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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김상국의 경영에세이 7] 제왕나비,뒤웅박벌,호박벌의 놀라운 비행능력..

  • 김상국 교수 기자
  • 입력 2026.09.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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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 이야기 

제왕나비,뒤웅박벌,호박벌의 놀라운 비행 능력 

작성시간

작성자

  • 김상국
  • 경희대학교 명예교수/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한국경영정보학회장 역임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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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식을 중시여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도 곧잘 발생한다. 정치에서도 그렇고, 사회관계, 친구 관계에서도 그렇다. 그때마다 우리는 분노하기도 하고, 끌끌 혀를 차기도 한다. 때로는 “왜 세상이 이렇지?”라며 서운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벗어나는 일은 사람 세상뿐 아니라, 동물들 세계에서도 곧잘 발견된다. “왜 이렇지?”, “이건 도대체 이해되지 않잖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상식을 벗어나는 동물과 곤충을 소개해 볼까 한다. 제왕나비(황제나비, Monarch Butterfly)와 뒤웅박벌, 호박벌이다.

 

1.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의 황당한 아메리카 대륙 횡단기

 

제왕나비는 이름값을 하려고 그러는지 약 9~10cm 정도로 제법 큰 나비에 속한다. 우리나라 배추흰나비 보다는 두 배쯤 크고, 호랑나비와 거의 같은 크기다. 그러나 색은 매우 화려하다. 진한 주황빛에 검고 굵은 줄무늬가 선명하다. 눈에 확 띄는 모습이다. 동물학자들 말은 이처럼 톡 튀는 차림을 하는 이유는 내가 독이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오히려 천적들이 자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c6b3c53034cdca057e9f9e593e3eb2c3_1787014<그림1>  제왕나비의 화려한 모습

 

동물 세계에는 수많은 생존전략이 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은 주위환경과 같은 모습 또는 같은 색깔을 가짐으로써 눈에 띄지 않게 숨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역으로 눈에 띄는 선명한 색깔을 갖춤으로써, ‘나는 독이 있으니 너희들은 나를 잡아먹으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말아라.’라고 과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과시 방법을 취하는 동물들은 대체로 강한 종족이 아니라 약한 동물일 때가 더 많다. 지금 말하는 제왕나비와 같은 곤충과 독화살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가 대부분이다. 아마 이것은 인간사회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c6b3c53034cdca057e9f9e593e3eb2c3_1787014<그림2>  독화살개구리의 한 종인 붉은독화살개구리


(1) 제왕나비의 독은 어디서부터 올까?

 

동물들이 독을 만드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먹이로부터 가져오는 방법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동물들은 독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먹이로부터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꿀벌이나 전갈, 뱀, 그리고 거미 일부는 스스로 독을 만들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복어나 많은 동물들은 스스로 독을 만들지 못하고, 먹이로부터 가져온다. 옛날에 그 흔하던 복어 중독사건이 최근 거의 없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료를 먹고 자란 양식 복어에는 독이 없기 때문인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러면 제왕나비는 어디로부터 독을 얻을까? 조금 의외인 이유가 숨어있다. 제왕나비의 애벌레는 주로 박주가리만을 먹는다. “박주가리? 그게 뭐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실 박주가리는 우리 주위에 제법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그리 눈에 설지 않을 것이다.

 

c6b3c53034cdca057e9f9e593e3eb2c3_1787014<그림3>  박주가리 꽃과 씨앗의 날개 달린 모습(조선일보)

 

그런데 박주가리를 끊어보면 하얀 뜨물 같은 액체가 제법 많이 흘러나오는데 그 액체에 독이 들어있다. 박주가리의 영어명이 밀크위드(Milkweed)다. 그만큼 하얀 액체가 많이 나오고, 그만큼 독이 많다는 뜻이다.

