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5일 청화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통일.국방. 국가보훈부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 발언 모습)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작업이 속도를 낸다. 이대통령은 '국군사관학교' 설립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특히 과거 군사 쿠데타를 언급하며 육군사관학교 중심의 군 인사 구조와 조직문화를 강하게 비판해, 사관학교 통합 정책의 핵심 배경이 '쿠데타 재발 방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라며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었나"라고 말했다.
이어 "고위 장성 중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거의 독점하고 있지 않느냐"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별로 따로 장교를 육성하고 특정 군종이 군을 장기간 장악하는 구조에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누가 또 쿠데타를 할 것이라고 상상했겠느냐"며 "지난 일이라고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일부의 잘못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책임감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신속하고 강력하게,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국방부는 지난달 발표한 기본계획에서 현재의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합동작전 능력 강화 ▲병력 감소 시대에 맞는 장교 양성체계 개편 ▲교육시설 공동 활용 ▲미래전 환경에 적합한 통합형 장교 양성을 추진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이 공통 과목인 만큼 통합을 통해 교육 효율성을 높이고, 임관 초기부터 합동성을 갖춘 장교를 양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 발언은 사관학교 통합이 단순한 교육체계 개편을 넘어 특정 출신 중심의 군 문화 개선과 쿠데타 재발 방지도 중요한 정책 목표임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주요 군사 쿠데타가 모두 육군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는 점을 거론하며 특정 집단의 폐쇄적인 인맥과 권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국군사관학교 예상 조감도)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즉각 반발했다.
총동창회는 입장문을 통해 "사관학교 통폐합의 진짜 의도가 드러났다"며 "합동성 강화와 스마트 강군 육성은 명분일 뿐이며, 과거 역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에서 비롯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예비역 단체 역시 "쿠데타 문제와 사관학교 통합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각 군의 전문성과 전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와 찬성 측은 장교 양성체계를 통합해 군종 간 장벽을 낮추고 특정 출신 중심의 인사 구조를 완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군의 민주성과 합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군사 선진국은 대부분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임관 이후에는 합동참모교육과 합동지휘교육 등을 통해 군종 간 협력 능력을 강화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관학교 통합 자체가 국제적 표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가의 안보 환경과 군 구조에 따라 장교 양성 방식은 다양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과거 쿠데타의 배경을 특정 교육기관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5·16 군사정변과 12·12 군사반란, 2024년 비상계엄 사태는 모두 육군과 육사 출신 인사들이 핵심 역할을 했지만, 당시 정치 환경과 군 인사 제도, 사조직 문화, 민주적 통제 수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한 현재의 군은 과거와 달리 국회의 통제와 법률적 견제, 군 내부 감시 체계가 크게 강화된 만큼 사관학교 통합만으로 쿠데타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지는 앞으로도 정책적·학술적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이달 26일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월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관학교 통합은 군 교육체계 개편을 넘어 군 조직문화와 민주적 통제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어, 향후 공청회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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