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신항에서 시범운행에 투입되는 2800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
[굿리더뉴스=김익수 기자] 마침내 대한민국이 북극항로 개척에 나섰다.
기회의 바닷길인가, 얼음과 지정학적 위험이 가득한 도박인가. 한국의 북극항로 도전이 시작됐다.
정부가 북극항로 시대를 열기 위한 첫 시험 운항에 나선다.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팬스타라인닷컴의 2천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부산항을 출항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시작한다. 국내 선사가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북극항로를 왕복 운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항로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줄면서 활용 가능성이 커진 항로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목하는 북동항로는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한다.
현재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갈 때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약 2만㎞의 항로를 이용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3천㎞로 줄어든다. 운항 거리가 약 35% 짧아지는 만큼 운송 시간과 연료비, 탄소 배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중동 지역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으로 기존 해상 물류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의 항로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주변국들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북극항로를 ‘빙상 실크로드’로 부르며 진출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 역시 북극 정책을 수립하고 연구선 등을 활용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한국도 북극항로 경험을 쌓아왔다.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유조선으로 러시아에서 나프타를 싣고 광양항까지 운송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왕복 운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이번 시범 운항을 통해 실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고, 2030년 정기 서비스 항로를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선박을 단계적으로 대형화해 2035년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으로 키워 글로벌 환적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곧바로 기존 항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계절성이다. 결빙 때문에 현재는 주로 6~10월에 운항할 수 있어 연중 안정적인 정기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다. 극심한 추위와 폭풍 같은 기상 조건도 위험 요소다.
지정학적 위험도 변수다. 북극항로 운항 과정에서 러시아의 항로 안내와 지원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북극을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커질 경우 항로 이용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환경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북극 생태계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에는 LNG,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북극항로는 아직 가능성과 위험이 공존하는 미완성의 길이다. 이번 시범 운항이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면 부산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계절성, 안전, 국제정세,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대만큼 빠른 상용화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이번 운항의 진짜 의미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이 북극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실제로 경쟁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 있다.[굿리더뉴스=김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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