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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김상국 경영에세이 6] 경영학자가 시골에서 관찰한 나비,고양이,잠자리의 놀라운 비행능력..

  • 김상국 교수 기자
  • 입력 2026.07.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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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상국
  • 경희대학교 명예교수/서울대 경제학과/미국 위스콘신대 석사-박사/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한국경영정보학회 회장 등 역임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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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해남에서 즐기고 있는 사치 중의 하나는 집 대청마루 한가운데 꼿꼿이 앉아 주위 산천경개를 고요히 관찰하는 일이다. 정확히는 무심히 그저 쳐다보는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시골 풍경이고, 또 지금도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날마다 새로운 것이 보인다.천석(泉石)이 고황(膏肓)에 든 것은 아니지만, 옛 선인들이 왜 그렇게 한적한 시골 생활을 결코 한적하게만 사시지 않고 즐기셨는지를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다. 오늘 글에서는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고 늘상 있는 평범한 것으로 간주해 버리는, 나비와 잠자리 그리고 벌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1. 나비의 놀라운 비행 능력

 

나비가 나는 모습을 표현할 때 우리는 흔히‘팔랑팔랑 나는 나비’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팔랑팔랑’이라는 표현은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나비는 몸보다 날개가 거의 열배, 스무배는 될 만큼 크다. 그러므로 작은 몸에서 나오는 힘으로는 벌처럼 빠르게 그 큰 날개를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팔랑팔랑’천천히 나는 것은 나비에게는 매우 적절한 자세다.

 

그런데 나는 그간 나비에 대해 한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즉 ‘팔랑거리는 느린 몸짓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자연에는 정말 천적들이 많다. 잠자리는 빠르고, 뛰어난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더 빠른 참새도 있고 어치도 있으며 제비도 있다. 나비를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은 여기저기 지천으로 있다. 그런 험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나비는 느리게 팔랑거리면서 건재할 수 있을까?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어 고맙지만 영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비가 무수히 많은 알을 낳는 것도 아니다. 

 

이런 나의 옛날부터 가졌던 의문이 이번 해남의 여유로운 생활에서 풀릴 수 있었다. 나는 사실 덩치 큰 공작(孔雀)새에게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 큰 몸체에 화려하기는 하지만 날기에는 너무 부적합한 날개로 어떻게 인도 정글의 험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도 큰 의문이었다.

 

2. 변상벽의 묘질도(猫耋道)

 

우리나라 조선조 말 화원 중에는 변상벽(卞相璧)이라는 분이 계신다. 영모(翎毛) 즉 새나 짐승 그림을 잘 그렸고, 특히 고양이 그림은 너무 생생하여 ‘변 고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정도였다. 그런데 그분은 고양이와 함께 상당히 자주 나비를 함께 그렸다. 그런 그림을 묘질도라고 한다.묘질도(猫耋道)는 고양이(묘)와 나비(나비 질, 늙은이 질)를 함께 그린 그림이다. 물론 이런 그림은 오래오래 사시라는 축수(祝壽)의 뜻을 담은 그림이다. 

 

20ec19d66af4a3e6813bc9cd311b36c6_1784980<그림1>  변상벽의 묘질도(고양이와 나비가 함께 있는 그림)

 

옛 그림들은 많은 경우,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도입하여 그 의미를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 묘질도도 마찬가지다. 고양이 묘(猫)의 발음은 70세 노인을 뜻하는 모(耄)와 비슷하고, 나비를 뜻하는 접(蝶)의 중국어 발음은 80세 노인을 뜻하는 질(耋)과 발음이 유사하다. 그래서 묘질도는 어르신들에게 “70세, 80세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뜻이 된다. 조선조 민간인들의 평균 수명이 약 35세였음을 생각한 때 70세, 80세는 정말 장수하는 나이라고 볼 수 있다. 오죽했으면 임금님이 매년 70세 되는 노인들을 불러기로연(耆老宴)이라는 잔치까지 베풀었을까? 묘질도 이외에 축수를 기원하는 그림에는 고양이와 참새를 함께 그린 '묘작도' 도 있다. 

 

이처럼 그림 속에 있는 숨은 뜻을 읽는다는 뜻으로 동양화는 감상(感想)한다고도 하지만, ‘그림을 읽는다.’ 즉‘독화(讀畫)한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유홍준 교수 말대로“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즐길 수 있는 법”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나비와 그것을 쳐다보는 고양이!’그림에서 이런 숨은 뜻이 물론 우선이지만, 화제로도 제법 괜찮은 그림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그간 묘질도와 묘작도를 감상하였다. 그러나 여기 해남에서 묘질도가 단순히 축수를 기원하는 화제 이상의 현실적인사실화(寫實畵)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역시 대청마루 한가운데 앉아 무심히 관찰하는 과정에서의 발견이다. 

