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교 당직사관의 조함명령에 따라 타수 업무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 연합제공)
[굿리더뉴스=김민호 기자] 한국 해군에 로봇 부대가 머잖아 뜬다.
해군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함정 승조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 전투실험을 실시하며 미래 유·무인 복합전력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서며 함정 운용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해군은 지난 23일 경남 진해 해군교육사령부 조함 시뮬레이터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을 활용한 조타수 전투실험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실험은 해군이 추진하는 첫 로봇 승조원 운용 실험으로, 실제 함정 운항 환경을 구현한 시뮬레이터에서 진행됐다. 실제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7600톤급) 승조원들이 참여해 로봇과 협조하며 운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조타수는 함장이나 당직사관의 명령에 따라 함정의 침로를 유지하고 변경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승조원이다. 기존에는 수병이 담당해왔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파이봇이 해당 임무를 수행했다.
당직사관이 "키 왼편 10도, 110도 잡아"라고 명령하자 파이봇은 음성 명령을 인식한 뒤 복명복창하고 몸통 중앙에 장착된 세 번째 팔을 이용해 타기를 조작했다. 이에 따라 시뮬레이터 속 함정은 지시된 침로로 안정적으로 방향을 변경했다.
파이봇은 KAIST 심현철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원래 항공기 조종을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이번 실험에서는 함정 조타 임무에 맞게 운용됐다. 키 165cm, 몸무게 65kg의 사람과 유사한 체형으로 기존 조종 장비를 별도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험에 앞서 연구팀은 파이봇에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함정 조함 용어와 절차, 복명복창 방식 등을 학습시켰다. 또한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를 활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조타 장치를 조작하도록 구현했다.
실험은 일반 항해뿐 아니라 야간 항해와 악천후 상황에서도 실시됐다. 최대 6m 높이의 파도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함정의 움직임에 맞춰 보다 빈번하게 타기를 조작하며 침로를 유지했다. 함정 내부 소음과 무전 교신, 사투리 억양이 포함된 음성 명령도 정상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현재는 초기 개발 단계인 만큼 명령 인식부터 조타까지 약 5~10초의 처리 지연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AI 연산 속도와 실시간 제어 기술을 개선해 지연 시간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 타수 업무 수행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 연합제공)
해군은 이번 실험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반복적이고 정밀한 함정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람과 달리 피로 누적에 따른 인적 오류가 없고, 기존 함정 장비를 별도 개조하지 않아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아울러 향후 추가 학습을 통해 조타뿐 아니라 함정 감시, 당직 지원, 장비 조작, 위험물 운반 등 다양한 임무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군과 KAIST는 이번 1단계 시뮬레이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 사항을 도출한 뒤 ▲2단계 정박 함정 실험 ▲3단계 실제 해상 주간 항해 ▲4단계 실제 해상 주·야간 장기 항해 실험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실제 해상에서의 항해 실험은 연내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형준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준장)은 "이번 전투실험은 함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운용 가능성을 확인한 첫 사례"라며 "실험 결과를 토대로 승조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미래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무인 복합전력 운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군은 이번 실험을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혁신 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육상 당직 지원, 탄약 및 중량물 운반, 시설 경계 등 다양한 분야로 실험을 확대해 미래 스마트 해군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국방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자동화 장비를 넘어 사람과 동일한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무인체계"라며 "실제 해상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안전성, 사이버 보안성 검증이 완료되면 미래 함정 운용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굿리더뉴스=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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