 

(2) 우리나라 사람들의 못 말리는 ‘나물 사랑’

 

그러나 너무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박주가리를 나물로 무쳐 먹는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그랬다. 우리 민족은 “나물 민족이다”라고.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못 먹는 식물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독초로 등록이 되어있는 고사리, 토란대, 두릅을 우리는 너무나 맛있게 먹는다.“그 맛있는 것을!”오히려 독초로 등록한 그들이 우습다. 서양에서 독초의 왕으로 꼽히는 자리공도 우리는 삶아 우려먹는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서양에서 가장 골치 아픈 잡초를 우리는 ‘삼엽국화’라는 엉뚱하고 예쁜 이름을 붙여 쌈을 써먹는다. 나도 즐겨 먹는다. 정말 못 말리는 나물 민족이다.

 

하여튼 제왕나비 애벌레는 이 독초인 박주가리만을 먹고, 그 독을 고스란히 성충인 제왕나비에게 넘겨 4,500Km라는 엄청난 거리를 잡아 먹히지 않고 이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 그럼 그 장엄한 이동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2) 제왕나비의 장대한 대륙이동의 역사

 

제왕나비는 미국 서부와 주로 캐나다에 산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추운 극지방에서 남방으로 날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흥부 놀부의 제비, 하늘을 ‘ㅅ’자로 질서정연하게 나는 기러기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작은 곤충들은 겨울이 되면 죽거나, 아니면 땅속으로 숨어 들어가 웅크리며 겨울을 난다. 당연히 성충 나비는 죽고, 알을 낳아 다음 생을 잇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 곤충학자의 눈에 제왕나비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늦가을이 되면 나비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며칠 사이에 몽땅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봄이 되면‘성충’이 되어나타났다. 이것은 너무 이상하였다. 그래서 주위산천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제왕나비의 존재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멀리 갔거니 하고, 콜로라도와 그 남쪽 따뜻한 지방도 찾아보았다. 그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곤충학자는 광고를 내었다. “제왕나비의 겨울 거주처를 발견하신 분은 나에게 연락해 주세요. 후사하겠습니다.”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답이 왔다. 그러나 그 답은 미국이 아니라 엉뚱한 멕시코였다. 멕시코의 미초아칸(Michoacán)이라는 지역이었다. 여기에 제왕나비 수백만, 수천만 마리가 크지도 않은 전나무 숲에 빼꼭히 앉아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넓은 지역에 퍼져있는 것이 아니고, 숲의 특정 지역에 몰려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희한한 나비다. 그 팔랑거리는 여리디 여린 몸짓으로 무려 4,500Km를 날아 멕시코까지 갔단 말인가? 

 

그러나 겨울 서식지를 발견하였지만, 또 하나 다른 질문이 곧바로 떠올랐다. ‘제트기도 아닌 팔랑거리는 나비가 어떻게 그 멀리까지 날아갔단 말인가?’ 연구를 거듭한 결과 더욱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멕시코에서 발견된 나비는 캐나다에서 이주한 나비가 아니었다. 캐나다 나비의 손자 또는 증손자였다. 즉 제왕나비는 2~3세대에 걸쳐 북미 대륙에서 남미 대륙으로 날아가고, 거기서 또다시 2~3세대에 걸쳐 캐나다로 다시 이주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제왕나비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의 고향을 찾아 남쪽으로 또다시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어떻게?”흔한 말로 자기장, 태양과 달의 위치 등이 논의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자연의 신비”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c6b3c53034cdca057e9f9e593e3eb2c3_1787014<그림4>  같은 숲에서도 몇몇 나무에만 집중적으로 앉아있는 제왕나비

c6b3c53034cdca057e9f9e593e3eb2c3_1787014<그림5> 그러니 너무 빽빽하게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제왕나비


2. 뒤웅박벌과 호박벌의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비행 법칙

 

다음으로 나에게 신기한 벌은 바로 뒤웅박벌과 호박벌이다. 뒤웅박벌(Bumblebee)과 호박벌(Carpenrebee)은 이름을 다르지만, 생김새는 매우 비슷하다. 털이 좀 많고 적고, 몸집에 윤기가 좀 더 나고 안나고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 우리가 가끔 꽃 근처를 지날 때 비행기 소리 같은 낮은 “부우~~~웅” 소리를 내며 나는 털북숭이의 둥글둥글한 큼직한 벌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그것은 뒤웅박이나 호박벌일 것이다. 