 

  (1) 고양이의 놀라운 반사 능력

 

요즈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제법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는 쥐를 잡아주기 때문에 미워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키우는 동물은 아니었다. 옛말에 “개는 사람을 따르지만, 고양이는 집(따뜻한 곳)을 따른다.”는 말이 있다.” 즉, 주인이 이사 가면 개는 절대적 충성심으로 주인을 따라가지만, 고양이는 안고 가지 않는 한 그 집에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중에 우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정말 어린 아이 우는 소리와 너무 비슷하다. 바람 부는 으스스한 밤에 듣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영 듣기에 좋지 않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고양이의 생김새가 귀여운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영악하고 악착스런 모습일 수도 있다. 호랑이, 사자, 표범 등이 모두 고양잇과(科)가 아닌가!

 

하지만 고양이의 생존 능력은 대단하다. 10층 높이에서 떨어져도 너무너무 부드럽게 살포시 착지하고, 거의 숨이 끊어지게 목을 매달아도 몇 번 캑캑하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걸어 가버린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고양이의『반사능력』이다. 반사능력이란 얼마나 빠르게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는가를 뜻한다. 다른 동물이 자기를 공격할 때, 그보다 더 빠르게 피할 수 있어야 만 살 수 있다. 그래서 이 능력은 생존을 위해 매우 필요한 능력이다.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고양이는 매우 빠르다. 자료를 찾아보았다. 고양이 20밀리 초, 물고기 30밀리 초, 뱀 44밀리 초다. 위대한 인간은 무려 200밀리 초로 느려 터졌다. 그러니 인간과 동물이 맞싸우면 인간은 팽팽 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코브라가 다른 짐승을 공격하는 것을 보며 ‘정말 빠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그런 뱀보다도 두 배 이상 빠르다(20:44). 말 그대로 전광석화(電光石火)다. 고양이는 정말 빠르고 또 빠르다.

 

  (2) 고양이와 나비의 대결

 

변상벽의 묘질도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의 그림에는 나비를 쳐다보는 그림도 있지만, 나비를 잡으려는 그림도 있다. 그럼 고양이와 나비는 경쟁이 될까? 뱀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고양이와‘팔랑팔랑’나는 나비는 애초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경쟁이 된다. 정말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다.

 

내가 그것을 직접 관찰하였다. 내 집 앞뜰에도 꽃들이 있다. 당연히 나비가 찾아온다. 그런데 고양이도 찾아온다. 자기가 좋다고 고양이를 키우다가, 귀찮아지면 내다 버려버리는 무책임한 사람들 고양이의 후손이리라.

 

나비가 팔랑거리며 나는 모습을 고양이는 오랫동안 유심히 쳐다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비를 향해 튀어 오른다. 나비는 영락없이 잡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추측이다. 그러나 나비는 정말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옆으로 피해 날아가 버린다. ‘닭 쫓던 개’가 아니라‘나비 쫓던 고양이’가 된다. 그 20밀리 초의 짧은 순간에 그보다 더 빠르게 옆으로 피하는 나비의 모습은 정말 경이롭다. 그 작은 몸과 그 몸에 비해 열 배 이상 턱없이 큰 날개에서 어떻게 그런 순간적인 힘을 낼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래. 그런 능력이 너에게 있으니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지.” 그 후 나비 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결과는 나비는 팔랑거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팔랑거리며 날다 가도, 어느 순간에 옆으로 매우 빠르게 나는 모습이 섞여 가며 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 순간적인 힘의 원천은 정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자연의 신비는 사람의 한계를 너무 쉽게 넘기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존재하는 것은 존재할만한 이유’가 있는가 보다. 

 

3. 잠자리의 뛰어나고, 빼어난 비행 능력

 

옛날 중고등학교 시절 본 영화 중에는 곤충들이 어느 날 갑자기 수백 배로 커져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가 있었다. 정말 무시무시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곤충들이 커지거나, 사람들이 갑자기 작아진다면 가장 무서운 곤충은 아마 잠자리와 사마귀일 것 같다. 오늘은 잠자리 얘기를 해 보겠다.

 

20ec19d66af4a3e6813bc9cd311b36c6_1784980<그림2>  쌀 잠자리 사진                                                   <그림3>  보리 잠자리 사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잠자리는 날개가 4장이다. 몸집에 비해 나비처럼 과분하게 크지 않고, 적당히 크다. 그러나 눈은 머리에 비해 거대할 정도로 크다. 나비는 날개가 거대하다면 잠자리는 눈이 거대하다. 눈의 개수도 엄청나다. 홑눈은 3개, 겹눈은 양옆 2개다. 그리고 갓 겹눈은 약 10,000개에서 30,000개의 낱눈으로 구성되어 있다. 

 

홑눈의 역할은 주로 명암을 구분하여 비행 중에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거기에 비해 겹눈은 주위 존재들의 형체 및 움직임을 감지하여, 천적들의 공격을 피하거나, 먹이 사냥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욱이 겹눈은 전투기 조종사의 둥근 고글처럼 앞과 옆으로 툭 튀어나와 있어, 거의 360도 주위 전체를 볼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잠자리는 이미 경이로운 존재다. 

