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최근 대법원이 분양계약 해제와 관련해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판결 내용인즉, 계약서에 해제 사유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면, 그 사유의 경중을 따지기보다 계약서 문언 자체를 우선해 해제권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으로 계약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대목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최근 수분양자 A씨가 시행사인 B사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분양계약서에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면, 실제 시정명령이 내려진 이상 수분양자의 해제권은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원심은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행위가 경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순히 시정명령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위반 정도가 계약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만큼 중대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계약서 어디에도 "중대한 위반"이라는 조건이 없는데 법원이 이를 추가해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계약 해석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로 평가된다.
계약은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체결된다. 따라서 계약서 문언이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원이 사후적으로 계약서에 없는 조건을 덧붙인다면 계약 당사자들이 예측할 수 있는 법적 안정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판결은 부동산 분양계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 간 거래계약, 투자계약, 프랜차이즈 계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계약서상 해제 사유와 특약 조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계약서에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인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 "특정 의무를 위반한 경우" 등 해제 사유가 명시돼 있다면 그 문언 자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모든 계약이 문자 그대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문언이 불명확하거나 복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계약 체결 경위와 거래 관행,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문언의 의미가 명확한 경우라면 법원 역시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계약서는 단순한 형식적 문서가 아니다. 당사자들이 위험을 배분하고 권리와 의무를 정한 약속의 기록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계약의 문언이 갖는 무게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법치주의 사회에서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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