 

(1) 뒤웅박벌과 호박벌의 너무나 특이한 날개의 크기

 

상식적으로 생각해 땅에서 기거나 뛰는 것에 비해 나는 것은 훨씬 더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날기 위해서는 몸집에 비해 훨씬 더 큰 날개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큰 날개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강한 가슴 근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새 가슴에는 윙본(Wing Bone)이라는 특수한 부이(V)자형 뼈가 붙어있다. 젖빠리 동물에게는 이 ‘브이자형’ 뼈가 없다. 괜히 여러분의 가슴뼈를 만져 볼 필요는 없다. 새들은 이 뼈에 붙은 강한 근육으로 날아다닌다. 잠자리를 잡아 찢어보면 그 작은 몸통에 굵은 근육 다발이 7, 8개나 보인다. 소화기관은 물론 있겠지만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날개 크기도 몸집에 비해 서너배이고, 나비의 경우에는 10배가 더 넘는다, 즉 그만큼 거대한 날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호박벌은 영 이 원칙에 벗어난다. 그 큰 몸집에 비해 날개는 오히려 몸집보다 더 적다. 적은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적다. 그런데 그런 작은 날개로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날아다녀야 한다.“얼마나 힘들까?”자연에 흥미를 갖는 사람이라면 금방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뒤웅박벌이나 호박벌이 날 때 들리는 소리는 모기의 “웨앵~~~”하는 높은 소리나, 일반 벌의 “붕붕”하는 소리와 너무 다름낮은 음색의 “부우~~~웅”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끔 보면 호박벌이 꽃에 움직이지 않고, 그냥 조용히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호박벌은 독침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 호박벌을 손쉽게 잡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안 사실이 있다. 가만히 앉아있는 호박벌은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기절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몸집에 비해 너무 작은 날개로 이꽃 저꽃을 날아다니는 동안 그만 힘에 지쳐서,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기절한 상태로 쉬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호박벌을 잡기 쉽다고 잡았으니, 다시 한번 철없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것이 우리 부모님들이었다. 70년대 80년대 그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그 많은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우리 부모님들은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그래도 호박벌은 기절한 채로라도 쉴 수 있었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그렇게라도 쉴 틈이 없었을 것이다.“감사합니다, 부모님! 저희들이 그렇게 철이 없었습니다.”

 

c6b3c53034cdca057e9f9e593e3eb2c3_1787014<그림6>  자기 몸집보다도 너무 적은 날개를 가진 호박벌

c6b3c53034cdca057e9f9e593e3eb2c3_1787014<그림7> 몸집에 비해 수무배 이상 큰 제왕나비의 날개

 

독자들도 이 두 개의 그림을 보면서 호박벌의 날개가 몸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작은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을 존중하는 내가 감히 상식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는 말을 해야 할 모양이다. 자연은 항상 나를 일깨워 준다. 나이 들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절대 전부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겸손을 배우게 되지만, 자연을 관찰하면서도 더욱 겸손을 배우게 된다. 

 

벌써 밖에서는 귀뚜라미(실솔, 蟋蟀) 소리가 들린다. ‘어김없는 것이 제철이 오는 것’이라고 했던가? 입추도 지났지만, 더 간절한 것은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와 귀뚜라미 소리다. 

 

가을이 왔어요. 가을이….

 

c6b3c53034cdca057e9f9e593e3eb2c3_1787014<그림8> 벌써 찾아와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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