 

20ec19d66af4a3e6813bc9cd311b36c6_1784980<그림4>  잠자리의 전투기 조종사 고글 같은 눈

 

그러나 잠자리의 능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날개의 비행 능력이 더 특출나다. 대부분 곤충의 날개는 4개다. 그러나 대충 몸에 비해 그저 그렇게 필요한 크기다. 그러나 잠자리는 몸집에 비해 상당히 크다. 네 다섯 배는 충분히 된다. 그리고 잠자리를 잡아 찢어보면(어렸을 때 이런 짓을 자주 했었음) 날개가 붙어있는 몸 안에는 눈에 확 띄는튼실한 근육이 여러 개 붙어있다. 나비와는 너무 다른 구조다. 

 

게다가 잠자리의 4개 날개는 새들처럼 양 날개가‘함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 4개의 날개가『따로따로』움직일 수 있다. 참으로 경이로운 능력이다. 그래서 잠자리는 빠르게 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호버링(Hovering) 즉 공중에 정지해서 날기, 뒤로 날기, 옆으로 날기 등 모든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헬리콥터가 이 잠자리에서 힌트를 얻었고,초소형 로봇 드론을 만드는 연구의 상당 부분이 잠자리의 비행 능력을 연구하는 것이다. 

 

20ec19d66af4a3e6813bc9cd311b36c6_1784980<그림5>  CIA Museum에 있는 잠자리 콥터 

 

게다가 잠자리의 입은 아주 날카로운 두 개의 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렸을 때 잠자리에 물리면 손가락이 따끔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징어와 문어의 입, 그리고 잠자리의 입이 먹이 살을 파고들어 물고 찢어내는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고 한다.


그럼 종합해 보자.잠자리는 자기 몸의 네, 다섯 배 되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강한 근육을 가지고 있으며, 네 개의 날개를 각각 별도로 움직일 수 있다. 눈은 거의 360도를 볼 수 있으며, 날개는 공중에 정지해 떠 있기도 하고, 위와 아래, 양옆 360도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날 수 있다. 턱은 곤충 세계에서도 체구에 비해 가장 강한 입에 해당된다. 이런 잠자리가 사람보다 수배 커진다면, ‘아! 아마 그것은공포의 세계, 그 자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세계가 정말 지구역사 상에 존재하였다.‘시카고 자연사박물관’을 갔을 때다. 잠자리 날개 화석이 있었다. 정확히는 날개 화석이 아니라 날개가 찍혀있는 돌 화석이었다. 그 날개 길이가 약 70cm 이상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러면 양 날개를 펼치면 독수리 크기가 된다. 독수리 크기의 잠자리가 하늘에 수없이 떠서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내가 산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오메, 어떻게 산디여?”그저 공포스럽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때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인간 선조의 선조인 포유류는 그저 토끼 크기만 하였고, 굴에 살며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었다고 한다.


4. 모기 그 이후의 손님들; 방만치, 고추잠자리

 

지금 밖에는 지겹던 모기도 제힘을 잃어가고, 쌀 잠자리, 보리 잠자리 그리고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방만치’도 볼 수 있다. 

 

20ec19d66af4a3e6813bc9cd311b36c6_1784980
아마 많은 사람들이 방만치(방망치)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방만치의 정식명칭은‘(대)왕잠자리’다. 이름만큼 크기도 일반 잠자리보다 한 배 반 정도 크다. 배의 시작 부분이 유난히 불룩 튀어나와 있고, 선명한 청색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주 멋지게 생긴 잠자리다. 배 부분도 옆으로 넓지 않고, 검정색에 가까운 진한 갈색으로 동글동글하다. 어쩌다 잡으면 정말 가슴을 뛰게 하는, 희열을 느끼게 하는 잠자리였다. 배 부분 첫 시작이 볼록 튀어나온 것이 망치와 비슷하다고 하여 ‘방만치, 방망치’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잠자리를 잡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가 잡아 본 유이(唯二)한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역시 긴 자루가 있는 잠자리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잘 먹히지 않는다. 방만치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암컷을 실로 묶어 서서히 돌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암컷 방만치는 잡을 수 없다. 그때는 편법을 쓴다. ‘내가 누군가? 그래도 유명한 개구장이 아닌가?’ 잡기 쉬운 보리 잠자리를 잡아 호박 꽃가루를 발라 “음바바 음바바”하면서 서서히 돌리면 잡히는 경우가 있다. 

 

“오 아름답고 귀여운 옛날이여….” 요즘 애들이 이런 재미를 알까?

 

지금 여기 해남에는 여러 종류의 잠자리가 이제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가끔 가을의 상징인 빨간 고추잠자리도 벌써 날아다닌다. 한 계절이 지나고 또 다음 계절이 시작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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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호박벌, 뒤웅벌 얘기는 다음 회에서 말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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