을 1/3씩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로 선출하는 상원선거에서도 14개 정당이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분산된 정당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집권당이 의회에서 안정적인 다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집권당인 노동자당의 의석은 하원 56석(10.9%)이고, 상원 7석(8.6%)이다. 이 같은 여건에서 대통령은 의회의 과반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매달 지불하는 수당을 뜻하는 ‘멩살렁’(Mensalão)을 통해 야당 의원들의 협력을 끌어내야 하고, 이른바 ‘교도소의 담장 위’를 걸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문제는 선거제도의 개혁 없이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그러나 세르히오 부아르케(1902~1982)가 Raízes do Brasil(브라질의 뿌리, 1936)에서 ‘다정한 사람’(Homen Cordian)이라고 특징을 밝힌 바 있는, 브라질 국민은 1988년 제정된, 세계에서 가장 긴 헌법으로 알려진 일명 ‘시민헌법’(Constituição Cidadã)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 제도 개편 논의는 쉽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브라질의 사례를 다소 길게 살펴본 것은 한국 선거제도의 개혁 논의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첫째, 민주주의의 심화와 정치적 편안함의 제고라는 정치개혁의 목적과 더불어, 정치적 다원주의와 협의제 민주주의의 확대라는 정치개혁의 목표는 선거제도가 개혁되어야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선거제도의 개혁 논의에서는 대통령 선거제도와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결합 방식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는 등록 정당 수가 많지만, 정치적 다원주의는 오히려 협소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 수는 49개(원내 정당 7개 포함)에 이른다. 이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2024년 총선에는 40개 정당이 비례대표 명부를 제출한 바 있다. 이처럼 외관상 난립된 정당체제에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병행할 시, 그 형상은 결코 브라질이나 프랑스 못지 않게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선거제도의 개혁 논의가 기득권이 유지되고 온존되는 방편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한국 선거제도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비교적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표 1>과 같이 독일(56.1%), 일본(37.8%), 이탈리아(61.2%)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현행 15.3%보다는 높힐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의원 정수를 늘려야 가능한데, 현재의 국민 정서로는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처럼 가장 유력한 선거제도의 개혁 방안인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어떤 상상력이 가능할까? 하나는 선거제도의 개혁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국민적 동력’(popular powers)을 형성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이미지 쇄신’(image makeover)을 모색하는 것이다.

 

어쩌면 비례대표제는 무임승차하기에 좋은 제도라고 볼 수 있지만, 더 나은 세상과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게제’(偈諦), 즉 오묘한 방안일 수도 있다. 가령 독일민주당의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한 막스 베버(1864~1920), 영국노동당의 하원의원 후보로 두 번 출마했지만 낙선한 버트런드 러셀(1872~1970), 프랑스공산당의 당원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 같은 인물들을 떠올려 보자. 만약 이들이 활동하던 시기가 당시 자국이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었다면, 이들은 학자나 지식인에 머무르지 않고 ‘철인 정치가’(pilosopher stateperson)로서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전당대회 1-1.jpeg

 

정당제도의 개혁

 

정당제도의 개혁 논의 역시 선거제도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맥락과 정치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당제도는 <표 1>에서 보듯이, ‘민주주의의 국가’ 중 유일하게 ‘국가다원주의’(state pluralism)의 원리에 기초해 운영되고 있다. 이는 미군정 시기에 형성된 제도적 유산으로, 국가가 반체제나 반국가라는 이유로 특정의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원리를 뜻한다.

한편 한국 정당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유권자에게 정책을 제시하는 ‘책임정당’보다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유권자를 투표장에 데리고 오는 ‘동원정당’의 관행에 상대적으로 익숙해져 왔다. 당원의 정치행태 역시 가족, 학교, 종교, 직장 등에서 형성된 정치사회화의 영향이 중층적으로 작용하면서, 때로는 주체적 자율성과 책임의식 간의 간극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할 때 정당제도의 개혁과 관련한 몇 가지 핵심 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이 ‘완전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마당에서 국가다원주의를 지탱시키고 있는 「정당법」 관련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당법은 정당 등록 요건으로 ① 중앙당의 수도(서울) 소재, ②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가진 5개 이상의 시·도당의 결성, ③ 4년간 총선 또는 지방선거에의 참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여기는 관례를 고려해서 ①번 조항만이라도 시급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 구조와 운영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당원 교육과 규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당원 ‘1인1표제’는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여러 민주국가의 주요 정당들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한국 정당의 현실에서는 ‘1천원 6개월 당비’만으로는 권리(또는 책임) 당원이 양산되고, 정당의 핵심 기반인 대의원의 역할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정당 지도부는 포퓰리즘(populism)을 경계하고, 책임윤리와 통합적 리더십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셋째, 정당들이 당원주권시대를 표방하고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면, 공직 후보 지명에서 남녀동수를 향해 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려볼 것을 권하고 싶다. 다음 <표 2>는 한국을 포함한 6개 국가의 최근 총선에서 여성 후보의 공천 현황을 보여준다. 선거제도의 개혁이 정당체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듯이, 정당 역시 당내 선거개혁을 통해 다양성과 대표성과 비례성을 스스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정당의 존재이유가 집권에 있다면, 이러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국가

(총선)

주요 정당

전체

의원수

지역구

비례대표

전체 여성의원

(%)

의원수

당선자

여성당선

의원수

당선자

여성당선

미국

(2024)

공화당

435명

435

220

31

없음

125명(28.7)

민주당

215

94

프랑스(2024)

신인민전선

577명

577

182

78

없음

208명(36.0)

앙상블

168

66

영국

(2024)

노동당

650명

650

412

190

없음

263명(40.4)

보수당

121

29

독일

(2025)

CDU/CSU

630명

276

172

35

354

36

13

204명(32.4)

사회민주당

44

11

76

39

일본

(2024)

자유민주당

465명

289

132

13

176

59

6

73명(15.6)

입헌민주당

104

19

44

11

한국

(2024)

더불어민주당

300명

254

161

24

46

14

7

60명(20)

국민의힘

90

12

18

9

 

<표 3> 6개 국가 주요 정당의 최근 총선(하원) 현황

* 프랑스 신인민전선과 앙상블은 선거연합임.

* 독일 CDU/CSU은 기독교민주연합과 바이에른기독교사회연합의 선거연합임.

* 일본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중복 입후보자는 자유민주당 209명, 입헌민주당 204명임.

* 한국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은 각각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임.

출처: 국가별 주요 정당 홈페이지, https://www.google.com/search(2025. 12. 31).

 

유재일 1-1.jpeg

 

 

필자 유재일 교수는 한국정치와 정당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치학자이다. 대전고를 나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30여년간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내면서 국회도서관장, 대전세종연구원장을 역임하였고, 한국정치학회 부회장,한국정당학회장,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을 지냈다. 아울러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국회의장자문위원회 부위원장,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아 국정운영에 대한 실무경험도 쌓았다. 현재 사회공헌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며, 최근에 발간한 대표 저서로 『통합정치와 리더십』(2024, 운주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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