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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리더뉴스=이길호 칼럼] 정원오 후보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 진 진짜 이유...

  • 이길호 정치학 박사 기자
  • 입력 2026.06.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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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1-1.jpeg

 

여론조사 맹신이 부른 민주당의 서울시장 패배

 

                                                                                             이길호 정치학 박사

 

도대체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많은 언론들이 그 원인을 분석했지만, 아직도 뒷맛은 개운치 않고 떨떠름하다. 솔직히 정원오 후보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유리한 게임에서 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처럼 보였다. 특정 성향의 조사기관뿐 아니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선거 막판 보수층 결집으로 격차가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지하철 역사 부실시공 논란과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다시 격차를 벌리는 흐름이 관측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특정 후보의 패배를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론조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현재의 여론조사 방식으로 산출된 결과를 한국 유권자의 실제 투표행태를 예측하는 신뢰할 만한 과학적 통계라고 볼 수 있을까?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출구조사 결과이다. 선거 당일 수십억 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수십만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서울과 경남에서 오차범위를 넘어 예측된 승패가 뒤바뀌었다. 특히 JTBC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에서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11.7%포인트에 달하는 오차를 보였다. 이 정도의 오차라면 과학이라고 보기 어렵다. 차라리 문어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정확하지는 않을까?

 

AI 기술의 발전과 통계기법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원인은 분석기법보다 표본 자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참여를 거부하고 있으며, 일부 응답자는 자신의 실제 의사와 다르게 전략적으로 응답하기도 한다. 지난해 탄핵 직후 한동안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무리 정교한 통계기법을 적용하더라도 오염된 표본에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여론조사 1-1.jpeg

 

정원오 후보 캠프에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면 절대로 방어적인 선거 전략으로 시종일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 역시 전북도지사 선거에 집중하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수수방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서울시장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한 데 따른 선거 전략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조금만 전략적으로 접근했더라면 최근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는데, 민주당과 정원오 후보 캠프가 여론조사를 근거 없이 신뢰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여론조사는 수면 위에 드러난 빙산의 일부를 보여줄 뿐이다. 실제 투표 결과를 결정하는 거대한 수중 구조물은 정당일체감과 정치적 동원력이다. 한국 정치에서 거대 양당은 각각 약 30% 수준의 적극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20% 내외의 소극적 지지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특별한 정치적 이슈가 없는 경우 선거는 결국 이 소극적 지지층이 어느 쪽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서울의 역대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이러한 경향은 분명하다. 아무리 어려운 선거에서도 거대 정당 후보가 40% 이하로 떨어지거나, 반대로 아무리 유리한 환경에서도 55%를 넘어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소극적 지지층은 지지 정당의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선거 캠페인의 핵심은 상대 정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투표하지 않도록 하고, 자신의 소극적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선거가 끝난 뒤 예상과 달리 오세훈 후보가 승리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한강벨트 유권자들의 강한 결집이 거론된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투표 참여를 자극했고, 실제 투표에는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조사 과정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이른바 ‘샤이 보수(Shy Conservative)’ 현상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래 표에서 보듯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한강벨트 주요 지역의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특별히 높은 결집력을 보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들 지역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제21대 대선을 포함해 최근 주요 선거마다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변함없이 강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은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비슷한 수준이며, 제8회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오히려 정원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볼 때 한강벨트에서 보수정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가 부동산 정책에 반발하여 강력하게 결집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약하다.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서울시 주요 한강벨트 유권자의 선택>

구 분

제8대 지자제

제20대 대선

제21대 대선

제9대 지자제

송영길

오세훈

이재명

윤석열

이재명

김문수

정원오

오세훈

강남구

24.45

74.38

33.80

62.35

39.18

50.83

31.68

65.49

서초구

26.47

72.31

35.12

60.99

40.20

49.25

32.95

64.22

송파구

34.04

64.69

41.07

55.18

47.18

42.66

42.05

54.81

용산구

33.26

64.93

39.14

56.44

44.01

46.35

39.85

56.56

 

정 후보의 패배는 이런 요인보다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20·30대 여성 유권자의 소극적 투표 참여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선거 초반 상대적으로 젊은 정원오 후보에게 일정한 기대를 보이며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선거가 진행될수록 정 후보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비전이나 역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은 꼰대 같은 정장 차림으로 시종일관 도망만 다니는 정원오 후보를 좋아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정원오 오세훈 1-1.jpeg

 

반면 장동혁 체제와 거리두기를 강력하고 일관되게 시행한 오세훈 후보에게서는 계엄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에 소극적인 지지를 보내왔던 젊은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여 정원오 후보를 당선시켜야 할 이유도,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반드시 저지해야 할 동인도 사라진 것이다. 실제 선거 결과를 보면 서울의 20·30대 여성층에서 정원오 후보의 득표율은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서울시 20·30세대 유권자의 선택>

구 분

제8대 지자제

제20대 대선

제21대 대선

제9대 지자제

송영길

오세훈

이재명

윤석열

이재명

김문수

정원오

오세훈

20대

남성

25.5

73.1

36.3

58.7

24.0

36.9

20.6

75.3

여성

60.5

37.4

58.0

33.8

58.1

25.3

48.5

41.4

30대

남성

30.1

68.1

42.5

52.8

37.9

34.5

26.9

66.8

여성

46.0

51.5

49.7

43.8

57.3

31.2

42.8

53.6

 

40·50세대의 민주당 지지와 한강벨트의 국민의힘 지지는 상수다. 변수는 20·30세대의 표심에 있다. 상수는 선거 캠페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변수는 후보와 선거운동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패배는 서울 유권자의 구조적 구성을 보지 못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한 선거 전략의 패배라고 볼 수 있다. 만에 하나 다시 승부를 겨루거나, 다른 선거에서는 두번다시 그런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글=이길호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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