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초 조각 축제 퍼레이드 한장면)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태국에서 매년 열리는 '밀랍 양초' 축제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매년 우기(雨期)가 시작될 즈음, 태국 동북부의 조용한 도시 우본랏차타니는 거대한 황금빛 물결로 거리를 물들인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정교하고 거대한 밀초(밀랍 양초) 조각상들이 시내를 행진하는 ‘밀초 조각 축제(Candle Festival)’가 열리기 때문이다. 화려한 볼거리로 전 세계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지만, 이 축제가 품고 있는 본질은 정교한 공예 기술 그 이상이다.
이 축제는 불교의 안거(安居) 기간인 ‘카오 판사(Khao Phansa)’에서 유래했다. 3개월간의 우기 동안 승려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절에 머물며 공부와 수행에 전념한다. 전기가 없던 시절, 신도들은 밤늦게까지 불경을 읽을 승려들을 위해 촛불과 생필품을 모아 바쳤다. 그것이 이 축제의 시작이었다. 초를 단순히 바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더 아름답고 정성스러운 형태로 깎아 만들면서 오늘날의 화려한 조각 축제로 발전했다.
밀초 조각 축제는 매년 7월에 열리는 우본 캔들 페스티벌(우본랏차타니 촟불 축제)에서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이 먼 이국의 촛불 축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빛'
불교에서 촛불은 단순히 어둠을 거두는 광원이 아니라, 무지와 번뇌를 몰아내는 '지혜의 빛'을 상징한다. 초는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힌다.
각박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촛불은 스스로를 태워 타인을 밝히는 '헌신'과, 자아의 집착에서 벗어나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지혜'의 필요성을 침묵으로 웅변한다. 밀초 하나에 새겨진 정교한 불교 신화의 인물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지혜롭게 살아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의 기호인 셈이다.
(많은 관광객이 밀초 조각 축제을 바라보고 있다 )
*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드는 온기
하나의 대형 밀초 조각을 완성하는 데는 수개월의 시간과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마을의 장인과 승려, 그리고 이웃 주민들이 함께 모여 밀랍을 녹이고, 틀을 짜고, 촛불의 결을 깎아낸다.
개인주의가 팽창하고 관계의 단절이 일상화된 시대에, 우본랏차타니의 밀초 작업은 '함께 만드는 가치'를 증명한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온 마을이 수개월간 온기를 나누며 만들어낸 결실이기에, 그 촛불은 단순한 미술품이 아니라 공동체의 화합과 연대의 결정체다.
* 촛불이 전하는 시대의 울림
어둠이 깊어질수록 작은 촛불 하나가 갖는 힘은 커진다. 태국의 작은 도시에서 매년 타오르는 밀초의 빛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지금 주변의 어둠을 밝힐 지혜의 빛을 품고 있는가? 그리고 타인을 위해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태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화려한 퍼레이드가 끝나면 수많은 초는 다시 녹아 내려 다음 해를 기약할 것이다. 하지만 그 초들이 밝힌 '지혜와 연대의 빛'은 우리 마음속 어두운 구석을 따뜻하게 비추는 영원한 등불로 남는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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