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 형소법 개정안 진행모습)
[굿리더뉴스=김민호 기자] 마침내 '검찰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제 우리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72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국회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새로운 사법체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고, 경찰과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수사를 담당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특히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검찰청은 오는 10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어서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국회는 31일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으나 표결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직접 수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기소권까지 행사해 막강한 권한을 보유해 왔지만, 앞으로는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를 맡고 검사는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폐지된다. 다만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경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수사 기간은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모든 수사 과정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과 피해자, 고발인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건기록의 열람과 등사 권한도 부여해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를 확대했다.
개정안에는 공소기각 사유도 새롭게 추가됐다. 중대한 위법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됐거나 검사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기소한 경우에는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해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형사사법체계는 오는 10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개편된다. 일반 형사사건과 고소·고발 사건은 모두 경찰이 수사하고,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는 신설되는 중수청이 전담한다. 동시에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이에 따라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78년 만에 폐지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여당은 이번 개정을 검찰개혁의 완성으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70여 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체계가 마침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 위에 다시 서게 됐다"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회가 응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검찰의 과도한 수사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며 검찰 권한의 재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을지로 르네스퀘어 중수청 새청사 모습.연합제공)
반면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민 여론을 외면한 채 강행 처리했다"며 "국민들이 국가가 제공하던 법률적 안전장치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법조계에서도 헌법상 영장청구권과의 충돌 가능성, 피해자 보호 대책의 실효성, 수사 공백 발생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중수청과 공소청의 조직 구성과 인력 확보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조직과 직제를 마련하고 9월부터 인력 채용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의 이직이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직급과 신분 보장, 보수 체계 등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기존 검사보다 낮은 직급으로 근무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검찰 수사관 약 6천 명의 재배치 문제도 남아 있다. 중수청과 공소청,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업무 범위를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만큼 하위 법령과 수사준칙 마련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공수처 출범 당시처럼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행 초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에서는 중수청과 공소청이 충분한 준비 없이 출범할 경우 수사 공백과 사건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행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반면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강화되고 인권 보호와 수사의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라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역사적 변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출범할 중수청과 공소청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경찰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개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굿리더뉴스=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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