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올린 이후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경기 부양 기조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우선하는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금통위는 2024년 10월과 11월, 지난해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 인하한 뒤 이후 1년 2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대내외 경제 여건을 점검해왔다. 당시에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 등으로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뚜렷해지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긴축으로 이동했다.
이번 금리 인상의 가장 큰 배경은 물가 상승이다. 올해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파로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직전 배럴당 72달러 수준에서 4월 말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 수준에서 3월 2.2%, 4월 2.6%로 높아진 데 이어 5월 3.1%, 6월 3.2%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갔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 역시 2월 1.8%에서 6월 3.4%까지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이른바 '2차 파급효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상향 조정했으며, 지난달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도 하반기 물가가 3%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그는 지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 상승세와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확대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는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임금 상승이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시작하는 모습)
반면 경기 회복세는 금리 인상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주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를 기록해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명목 GDP 성장률은 10.5%로 1976년 이후 약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으며, 이는 한국은행의 기존 전망치인 2.6%를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다음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한 주요 요인이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7조6천억원 증가해 2024년 8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올해 들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른바 '빚투' 현상과 주택담보대출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공급 부족 우려와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가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통화 긴축을 통해 시장 과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외환시장도 고려 대상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일부 하락했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을 웃도는 높은 수준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축소됐다.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차 축소가 원화 가치 안정과 자본 유출 우려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통화정책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고, 일본은행도 정책금리를 1% 수준으로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질 경우 연내 추가 긴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이제 시작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에서도 대부분이 현 수준보다 높은 금리를 예상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8월 또는 10월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이 이어져 최종 기준금리가 연 3.25~3.5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현송 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물가 상승세와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언제 나설지에 집중되고 있다. [굿리더뉴스=남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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